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환자단체가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과 관련해 실제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했는지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응급실 수사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의료진 이탈과 소아응급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복지부가 경찰청과 협의해 응급실 수사, 압수수색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러한 대책이 선언적인 약속이나 수사 절차의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소아응급실의 의료진과 진료체계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대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이번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에 소요된 시간이 아니라 실제 환자 안전에 미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짧은 시간 안에 마쳤다고 설명한 것만으로 진료 방해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아이의 사망 원인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규명돼야 하며 의료과정에서 잘못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한 아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또 다른 아이의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실은 환자의 상태가 분 단위로 달라지는 곳이다. 검사 결과 확인이나 처방, 환자 상태 관찰이 잠시만 지연돼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수사에 소요된 시간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실제 환자의 진료와 안전에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소아응급 의료진의 이탈과 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연합회는 “소아응급실이 제 기능을 잃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부모에게 돌아간다. 특히 소아암과 중증질환 환아는 일반적인 응급처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문의의 신속한 판단과 수술, 중환자실 등 배후진료까지 이어지는 치료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와 보호자에게 응급의료 공백은 단순한 의료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를 가르는 절박한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특정 병원과 경찰 사이의 갈등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합회는 “소아응급실의 인력 부족과 과중한 진료 부담,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분쟁 위험, 지역별 치료역량의 불균형은 오랫동안 누적돼 온 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해명과 임시방편적인 지원책만 반복한다면 소아응급의료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복지부가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은 필요한 조치지만 수사 절차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소아응급의료의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환아가 제때 최종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연합회는 구체적으로 경찰청, 복지부 등에 세 가지 조치를 요구했다.
우선 경찰청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진료 차질이나 환자 안전 문제가 발생했는지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규명하라”며 “부적절한 수사 집행이 확인될 경우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사의 정당성과 별개로 환자 안전에 미친 영향은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를 향해서는 “응급실 수사 가이드라인에는 환자단체의 의견을 반영하고 진료 연속성을 보장할 구체적인 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의료계뿐 아니라 환자단체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자발적인 자료 제출을 우선 검토하고, 현장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응급진료에 필요한 장비와 공간의 점유를 최소화해야 한다. 긴급한 진료와 충돌할 때에는 집행 방식이나 장소를 즉시 조정하도록 명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소아응급센터의 인력과 운영 상황을 즉시 점검하고 의료진 이탈과 막을 실질적 지원 대책을 시행하라”며 “소아응급 전문의와 필수인력 확보, 당직 부담 완화, 운영비 지원을 비롯해 응급실 수용 이후 수술과 중환자 치료까지 이어지는 배후진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정 병원의 운영 차질이 지역 전체의 응급의료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비상진료 및 전원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