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흡입 독성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한의원에서 아무런 안전성, 유효성 검증 없이 한약 흡입치료를 하고 있어 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22일 "보건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한약 흡입치료도 한약이나 약침 등과 마찬가지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검증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소아 전문 프랜차이즈 한의원 등은 네뷸라이저를 이용해 증류한약을 미세한 입자로 분사시키는 방법으로 한약 흡입치료를 하고 있다.
S한의원은 "한약 흡입치료는 코 점막의 염증과 붓기를 가라앉혀 호흡기를 튼튼하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의사가 환자의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33조 제8호에 따라 대한민국 약전 및 약전외 한약(생약) 규격집에 수재된 품목의 경우 반드시 '한약재 안전 및 품질관리 규정'의 품질관리 기준에 맞는 규격품을 사용해야 한다.
'한약재 안전 및 품질관리 규정'은 규격품 대상 한약재의 잔류농약과 중금속 등의 품질 기준에 관한 것으로 한약재 자체 독성이나 효능과는 관련이 없다.
규격품 대상 품목 외의 한약재는 규제를 받지도 않는다.
한약재의 품질관리 기준은 있지만 흡입치료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검증 기준이 없다는 게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설명이다.
일부 소아 전문 한의원은 한의사의 진찰을 받기 전에 '서비스' 형식으로 한약 흡입치료를 제공하기도 해 오남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강석하 원장은 "대만에서 기니피그를 대상으로 한약 흡입치료 연구한 한 적이 있지만 인체에 대한 안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강 원장은 "네뷸라이저는 중금속 등 고체성분까지도 미세먼지 형태로 분사해 체내에 침투시키기 때문에 한약의 냄새를 맡거나 증기를 쬐는 것과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산수완미래아동병원 유용상 원장은 "흡입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당장에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폐섬유화 등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용상 원장은 "'맹물약침'으로 드러난 산삼약침의 사례처럼 극히 미약한 농도의 약제를 물에 혼합해 부작용 위험을 줄이고, 검증되지 않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성·유효성 입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한약과 한약제제가 광범위하게 처방되고 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사전 심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가의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