[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최근 칼시토닌유전자연관 펩티드 단클론항체(항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monoclonal antibody) 신약이 잇따라 나오고 임상시험 보다 리얼월드(실제의료현장, real-world)에서 더 좋은 성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급여 기준이 매우 제한적으로 설정돼 있어 대부분 환자들이 비급여로 사용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두통학회는 지난 27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3년만에 대면으로 '2022 대한두통학회 추계학술대회'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올해 추계학술대회는 두통질환의 최신지견과 난치성두통, 두통클리닉 운영, 특수상황에서의 두통 등의 세션이 이어졌으며,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헨리크 쉬츠(Henrik Schytz)교수가 특별 해외연자 강연세션을 진행했다. 182명의 참석자가 등록해 높은 참석률을 보였으며, 매 세션마다 좋은 강의와 열띤 토의가 오갔다.
우선 첫 세션은 '2022년 업데이트' 세션으로, ▲을지의대 조수현 교수가 '편두통의 병태생리와 진단'을, ▲성균관의대 문희수 교수가 '편두통 신약(CGRP단클론항체, 제판트, 라스미디탄)의 실사용데이터(real-world data)'를 강의했다. ▲서울의대 이미지 교수는 '군발두통과 기타일차두통의 업데이트'에 대해 소개했고, ▲부산의대 김지영 교수는 뇌정맥혈전증, IgG4-관련 질환(related disease), 고령에서의 침윤성 부비동염 등 진단이 어려운 '이차두통'의 진단을 위해서 면밀한 병력청취를 통한 임상양상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수현 교수는 "편두통을 이전에는 혈관성두통이라고 불렀으나, 이제는 혈관만으로 복잡한 편두통의 뇌현상들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면서 "피질 확산 억제, 피질 과흥분성, 삼차신경혈관 복합체 활성화 등 편두통성 두통으로 연결되는 특징들이 현재 편두통 병태생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삼차신경혈관복합체의 주요 전달물질인 CGRP가 밝혀진 후 치료면에서 성공적인 신약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 경로에서 사용되는 PACAP-38 등 다른 물질들도 향후 치료적 효능이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문희수 교수는 "CGRP 단클론항체가 임상시험 보다 오히려 리얼월드(real-world)에서 더 좋은 성적이 보고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도입된 아조비는 미국에서 85% 환자가 치료에 만족했고, 한 가지 CGRP 항체에 효과가 없는 경우 다른 항체로 변경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엠겔러티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항체 치료를 중단할 경우 1년 내에 5명 중 4명의 환자가 다시 주사가 필요한 상태로 돌아간다. 때문에 치료기간을 어느정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성기치료제로 개발된 리메제판트는 예방치료 효과도 보고되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 승인되어 시판을 시작한 라스미디탄은 혈관 수축작용이 없는 급성기치료제로 트립탄 금기 환자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지 교수는 군발두통의 발병 원인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유럽에서 대규모 GWAS 연구 통해 유전인자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기존에 0.1% 유병률로 알려졌으나 최근 신경과의사대상 연구로 1.4%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저인식(under-recognition), 저진단(underdiagnosis)에 의한 유병률이 낮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군발두통 환자에 대해 새로운 치료법인 갈카네주맙 300mg을 12~15개월간 매달 주사한 임상시험 결과, 대부분의 환자에서 높은 효능과 안전성이 나타났다. 다만 약물과의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심혈관질환이 발병한 사례가 있으며 임상시험에서만 효능과 안전성이 보고된만큼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여 기준·적용 실제 임상현장에 맞게 개선 필요"
이번 세션과 관련해 기자간담회에서 두통 치료제에 대한 급여 질의가 이어졌다. 최근 국내에서 항 CGRP 주사제의 급여가 적용됐으나, 이전에 경구용 치료제 3가지를 충분한 기간 동안 충분한 용량을 사용했음에도 유의미한 결과가 없을 때로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미지 학술간사(서울의대)는 "최근 6개월간 15일 이상의 두통일수와 8일 이상의 편두통일수가 증명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 최근 6개월간 환자가 직접 작성한 두통일기를 제출·보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1년사이 3가지 이상의 경구용 약물의 실패를 증명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실패는 최대 내약용량(부작용이 발생하기 직전 용량)으로 각 약물에 대해 8주 이상 사용을 해도 월 편두통일수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거나 약물에 부작용 또는 금기가 있어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를 뜻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회장(한림의대)은 "주사제 급여 전제조건대로 최대 용량을 사용하는 것은 부작용 등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환자 대다수는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의료급여 환자 등 일부에서만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항 CGRP 주사제 뿐 아니라 편두통 예방약과 산소치료 등의 급여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학술간사는 "아미트립틸린, 프로프라놀롤 등 많은 편두통 경구예방약물이 허가사항에 '편두통'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삭감의 우려가 있다. 이들은 저가 약물이고 편두통 치료에 강한 권고사항을 가지고 있어 실제 삭감으로 이어지는 많지 않지만, 진료현장에서 원활한 약제 사용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군발두통에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효과가 있는 산소치료가 급여 적용됐지만, 국내에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음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산소급여에 대해 의견을 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평원 등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추후 환자 참석이 가능한 공청회 등을 요청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목통증 두통으로 이어지는 경우 많지만, 무조건 '도수치료' 시행은 부적절"
이날 두 번째 난치두통 세션에서는 ▲고려의대 오경미 교수가 난치만성편두통의 진단과 치료를, ▲이화의대 송태진 교수가 코로나19 백신 또는 감염 후 두통을 강의했다[기사=코로나 후유증·백신 부작용 '두통' 발생 흔해…4주이상 지속시 치료 필요]. ▲한림의대 손종희 교수는 약물 과용 두통에 대해 설명하면서, 약물 중단과 금단에 따른 두통 관리·치료 방법을 소개했다.
런천심포지움은 두통클리닉의 운영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고, ▲인제의대 박홍균 교수가 대학병원 두통클리닉 운영의 어려움과 질 향상 방안 등을, ▲최윤주 맑은머리신경과 원장은 개원가에서의 두통클리닉 운영 팁을 공유했다. ▲분당제생병원 김병수 과장은 두통환자에서 물리치료, 도수치료의 적용에 대해 강의했으며, 효과는 있으나 아직까지 충분한 데이터가 없는 만큼 환자 선택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김 과장은 "편두통은 뇌질환이지만 뇌간의 삼차경부신경복합체로 인해 목통증이 상당히 많이 동반된다. 이 때 증상 호전을 위해 편두통 예방 치료제가 도움이 되지만, 효과가 적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어려운 경우, 또는 기존약물의 부가요법으로 물리치료나 도수치료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충분한 데이터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기 때문에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할지, 또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따라서 치료 전 반드시 환자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향후 고품질 임상시험을 통해 근거 수준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패널토의에서 정진상신경과의원 정진상 원장은 "도수치료 적용시 과도한 관절운동을 시킬 때 척추동맥박리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목통증이 실제 경추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부인성두통에 대한 비판적 시각(Critical presentation of cervicogenic headache)을 주제로 특강을 연 Henrik Schytz 교수도 "많은 경우 목통증이 수반된 두통이 주증상으로 발생하는데, 두통이 없는 환자도 경추이상이 발견되고 편두통 환자도 경부 근육 제한과 경부통이 있어 현재 진단기준으로 감별하기 어렵다"면서 "고주파응고술 등의 중재치료는 특별한 우월성이 없고, 물리치료는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아직 일반화할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과도한 침습적 치료를 경계하고 일차두통에 대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옵션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후 세션은 특수상황에서의 두통을 주제로, ▲경상의대 김수경 교수가 '임신 및 수유기 때 발생하는 두통과 관련된 증례 및 치료'를, ▲성균관의대 정필욱 교수는 '뇌졸중, 모야모야병, 거대세포염 등 뇌혈관질환에서의 두통의 특징 및 치료'를, ▲가톨릭관동의대 권혜은 교수는 '소아 및 청소년에서의 이차두통의 감별 및 주의해야 하는 증상'을 소개했다.
김수경 교수는 "임신 후 벼락두통이 발생한 경우 뇌혈관질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태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조영증강 MRI 등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임신말기로 갈수록 뇌동맥꽈리로 인한 뇌출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임신성 고혈압도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뇌정맥혈전증, 뇌출혈 등의 심각한 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치료인 CGRP 항체 치료는 아직까지 산모에서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신을 고려한다면 최소 4개월전부터 중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필욱 교수는 "모야모야병에서 트립탄이나 에르고타민 제재 등 혈관작용 진통제는 반드시 피해야 하며, 대신 혈관작용 없눈 편두통 신약인 라스미디탄을 시도해 볼 수 있다"면서 "고령에서 측두동맥 압통이 동반된 일측성 두통시 거대세포동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시각 소실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만큼 항상 의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회는 학술대회장에서 군발두통 인식개선에 대한 티셔츠를 참석자들에게 선착순으로 배포했으며, 2022년 두통의날 행사로 준비한 환자수기공모전 '두통이야기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환자와 기념행사를 가졌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만인 오는 2023년 9월 대면으로 열리는 국제두통학회(international headache conference)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다고 안내했다. 주민경 부회장이 학술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조수진 회장과 이미지 학술간사가 학술위원회 위원을 맡아 준비 중이며,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이후 항 CGRP치료의 실제 경험과 데이터가 방대하게 쌓인 만큼 이에 대한 최신지견을 나눌 예정이다. 항체치료 외에 제판트나 라스미디판 등의 사용이 이뤄진 국가들이 있어 해당 경험들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