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동물을 대상으로 신경병증성 고셔병에 대한 태아 유전자 치료를 시험한 결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인 신생아들에게 임상시험을 하기 위한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향후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사업개발팀 김용 연구원은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원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효소 결핍으로 생기는 고셔병을 토대로 유전자 치료를 고찰했다.
정상인은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 GBA)라는 효소가 있어 글루코실세라마이드(Glucosylceramide)를 분해할 수 있다. 그러나 GBA 효소 결핍일 경우 글루코실세라마이드가 대식세포의 리소좀에 축적돼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고 간이나 비장이 커지는 간비장비대 등 여러 형태의 질병 증상을 유발한다.
김 연구원은 "고셔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1번 염색체에 존재하며 질병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이 된다"며 3개의 타입으로 나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1형 고셔병의 경우 대게 신경계와 관련이 없지만 2형과 3형 고셔병은 신경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형과 3형 고셔병은 뇌에서 조기 발병(early onset)을 나타내며 시간이 지날수록 질병이 심각해진다. 약한 형태(Mild form)의 고셔병의 경우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을 통해 효소를 넣어주면 축적된 고셔세포를 감소시켜 질병을 관리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신경계와 관련된 2형과 3형 고셔병의 경우 질병관리가 어렵다"며 "그 이유는 효소가 뇌혈관장벽을 투과하지 못해 ERT 효과를 보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김 연구원은 "특히 급성형태의 2형 고셔병의 경우 3개월에서 6개월의 유아에게 나타나고 질병 확인 후 2년의 생존기간을 나타내는 등 예후가 매우 나쁘기 때문에 치료제의 개발이 시급한 상태"라며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고셔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최신 연구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의 여성건강연구소 사이먼 와딩턴(Simon Waddington) 박사와 동료 연구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연구자들은 자궁을 통해 GBA 유전자를 태아의 두개강내로 전달해 GBA 발현을 회복시킴으로 생쥐 태아의 신경병증성 고셔병(Neuropathic Gaucher Disease, nGD)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형광물질이 코딩된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 혈청형(Adeno-associated virus serotype9, AAV9) 벡터를 두개강내로 주사해 전두엽 피질로부터 소뇌와 뇌간까지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이 균질하게 표현되는 것을 관찰했다. 다음으로 동일한 벡터와 주사 타이밍을 통해 인간의 AAV9-GBA를 부모의 GBA 이형접합 부모(heterozygous parents)의 자궁을 통해 유전자 결실 자손의 두뇌에 주사했다. 태어난 자손들은 모두 정상이었으며 생식기능이나 운동기능에 문제 없음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신생아(new born)에도 유전자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녹아웃(knock out)에 AAV9 벡터(vector)를 두 가지 방법으로 주사해 복부병리 및 뇌병리가 개선이 되는지 확인했다. 녹아웃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사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하나의 그룹에는 AAV9-GBA를 정맥주사 했다. 이는 AAV9의 경우 뇌혈관장벽을 투과한다고 여러 연구에서 증명됐기 때문에 정맥 투여를 해도 신경세포와 내장에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은 두개골 내 투여군이다. 두 그룹 모두 신생아 사망률과 마비율이 줄어들었고 정상형(wild type)과 비교해도 운동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맥 투여군의 경우, 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장 기관에서 정상적인 효소활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고셔세포가 비장, 간 허파로 침투되는 것을 방지했다. 하지만 신경학적 염증을 정상화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았으며, 뇌 손상을 겪게 됐다. 두개골 내 투여군의 경우는 고셔세포의 침투를 방지하지는 못했다. 태아에게 직접 투여한 군 보다는 효과적이지 않으나 두개골 내 투여는 치명적인 신경병리학(Lethal neuropathology)에서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였다.
연구자들은 대동물군에서도 이 치료법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AAV9-GFP 벡터를 임신 중기 원숭이(macaque)에 초음파 유도 자궁 내 전달(Utero Ultrasound guided delivery) 방법을 시험했다. 그 결과 두 원숭이 모두 정상적으로 출산을 했으며 뇌의 전 부분에서 녹색형광단백질이 발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딩턴 박사와 연구자들은 이 같은 실험을 통해 ▲nGD는 유전자 치료로 치료가 가능할 것 ▲태아 유전자 치료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며 출생 후의 유전자 치료에 향상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자궁을 통해 태아 두개골로 전달하는 유전자 치료는 중추신경계에 광범위하게 널리 전달돼 뇌 전체에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유전자 치료법은 신생아들에게 새로운 치료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추신경발생 시기에 약물을 전달하는 것은 뇌세포가 가지는 재생 한계성을 생각하면 더 중요한 것이다"라며 "다만 신생아 유전자 치료의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윤리적 문제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