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를 초기 증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3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앞서 FDA 자문위원회도 만장일치로 승인을 권고했다.
월 1회 투여하는 키선라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시 치료 중단을 뒷받침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표적 치료제로, 치료 비용과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승인의 기반이 된 임상시험에서 연구 참여자의 거의 절반이 12개월만에 키선라로 치료 과정을 완료했다.
아밀로이드는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단백질로, 서로 뭉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만들 수 있다.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과도하게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기억력 및 사고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키선라는 과도하게 축적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고 인지 능력 감소를 늦출 수 있다.
TRAILBLAZER-ALZ 2 3상 임상시험에서 질환이 가장 적게 진행된 환자에서 키선라 투여 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타우 단백질 수치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질환이 덜 진행된 그룹과 타우 수치가 높은 참가자를 포함한 전체 그룹으로 나눠 18개월 동안 분석됐다.
키선라 치료는 두 그룹 모두에서 임상적 기능 저하를 유의하게 늦췄다. 질환이 덜 진행된 환자군에서는 기억, 사고, 일상 기능을 측정하는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가 위약 대비 35% 감소 둔화를 보였다. 전체 환자군에서 치료에 대한 반응도 iADRS를 기준으로 22%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두 그룹에서 키선라로 치료 받은 환자는 위약군 대비 질병의 다음 임상 단계로 진행될 위험이 최대 39% 낮았다.
전체 참가자 분석에서 키선라 치료는 연구 시작 시점에 비해 6개월째 평균 61%, 12개월에 80%, 18개월에 84%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감소시켰다. 연구의 치료 목표 중 하나인 최소 수준으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된 참가자는 키선라 치료를 마치고 나머지 연구 기간 동안 위약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키선라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와 두통이었다. 처방 정보에는 ARIA에 대한 박스형 경고가 포함됐다. ARIA는 일반적으로 뇌 부위의 일시적인 부종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지고 뇌 안이나 표면에 작은 출혈이 동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지만 드물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ApoE ε4 동형접합체 환자는 이형접합체 및 비보유자에 비해 증상이 있거나 심각한 ARIA를 포함한 ARIA 발생률이 더 높으므로 치료를 시작하기 전 ApoE ε4 상태 검사를 실시해 ARIA 발생 위험을 알려야 한다.
릴리 뉴로사이언스 앤 화이트(Anne White) 수석 부사장 겸 사장은 "키선라는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시급하게 필요한 초기 증상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면서 "이러한 의약품은 질병 초기에 치료할 때 가장 큰 잠재적 이점이 있다. 우리는 다른 곳과 협력해 발견 및 진단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발굴 재단(ADDF) 하워드 필릿(Howard Fillit) 공동 설립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이번 승인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치료 표준을 발전시키는 또 하나의 진전이다.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잠재력이 고무적이며, 이를 통해 중단에 적합한 환자는 본인 부담 비용과 투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를 지금보다 더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면 질병 진행을 의미 있게 늦출 수 있어 환자들이 독립성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신경과학국 테레사 브라키오(Teresa Buracchio) 국장은 "알츠하이머병은 진단을 받은 사람과 그 가족에게 치명적인 질병이다"면서 "임상시험 데이터는 키선라가 알츠하이머병의 경도 인지 장애 및 경증 치매 단계에 있는 환자의 인지 및 기능 저하 속도를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보여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