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방문진료(왕진) 제도 도입시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주제의 ‘일차의료기관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기 전에는 “방문진료가 활성화되려면 수가 보상이 문제”라는 이야기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보니 수가 이야기가 처음이자 끝은 아니었다. [관련기사=왕진 도입시 고려해야 할 8가지…수가는 얼마여야 하고 법적 책임 피할 수 있나]
우선 공청회를 통해 방문진료의 정확한 개념부터 이해할 수 있었다. 방문진료가 활성화된 일본은 환자의 요청을 받아 의사가 진료에 응하는 24시간 응급 개념의 ‘왕진’과 정기적이고 계획적으로 진료하는 ‘재택환자 방문진료’로 구분하고 있었다. 의료소송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방문진료 당시 의료행위를 했을 때 법적인 책임 문제도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날 KMA POLICY 위원들과 개인적인 관심으로 참석한 40여명은 끝까지 자리에 남아 줄을 서서 질문하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청중 질문을 받느라 토론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물론 의료계의 입장이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충분했다.
최근 1년 사이에 의협에서 이렇게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올해 초 의료전달체계 개선 토론회와 의협회장 후보자 토론회 외에 오랜만에 본 토론 장면이었다.
그리고 나서 20일 보건복지부가 커뮤니티케어 계획에 방문진료를 포함한다고 발표하고 23일 국회 본회의는 방문진료에 건강보험 적용을 포함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시의적절한 공청회를 보며 의료계가 특정 사안을 논의할 때 3가지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첫째, 반드시 특정 분야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 위원회나 이사진에 선임돼야 한다. 이날 발제를 했던 장현재 KMA POLICY 특별위원회 의료및의학정책분과위원장은 이미 20년 전부터 방문진료 등을 고민하고 이를 의원에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방문진료에 대한 정보가 많았고 다양한 고민을 화두로 던질 수 있었다. 그가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시도했던 사안이 의료계 파이를 키우는 정보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둘째, 회원들 간 정보는 최대한 공유돼야 한다. 정보는 특정 임원이나 일부 지도자급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일부 시급하고 긴밀한 정보는 회원들의 알 권리보다 우선되고 지도자층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방문진료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의료계의 거대한 물결이자 아직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개념이다. 위원들은 지난 6월부터 사전 정보를 공유하고 세 차례의 사전토론을 거쳤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준 높은 토론이 가능했다. 그저 수가 이야기만 계속되거나 방문진료 논의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셋째,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사안이라면 의료계 다수가 참여해야 한다. 의료계에 속한 개개인의 의견은 전부 다르기 마련이다. 이들의 일치된 의견을 얻기는 어렵다. 누군가가 특정 사안을 갑자기 강행한다면 반대 의견이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다수가 머리를 맞대고 참여한다면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절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다수의 무관심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동안 의료계는 각종 의료현안에서 일방적으로 정부나 국회에 끌려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취재 현장에서도 의료계의 이런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의료계 누군가는 선제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보였다. 이날 만났던 일부 위원들이 공청회가 끝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의견 개진에 나서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방문진료에서 머리를 맞대는 시도가 언젠가 의료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날을 기대해본다. 이렇게 되면 의료계도 선제적 대안 제시를 위한 문화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