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만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의한 진료 환경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동시에 이것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개인 건강 관리에 영향을 미치고, 비즈니스와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이 10일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 국제회의실에서 2019 헬스케어 빅데이터 심포지엄(2019 Healthcare Big Data Symposium, HBS)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헬스케어 빅데이터 R&D 과제 및 정책 ▲빅데이터를 마주한 의사들 ▲헬스케어 빅데이터 산업을 만나다 3개 세션으로 구성, 헬스케어 빅데이터와 관련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지견을 나눴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의료인의 역할 변화'에 대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차의과대학교 정보의학교실 한현욱 교수가 진행을 맡았고, 분당차병원 안과 남상민 교수,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종엽 교수, 에임메드 디지털신약개발실 김수진 실장, 대한의사협회 송명제 대외협력이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의사와 과학자 서로 이해하고 간극 좁혀야
한현욱 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대학병원이 그동안 해보지 못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인의 입장에서 협업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의사의 역할이 바뀔 것 같은데 의사들은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남상민 교수 인공지능(AI)을 통해 판단을 내리고, 데이터 입각해 의사가 결정을 하고, 결정을 하고 난 결과가 다시 데이터가 돼 선순환하는 구조에서, 데이터의 생성과 애플리케이션에서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데이터 과학자와 인터랙션(interaction) 해야하는데 현재는 둘 사이의 간격이 너무 넓다. 기술적인 것을 의사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로 과학자들은 의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사가 데이터 과학자처럼 되고 데이터 과학자가 의사처럼 되려고 하지만, 둘다 너무 전문적이기 때문에 그 길로 가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둘이 만나기 위해서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고, 만나도 나오는 것이 없다. 돈이 안된다는 말이다. 지금 어떻게 보면 인공지능이 멋있어 보이지만 돈은 안된다. 실질적으로 만났을때 돈이 되는 작은 사업부터 활성화되면 좋겠다. 앞서 원격진료 이야기도 나왔지만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플로어 인공지능이 멋은 있지만 사업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최근 몇년간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온 왓슨에 대해 질문이 있다. 왓슨이 처음 나올때 미국 유명 퀴스쇼에서 퀴즈를 풀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2019년에 현재 긍정적인 뉴스는 별로 못본거 같다. 왓슨 본사에서는 사업을 축소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왓슨이 대표주자도 화제됐음에도 실패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이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종엽 교수 건양대는 왓슨을 국내에서 세번째로 도입했고, 이번에 재계약을 했다. 처음 사용했던 사용자경험이 훌륭하지 못해 재계약을 고민했는데 두번째 베타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쉽게 결정 내렸다. 왓슨이 실패했다고 표현했는데 죽음의 계곡을 탈출하고 있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 지점을 넘기 위해 많은 의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들이 필요한게 뭔지 가장 먼저 발견하는게 중요하다.
전문의들이 필요한 인공지능을 원하지만, 사실 일반의(GP)와 면허를 막 딴 의사에게 적합하다.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잘 찾는다면 사업화에서 인공지능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미래 의사는 데이터과학 익히고 융합 역량 발휘해야
플로어 과거 대학병원 연구실에 근무하며 국가 과제를 협업하는 기업과 의사 사이의 인터프리터(Interpreter) 역할을 많이 했다. 의사들이 많이 하는 것이 큰 스케치라면 엔지니어는 손에 잡히는 기능 요구사항을 이야기한다. 이 사이에서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역할을 많이 했다. 실제로 의사들은 사업하는데 기술이나 용어를 어려워하고, 데이터회사는 의료쪽으로 도메인 지식이 부족해 그 사이에서 인터프리터 역할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종엽 교수 저도 인터프리터 역할을 계속 하고 있다. 의료라는 특수한 학문의 특징 때문에 의사가 데이터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그 반대보다 더 접근이 빠를 것이라 생각하고, 이러한 부분에서 인터프리터 역할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역할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의대생들에게 빨리 데이터를 공부하고 의사가 돼야 앞으로 역량있는 의사라 평가받을 것이라 늘 강조한다. 의대 커리큘럼에 데이터과학 과목이 빨리 도입된다면 전세계로 나가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김수진 실장 현재 서울의대에 본과 2학년 대상으로 디캠프가 주관하는 창업과목 커림큘럼이 생겼다 한다. 제가 학교다닐때만 해도 역학(epidemiology)이 전통적인 학문이었는데, 지금은 빅데이터 영역이다. 차세대에서는 좀 더 데이터 과학에 친숙한 세대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백그라운드에서 MD로 전향하는 하이브리드 인재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융합하는 역량을 많이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격의료, 안전성 검증하고 정부와 신뢰 전제돼야
한현욱 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원격의료와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양한 이슈가 있고, 의료계와 환자단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 어떠한 우려들이 있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송명제 이사 의학은 굉장히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학문이다. 의협이 원격의료를 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원격의료를 과일이라고 하면, 의협이 반대하는 것은 사과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사과는 원격진료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이 의료 보조, 진료 보조에 적용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반대하려해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원격진료는 대면진료 이상의 안전성, 최소한의 동등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안전하고 효율성이 좋다면 정부와 타협해 논의할 수도 있지만 아직 서로 신뢰를 못하고 있다. 신뢰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엽 교수 개인적으로 원격진료는 간단한 것은 도입할 수 있다고 본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3개월에 한번씩 똑같은 약을 처방받는 경우, 국민들은 의사를 보는 시간이 너무 짧고 약을 받는 행위 이외에 하는 것이 없는데 원격진료를 못하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은 내원할 수 있는 거리를 제한하면서 원격진료 문제를 풀었다. 집에서 30분 미만 거리의 병원에서만 원격진료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해 문제가 있으면 빨리 내원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
이렇게 합의하고 현재 아무탈없이 돌아가고 있다. 기술 도입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아주 안전한 부분부터 작게 도입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송명제 이사 최근 인보사 사태를 돌이켜 봤을 때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과학의 기본은 사전예방이다. 만에하나 단 하나라도 환자에게 위험이 있다면 책임소재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의료계와 정부, 과학계가 협업해야 하는데 지금은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관계가 쌓여있지 않다.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을 차근차근 찾아가야 하는데 답보상태다.
대형병원 위주라 1,2차 의료기관 소외도 고려해야
한현욱 교수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3차병원·대학병원 위주 사업이라 1·2차 의료는 소외되는 경향이 있고, 대형병원이 주도하다 보니 향후 특히 1차의료기관 의사들의 입지가 줄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송명제 이사 지금 의료계에서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의료전달체계 훼손이다. 많은 국민들이 건강에 대한 불안으로 큰병원 선호한다. 빅5 의사들은 환자가 너무 많아 힘들어 죽고, 1·2차 의료기관은 환자가 없어서 고사 직전이다. 이런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정부에서 시범사업 하겠다, 국민들에게 경한질환 의원급가라 홍보하겠다 했지만 지엽적인 개선책이 아니라 필수적인 조건을 가진 개선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게이트키핑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책이 전무해 의료계에서 아쉬워한다. 산업·의료기술 발달 시범사업도 대부분 빅5 위주로 간다. 부익부빈익빈이다. 큰병원에 가면 시범사업도 많이 하고 정부에서도 홍보해주니 환자들도 선호한다. 정부에서는 시정하기 위해 확실한 수단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