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이 지난해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분야의 혁신 의약품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R&D 투자액은 37억 유로(약 4조 9600억원)로 전년대비 7% 증가했으며(순매출 대비 18.9%), 이는 베링거인겔하임 136년 역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이 24일 온라인을 통해 연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 핵심 성과와 경영 및 재정 실적, 2021년 전망을 발표했다.
베링거인겔하임 후베르투스 폰 바움바흐(Hubertus von Baumbach)경영이사회 회장은 "2020년 1분기 초부터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에 대한 R&D를 시작했으며, 세계 각지의 여러 협력사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20년 12월 쾰른 대학병원(Cologne University Hospital), 마르부르크 대학교(University of Marburg), 독일 감염병연구센터(German Center for Infection Research)와 공동으로 흡입 투여되는 최초의 SARS-CoV-2 중화 항체 BI 767551의 1/2a상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감염부위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때문에 필요한 용량은 전신 투여되는 요법보다 훨씬 적다.
또한 BI 767551과 병용할 수 있는 SARS-CoV-2 바이러스 중화 항체와 SARS-CoV-2 바이러스 복제 저해 저분자 물질, 미세응고(혈전) 예방 치료제 등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바움바흐 회장은 "이러한 노력 외에도 우리는 모든 핵심 치료 분야에서 연구 프로그램을 유지해왔고, 2020년에는 임상 프로젝트 수도 늘렸다. 작년에 연구개발에 37억 유로를 투자했다"면서 "우리는 환자를 위한 차세대 의료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 목표는 인체 의약품 프로젝트의 75%가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class) 잠재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내부 활동 외에도 외부 혁신을 도입하는 도입하는 것에도 관심이 크다. 바움바흐 회장에 따르면 베링거의 목표는 임상 파이프라인의 30% 이상을 외부 혁신에 기반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2020년 R&D 분야에서 150개 이상의 협업을 진행했다.
바움바흐 회장은 "관심 분야 중 하나는 암, 특히 KRAS 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는 암이다. KRAS는 거의 모든 췌장암, 대장암, 폐암과 관련 있고, 1980년대부터 그 중요성이 알려져 있지만 현재까지 KRAS 스위치를 끌 수 있는 승인된 약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혁신적인 KRAS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KRA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미국 생명공학 회사인 미라티 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와 협력해 현재 KRAS 억제제 병용요법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바움바흐 회장은 "암 퇴치뿐 아니라 차세대 글로벌 건강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생제 내성(AMR) 분야에서도 파트너십을 찾고 있다"며 "병원균이 더이상 일반적인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만명이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내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균주 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항생제가 나온 것은 14년 전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링거는 지난해 여름 20개 다른 연구 기반 제약회사와 베링거인겔하임 재단을 포함한 여러 재단과 함께 시작한 기금인 AMR 액션 펀드에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면서 "우리는 함께 소규모 생명공학회사에 투자하고 임상연구에서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지원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2030년까지 시장에 최소 2개, 바람직하게는 4개의 새로운 항생제가 출시되도록 인센티브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베링거는 독립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무료로 분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업 플랫폼 'opnMe.com'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첫 번째 결과로 BI-3802 분자를 기반으로 한 다나파버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와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의 연구가 네이처(Nature)에 출판됐다.
또한 환자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지난해 초 마이스터디윈도우(MyStudyWindow) 포털을 출시했다. 이 포털을 통해 실제로 임상시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환자와 만날 수 있다.
구글 퀀텀 인공지능(Google Quantum AI)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컴퓨터 보조 약물 설계 및 인실리코 모델링 분야에서 베링거인겔하임의 전문성과 양자 컴퓨터 및 알고리즘에 대한 구글의 뛰어난 리소스를 결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약물 설계와 모델링에서 빠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어진 발표에서 베링거인겔하임 미하엘 슈멜머(Michael Schmelmer) 경영이사회 재무 및 경영지원 담당은 "매우 혁신적인 회사를 여럿 인수해 R&D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체 의약품 분야에서는 2020년 12월 스위스 생명공학 회사인 NBE-테라퓨틱스(NBE-Therapeutics)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 회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면역자극 iADC 플랫폼 유래 표적항암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베링거인겔하임의 전사 기준 2020년 순매출은 전년대비 3% 증가한 195억 7000만 유로(약 26조 2100억원), 영업 이익은 46억 2000만 유로로 코로나19 팬테믹에도 탄탄한 실적을 보여줬다.
인체 의약품 사업부에서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제품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자디앙(JARDIANCE, 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으로 순매출 24억 8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어 폐질환 치료제 오페브(OFEV, 성분명 닌테다닙)이 처음으로 수익 기여도 2위를 차지했다. 오페브의 순매출은 20억 6000만 유로로 전년대비 41% 증가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코로나19 백신과 각종 의약품 개발이 코로나19 팬데믹 통제에 기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1년 전문의약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2021년 순매출은 전년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