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간호조무사에게 수술부위 소독과 드레싱을 지시한 의사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의사는 간호조무사에게 '진료보조업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수술부위 소독과 드레싱은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며 의료행위를 간호인력에 위임하는 것은 '무면허의료행위'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의료법위반으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서울 성북구 B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 간호조무사인 C씨에게 환자 수술 부위를 소독 및 드레싱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장에 섰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3년 8월 31일 B병원에서 지방종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부위 소독을 간호조무사인 C씨에게 지시했다.
당시 C씨는 입원병동 회진 중인 A씨에게 전화를 이용해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A씨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면 안 된다는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환자에 대한 수술부위 소독 및 드레싱은 의료행위가 아닌 진료보조행위라고 반박했다.
A씨는 "간호조무사의 수술부위 드레싱이 설령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간호조무사 C씨의 자질과 숙련도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또 당시 병원 3층에 고령의 응급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환자가 빨리 학교에 가야 한다고 소독을 반복 요청해 처치가 이뤄진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이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서의 '진료보조업무'는 의사가 주체가 돼 행하는 진료행위에 있어 간호사 등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이를 보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의사가 구두로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의료행위를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행했다면 이는 진료보조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었다.
나아가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런 차원에서 법원은 환자의 수술부위 소독 및 드레싱은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어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소독 및 드레싱 처치는 수술 부위의 상처 치유 속도를 빠르게 하고 상처난 부위에 염증반응을 감소시키는 의료행위로, 이는 의사가 직접 하거나 적어도 옆에서 환자의 수술 부위 상태나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A씨가 C씨의 숙련도, 당시 행위의 긴급성 등을 주장한 데 대해서도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A씨가 간호조무사 C씨에게 환자의 수술부위 소독 및 드레싱 지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시한 것으로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100만원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