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텍 인사이트 2026 - 의료AI 세션
의료 인공지능(AI)이 진료 현장에 안착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술 성능을 넘어 병원의 도입 기준, 의료진의 활용 경험, 환자 안전, 사업화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9월 15일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 2026’ 의료AI 세션에서는 의료AI의 현장 도입과 확산을 위한 주요 과제가 논의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이번 의료AI 세션의 미디어 후원으로 참여해 6개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전한다.
①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 "진료기록·진단코드·보험청구까지 AI로? 한국은 미국과 의료환경 달라"
②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 “병원 AI의 핵심은 진단보다 워크플로우다”
의료 인공지능(AI)이 진료 현장에 안착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술 성능을 넘어 병원의 도입 기준, 의료진의 활용 경험, 환자 안전, 사업화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9월 15일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Medtech Insight) 2026’ 의료AI 세션에서는 의료AI의 현장 도입과 확산을 위한 주요 과제가 논의됐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이번 의료AI 세션의 미디어 후원으로 참여해 6개 강연의 주요 내용을 전한다.
①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 "진료기록·진단코드·보험청구까지 AI로? 한국은 미국과 의료환경 달라"
②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보화실장 “병원 AI의 핵심은 진단보다 워크플로우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 인공지능(AI)을 도입한 뒤 검사와 치료 과정이 실제로 달라졌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단 정확도가 높아도 의료진의 업무와 후속 조치로 연결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세영 정보화실장(가정의학과 교수)은 15일 보건복지부 주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 2026’ 의료 AI 세션에서 ‘병원 AI의 핵심은 진단보다 워크플로우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정 실장은 성능이 우수하고 인허가까지 받은 제품이 병원에서 쓰이지 않는 이유를 현장 업무와의 간극에서 찾았다. 그는 “AI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좋다는 것은 일종의 로컬(local) 최적화에 도달했다는 뜻”이라며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녹여서 현장에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이 인용한 KPMG의 글로벌 AI 투자 및 활용 설문조사 리포트(Global AI Pulse) 2026년 2분기 조사에서도 이를 반영한 결과가 나타났다. 20개국 고위경영진 21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6%는 AI가 의미 있는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한다고 응답했지만, 투자수익률(ROI)을 입증했다고 응답한 조직은 7%에 불과했다.
정 실장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현장이 좋아지고 개선되는 것 같지만, 정량적인 결과로 보여 달라고 하면 증명하기가 어렵다”며 “ROI(투자수익률)를 증명한 조직의 공통점은 AI를 현장의 프로세스에 녹여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초음파 반복 계측 9분→1.2분…의료진 업무에 여유
분당서울대병원이 도입한 심초음파 AI는 영상의 여러 항목을 반복 측정해 보고서에 입력하는 업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병원 서버에서 심초음파 AI를 활용한 사례 40건을 비교했을 때 검사당 분석 시간은 9.0분에서 1.2분으로 줄었고 반복 계측 시간이 약 86% 단축됐다. 검사당 절감 시간인 7.8분을 하루 약 100건에 적용하면 하루 13시간에 해당한다. 이는 심초음파 장비 약 1~1.5대 수준의 처리 여력으로 환산된다.
정 실장은 “AI를 함께 개발한 심장내과 교수에게 시간이 남으면 무엇을 하는지 물었더니 쉰다고 답했는데, 의미 없는 결과는 아니다. 그 교수 스스로 여유가 생겨 환자 진료와 회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비용 절감이나 건강 결과 개선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의 소진 감소, 환자 경험 개선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응급실 심전도(ECG) AI는 분석 결과를 후속 치료에 연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심전도 AI는 ST분절(심전도에서 QRS파가 끝난 뒤 T파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구간) 상승으로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심혈관 조영실을 즉시 가동하고, 고칼륨혈증 가능성이 제시되면 현장 정맥혈 가스분석 검사로 즉시 확인하는 절차를 제시했다. AI 분석 결과도 별도 로그인 없이 기존 병원정보시스템(HIS)과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정 실장은 다만 “정확한 AI 소프트웨어가 곧바로 더 좋은 의료를 만든다고 할 수는 없다”며 “조기 경보 성능이 높아 환자를 중환자실로 빨리 옮겼더라도 실제로 그 결과 사망률이 줄었는지까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입 이후 사용률·오류 점검까지 병원의 과제
병원이 AI를 선택할 때는 성능 외에도 검토할 사항이 많다. 의료진의 임상적 유용성과 책임, 정보 부서의 시스템 연계와 보안·장애 대응, 경영진의 도입 비용과 운영 지속성 등이 주요 고려 사항이다.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사람과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의 요구가 같을 수는 없어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HIMSS(미국 보건의료정보관리시스템협회)의 분석 성숙도 평가 모델(AMAM)에서 최고 단계인 7단계 인증을 받았다. 정 실장은 “해당 평가 모델은 AI 자체부터 평가하지 않는다. 기관 차원의 제도와 체계, 업무 흐름과의 통합, 사후 평가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결과가 진료 결정에 필요한 시점에 기존에 쓰이던 업무 화면으로 전달돼야 한다. 결과를 누가 확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행동할지, 응답이 없거나 오류가 생기면 누가 대응할지도 정해야 한다”라며 “도입 후에는 사용률과 업무 부담을 살피고 문제가 드러나면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AI 도입은 한 번의 승인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후 평가를 하고 필요 없는 AI 소프트웨어는 걷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며, 연동하고 도입하는 데 이미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철회도 쉽지는 않다.
정 실장은 “이 과정에서 병원과 기업이 표준을 만들고 시스템을 연계하는 경험을 쌓는다면, 도입 후 AI 소프트웨어를 철회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기관 단위 성과 보상 논의…검증·시스템 연계 비용도 고려해야
지속적인 활용을 위한 보상도 과제로 제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AI 의료기기 549건 가운데 별도 보상 경로가 확인된 것은 49건(9%)에 그친다.
정 실장은 “의료기관에는 AI를 썼을 때 어떤 보상이 따르는지도 중요하다”며 “현장에서는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실제로 노력하는 사람과 보상을 받는 사람이 다를 수 있어 적절한 보상 구조인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행위별 수가와 선진입 제도에 더해 기관 단위의 성과를 보상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AX 적정 보상’ 방안 역시 AI를 도입해 환자 편익과 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한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정 실장은 “적은 사례라도 AI 도입 효과를 입증하면 우선 보상을 시작하고, 이를 마중물 삼아 대규모 연구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려는 취지”라며 “기업과 의료기관이 협업해 짧은 기간에 작은 성공 사례라도 만들면 양쪽에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분당서울대병원도 여러 정부 사업을 통해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의료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많다”며 “적절한 프로세스 재설계와 이를 고려한 개발, 현장 도입이 필요하다. 기업도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찾고, 그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는 순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