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지난해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을 받았고, 첫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으로 아렉스비(Arexvy)가 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기술이 활용된 치료제인 캐스게비(Casgevy)는 낫형세포병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데 이어, 1월 초 수혈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으며 새해를 열었다.
올해도 다양한 혁신 신약이 FDA 허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피하 주사하는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와 첫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mRNA 플랫폼 대표 기업인 모더나(Moderna)의 첫 비코로나 제품 승인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릴리 도나네맙, 첫 피하주사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 기대
1분기 기대할 첫번째 신약은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이다. 도나네맙은 지난해 2상 TRAILBLAZER-ALZ 연구 결과를 근거로 FDA에 승인 신청했지만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FDA는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할 수 있도록 최소 12개월동안 계속 치료를 받은 환자 최소 100명 데이터를 요청했다.
결국 릴리는 3상 TRAILBLAZER-ALZ 2 임상시험을 마치고 지난해 다시 FDA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3상에서 도나네맙은 초기 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및 기능 저하를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1년 후 도나네맙 투여 환자의 거의 절반(47%)에서 임상적 진행이 없었다(위약군 29%).
3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FDA 승인을 받고, 미국 공적보험도 적용 받기에 충분할 것이라 기대되고 있으며, 특히 피하주사제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마드리갈 레스메티롬, 세계 최초 MASH 치료제 탄생할까
또다른 1분기 승인 기대 신약은 MASH 치료제 레스메티롬(resmetirom)이다.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1일 1회 경구용 갑상선호르몬수용체(THR)-β 작용제로, 허가 받으면 최초 MASH 치료제 타이틀을 거머쥔다.
MASH 치료제로는 지난해 인터셉트 파마슈티컬스(Intercept Pharmaceuticals, Inc.)의 오베티콜릭산(obeticholic acid, OCA)이 유력한 승인 후보로 떠올랐으나 FDA 관문 통과에 실패했다. 당시 FDA는 임상적 이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데이터를 요청했다. 인터셉트는 임상적 이점 결과를 판독하는데 3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 판단하고 MASH 관련 투자를 모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많은 제약사가 MASH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후기 단계에 이른 후보물질은 제한적이다. 만약 레스메티롬이 허가를 받으면 경쟁 치료제가 출시되기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모더나, 첫 비코로나 제품 독감·RSV 백신으로 경쟁 우위에 설까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으로 급속하게 성장한 모더나는 올해 비코로나 호흡기 질환 제품 2개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mRNA-1010, 또 하나는 RSV 백신 mRNA-1345다. 두 제품 모두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발표한 3상 결과에 따르면 기존 독감 백신에 비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4가지 A 및 B 변종 모두에 대해 더 강력한 면역 반응을 생성했다. 효능은 노년층을 포함한 전 연령층에서 입증했다. 또한 별도의 초기 직접비교 연구에서 사노피의 고용량 독감백신과 동일하거나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가 개발한 RSV 백신은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성인 RSV 백신은 지난해 GSK와 화이자(Pfizer)가 이미 출시했고, GSK가 크게 앞서 나가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베로나 엔시펜트린, 10년만의 COPD 유지 치료제로 전신부작용 없애
6월에는 10년만에 승인된 새로운 기전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유지 치료제가 나올지도 결정된다. 대상 약물은 베로나 파마(Verona Pharma)의 엔시펜트린(Ensifentrine)이다.
엔시펜트린은 흡입형 이중 포스포디에스테라제(PDE)3과 PDE4 이중 억제제다. 경구로 투여하는 기존 PDE 억제제의 전신 부작용 없이 중등도~중증 COPD 악화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ENHANCE-1과 ENHANCE-2 3상 임상시험 2건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구 결과 24주 동안 COPD 악화 비율 및 위험도를 36~42% 감소시켰고, 통계적으로 또는 임상적으로 삶의 질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이러한 개선 효과는 연령과 흡연 여부, 중증도, 배경 약물 등 하위그룹 전반에 걸쳐 일관적이었다.
카루나 KarXT, 새로운 기전으로 기존 조현병약 부작용 없이 치료
지난해 BMS에 인수된 카루나 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의 조현병 치료제 KarXT(성분명 자노멜린-트로스피움)는 수십년 만에 나온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KarXT는 조현병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정신병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무스카린계 약물이다. 중추신경계에서 M1/M4 무스카린 아세틸콜린 수용체 이중 작용제로 작용해 조현병의 양성, 음성, 인지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 차별성을 가진다.
3상 임상시험에서 가장 흔한 부작용은 콜린성 부작용이었고, 체중 증가와 졸음, 운동 장애 등 현재 사용 가능한 항정신병 약물의 일반적인 부작용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FDA는 9월 26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