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LG화학(엘지화학)이 지속 가능한 경영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을 목적으로,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미국 제약기업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항암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을 연간 3500억원대까지 확대해나가면서 바이오분야에서 매출 2조원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손지웅 사장은 19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미국 항암바이오 기업 인수 배경과 향후 신약개발 전략·방향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앞서 지난 18일 LG화학은 국내 기업 최초로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지분 100%를 5억 66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아베오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지난 2002년 설립된 기업으로, 임상개발·허가는 물론 전문화된 영업·마케팅 조직 확보 등 항암시장에 특화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FDA로부터 신장암 표적항암제 포티브다(FOTIVDA)의 허가 승인을 받고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임상2상을 진행 중인 두경부암 치료제와 임상개발 단계의 고형암 치료제 2개 후보물질 등 항암 R&D파이프라인도 보유하고 있다.
손 사장은 "아베오는 올해 매출 1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오는 2027년 피크 매출 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현재 3차치료제로 진행 중인 면역항암제 옵디보와의 병용 임상시험을 성공해 치료제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추가 매출도 가능하고, 오는 2028년까지 존속하는 신장암 용법용량 특허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아베오의 특징과 가능성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적정가격을 선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결정 전에 미래 가치 전망은 물론, 다양한 밸리데이션 방법을 사용하고 내부 심의를 거친 결과라고 부연했다.
이미 LG화학은 3조원 가량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있어 이번 인수(8000억원)를 위한 무리한 외부 조달이나 물적 분할 등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손 사장은 "자체 조달이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다. 전지분야의 경우에는 비교적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IPO를 통해 물적분할을 단행했으나, 이번 아베오 인수는 자체적으로 비핵심사업 정리나 보유자산 일부 매각 등의 자산 효율화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선행적으로 자체 조달을 검토 중이며, 만약 다른 분야의 투자액이 늘어난다면 일정부분은 외부 자금 조달도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오는 기업의 핵심성장의 한 축이기 때문에 물적, 인적분할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아베오 입장에서는 R&D 역량을 확장해 미래 성장동력인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LG는 향후 개발되는 항암제 성공 가능성과 제품 가치를 높여 1위 제약시장인 미국 조기 진출과 매출 확대 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모두 혁신 항암신약으로 환자들의 삶을 바꾸는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어, 각 회사가 보유한 역량이 전략적으로 매우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손 사장은 "자사의 3대 신성장 동력이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이며, 지속적으로 신약 출시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 혁신항암신약 포트폴리오 구축, 미국 중심의 임상역량 강화, 글로벌 키오피니언과의 네트워크체계 마련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실제 LG화학은 아베오 인수에 이르기 전인 지난 2019년부터 미국 보스톤에 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하고 글로벌 임상개발과 미국 생산역량 강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했으며, 2년간 후보기업을 선정한 후 지난해부터 인수 대상 후보 기업들과의 미팅을 추진해왔다.
인수대상 후보는 FDA 승인 항암신약과 성장성, 상업성을 모두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했다. 항암분야로 특정한 것은 혁신 보상이 분명하며 성장률도 높기 때문이다. 수년간 검토 끝에 아베오를 최적의 후보라고 판단해 최종 인수 대상으로 확정한 것이다.
LG화학은 3개월 가량의 인수절차를 마무리한 후 오는 2027년까지 생명과학분야의 R&D 투자비용을 연 3500억원대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R&D 투자와 아베오의 임상·상업화 역량을 내재화해 오는 2027년 연 2조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미 LG화학 내 생명과학사업의 R&D 비중은 매출 대비 26%에 달하는 2000억원대(2021년 기준)로 매우 높은 편인데, 향후 5년 내 후기과제 비중 증가와 항암제 분야 R&D 확대 등을 고려해 투자비용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아베오 인수를 통해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한편, 라이선스아웃, 자체 개발 등 투 트랙 전략을 통해 비항암제 분야 확장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LG는 9개의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통풍치료제,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치료제, 비만치료제 등 20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비항암분야 대사질환 분야는 ▲임상3상을 앞둔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고유성분명), 각각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VAP-1 억제 기전의 NASH(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후보물질 LG303174, ▲DGAT-2 억제 기전의 NASH 치료제 후보물질 LG203003 등이 있다. 또한 ▲경구용 MC4R 작용 기전으로 포만감 신호에 의해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LB54640과 ▲GPR120 작용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 LC542019 등이 있으며 이들 모두 현재 임상1상단계다.
손 사장은 "아베오와의 합병은 상업화 역량과 후기 임상개발, 미국인허가 역량 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초기 항암신약 임상파이프라인의 개발 퀄리티와 성공 확률이 올라가고 시간 단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베오를 인수했다고 해서 항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통풍 등 비항암 영역도 자체 역량과 외부 협업 등을 통해 기회요소를 놓치지 않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항암분야는 아베오와는 별개며, 엘지는 R&D 스페셜티케어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상용화까지 수천억~수조원이 투입되는 당뇨대사영역은 라이센싱 아웃이나 파트너십, 스핀오프, 조인트벤처 모델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 아베오는 미국시장을 선도할 '항암'회사 도약을 목표로 인수한 것인만큼, 비항암 영역은 아베오라는 한 그릇에 담지 않고 별개의 다른 전략을 구사해 파이프라인을 운용,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