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1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끝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던 의사 2명은 최근 병원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6년 문을 연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소아응급환자 전문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며 환자들을 치료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감소와 이에 따른 센터로의 환자 쏠림 등으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 게다가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법적 처벌 우려도 커지면서 지난해 연말 무렵엔 당초 7명이던 전문의가 2명으로 줄었다. [관련 기사="아픈 아이들 어떡하죠"…국내 1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존폐 위기']
이에 축소 운영을 해왔지만 최근 남아있던 2명의 전문의 마저 병원을 그만두기로 하면서 사실상 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이 마지막 근무인 이주영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연구실에서 짐을 싸려던 참이었다”며 “남아 있어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이런 형태로는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응급의학과 소속인데 아예 독립과로 빼든지, 소아과로 옮기든지, 권역으로 통합을 하든지 판을 새로 짜야한다고 봤다”며 “병원의 문제 때문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 국민들의 의료이용에 대한 인식, 판사들의 의료진에 대한 처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통화 내내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던 이 교수는 공교롭게 이날 발표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그는 사직은 지난 주에 결정된 것으로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나온 정부 대책은 의료를 망가뜨리겠다는 것”이라며 “의사이지만 또 한편 환자로서 '대한민국은 이제 큰일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자녀는 아마 한국에서 아이를 못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이 이대로 시행되면 지금 필수의료 하던 사람들도 다 그만 둘 거다. 그나마 병원에서 해보려던 사람들도 하루라도 빨리 개원하려고 나갈 거고, 필수과를 해보겠다고 왔던 젊은 사람들도 무조건 나갈 것”이라며 “파업이고 뭐고 다 나갈테니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10년간 일해온 곳을 떠나는 상황이라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싶지는 않다. 한 달동안은 쉴 예정”이라며 “지금 마음으론 그래도 소아응급 분야에 있고 싶다. 하지만 그럴 여건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