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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의사는 365일 당직을 서야하는 현실...간호사 사망, 의사수 부족 아닌 필수의료 저수가 문제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기사입력시간 22-08-04 08:21
최종업데이트 22-08-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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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산부인과 의사가 본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의사수 부족이 아니라 필수의료 저수가 문제로 의사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우선 대한민국 최고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집도할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어 간호사가 전원 끝에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먼저 애도를 표한다. 이번 간호사의 죽음은 국내 초대형 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을 받지 못해 발생한 것인만큼 더더욱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로 인한 댓글들을 보면 큰 병원 의사가 학회·지방 출장으로 부재중이었고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것에 공분해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으로 도배되고 있다. 

의사의 잘못으로 마치 의사들을 '공공의 적'인양 마녀사냥하기에 급급한 정치권과 보건의료노조와 간호협회의 성명서는 한 술 더 뜬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진료과의 불균형 등을 야기하는 핵심적 문제임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사건을  의사인력 부족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의사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과 존중마저 사라진 현실 앞에 의료 전문가로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5명의 신경외과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에서 성인 모야모야, 뇌동맥류, 뇌혈관기형, 뇌혈관 질환 등을 담당하는 의사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아산병원 뿐 아니라 대부분 대학병원의 상황은 비슷하다. 상급병원은 세부 전문의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빅5병원조차 뇌혈관외과 교수는 기껏해야 2~3명이 365일 응급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산병원의 의학적 치료를 보면 당시 병원 내 의료적인 여건상 최선을 다해 환자의 지혈을 위해 노력했으나, 지혈되지 못한 것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조치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것으로 봐야 한다. 

환자 전원이 지연됐다면 당일 사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자는 서울대병원에서 7일간 치료를 계속 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전원의무 위반으로 볼 수도 없다. 

산부인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산병원의 산부인과를 살펴보면 30명의 산부인과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고위험임신, 다태아 임신, 전치태반 세부 전문의는 단 한 명이고 고위험 임신, 내과 질환이 동반된 임신의 세부 전문가도 한 명에 불과하다. 분만을 담당하는 일반 산과 전문의도 6명에 불과하다. 

전치 태반으로 임신 말기에 다량의 출혈이 발생된 산모가 내원했다면 일반적인 산과 산부인과 의사가 이 환자를 볼 수 없다. 산과적으로는 고위험 임신으로 전치 태반의 세부 전문의가 봐야 합리적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에 다태아 전문 산과 의사로 박중신 교수가 떠오른다. 학회에 강의가 있어 온 박 교수는 강의를 마치기가 무섭게 산모가 왔다는 말에 휴일인데도 허겁지겁 병원에 돌아갔다. 그리고 "365일 당직이라서 어쩔 수 없이 서울대병원 옆으로 집을 옮겼다"고 말을 남겼다. 

저수가로 필수의료를 더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고, 더 많은 의사를 고용할 수도 없는 병원, 그 속에서 의사는 일년 365일을 항상 응급 환자를 위한 5분 대기조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이제는 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의사가 부족해서 필수의료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필수의료 저수가로 인해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인 현실에서 더 의사를 고용할 수 없게 만드는 건강보험이 만든 재앙이 바로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현실인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사 부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저수가 의료 시스템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고인과 유가족들에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