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동료들이 갑옷 입고 진료하자는 이야기를 한 지도 오래됐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동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의료진 피습 사건을 접한 심경을 이같이 전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몸부터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의료진 사이에서 오간 지 오래지만, 동료를 향한 흉기 공격은 또다시 반복됐다.
2018년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진료실 폭력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불안과 함께 정부의 대응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안전대책이 논의되지만, 이를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실행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5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는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은 정말 문제”라며 “안전 확보를 요구한 것이 한두 해의 일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대형 대학병원 진료실에서도 의료진이 공격받은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강북삼성병원에서 발생한 임세원 교수 사건을 언급하며 “대학병원에까지 이런 일이 일어난다. 세브란스가 보통 병원이냐”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교수는 반복되는 피습 사건이 진료실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해야 할 진료실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차 지켜지지 않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느낀다”며 “정신건강의학과 특성상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자·타해 위험이 큰 환자를 진료하기도 하는 만큼, 특히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모이는 병원은 안전대책이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느끼는 위협은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A 교수는 “의사뿐 아니라 환자들도 이런 사건을 접하면 병원이나 진료실을 위험한 공간으로 느낀다”며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안심할 수 있는 진료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가 공통으로 지적한 것은 새로운 대책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논의된 방안을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동우 교수는 “사실 해결책은 나와 있다. 그런데 국가가 성의가 없고, 할 마음이 없는 것”이라며 “적은 예산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먹고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서 하면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신의료기관의 시설과 환경 개선을 위한 기능보강 지원 등을 제안하며, 진료환경 개선에 필요한 재정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A교수도 사건 직후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대응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병원과 정부가 사건이 발생할 때만 잠깐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경계가 느슨해진다”며 “이미 방법이나 법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이행할 정부의 의지가 부족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고 실효적인 안전 인프라를 보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진료실 안전 문제를 특정 정부나 정치적 입장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의료진을 향한 폭력이 반복됐다면, 대책의 집행과 지속성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 이후 정권이 몇 번 바뀌었는데도 계속 이 모양”이라며 “임 교수 사건을 비롯해 여러 사건이 일어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해결책은 나왔는데 집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 자꾸 반복되는 만큼 관계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반성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