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식이,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관리해주는 어플리케이션(APP)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최근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에 앱을 활용하는 것이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가 공개됐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앱 활용 실증사업’ 보고서에서 이 같은 결과가 보고됐다.
해당 보고서는 진흥원의 '건강관리서비스 산업화 기반 구축 및 활성화 방안' 사업의 위탁연구용역과제로 주관연구책임자는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가 맡았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진료 시간 짧아 현실적 건강관리 제공 어려워
보건복지부는 만성질환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차의료기관은 기본진찰료 수준이 낮아 환자 1인당 진료 시간이 짧고 생활 습관 관리에 대한 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아 만성질환자에 대한 건강관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성질환 시범사업에 '케어코디네이터 제도'를 도입했지만 전체 참여 의원의 10.1%만이 케어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등 부담이 커 해당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고혈압‧당뇨병 환자 진료비 급증으로 국민과 국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일차의료기관에서는 복약, 식사, 운동 등 환자 생활습관 모니터링 기능이 부재하고 환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자료 및 자동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환자는 환자대로 짧은 진료 시간으로 인해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고, 생활습관에 대한 모니터링 부족으로 인해 생활습관 교정이 어려워 그 효과를 체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건강관리 및 진료에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한 '비대면'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만성질환관리를 돕는 건강 및 피트니스 분야 앱이 개발되며 정부도 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Digital Health Trends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9만개 이상의 건강 앱이 출시됐으며 현재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건강 앱은 35만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서비스에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기술을 접목해 일차의료 기관의 건강관리 역량 강화 및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의 효과를 검증하고 향후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의 정책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사업의 목적을 밝혔다.
건강관리 '눔' 앱 활용한 만성질환관리, 앱 사용 전후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 확인
연구팀은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 건강관리 앱인 '눔(Noom)'을 이용한 1차년도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앱 활용 모델 개발 및 실증사업' 참여자 총 189명(중재군 137명, 대조군 52명)의 프로그램 참여 1년 후의 변화를 추적 관찰해 중재군 및 대조군 체중 변화 및 행동 변화의 차이를 분석했다.
1차 년도 시범사업 대상자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중 하나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눔을 이용한 생활습관 데이터를 수집해 교육을 제공하고, 만성질환 관리 계획 수립 및 앱 활용을 독려하는 모델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1차년도 사업 종료 1년 후 체중 변화는 중재군 및 대조군 간 차이가 없었으나 1차년도 사업 당시의 체중 감소분(약 1.0kg)은 유지됨을 보였다.
하지만 행동 변화의 경우 1차년도 중재 후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건강한 식사하기, 절주하기에서 대조군에 비해 중재군의 행동 단계로의 변화가 증가했다. 그러나 이외에 불안감, 수면, 약물 복용 등에서는 중재군과 대조군에서 유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코칭 기간에는 1차년도에 제공된 서비스 모델이 체중 감소에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만 이후에 유지 기간에는 체중 감소에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는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체중 감소를 유지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었으며, 건강행동의 변화에도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코칭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모델의 특성 때문으로 생각되며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의 효과 지속성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1차년도 시범사업 이후 참여 환자 및 의원의 의견을 토대로 2차년도 사업 모델을 고도화했다.
먼저 2차년도 시범사업에는 비만이 있으면서 고혈압 또는 당뇨를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했고, 의료기관과 건강관리 앱 간 효율적 환자 관리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의료진이 환자 케어 플랜(care plan)을 설정하고 건강관리 앱 코치와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지속적인 앱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환자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다.
연구팀은 2021년 6월부터 8월까지 사업에 참여한 참여자의 12주간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 후 평가 지표의 변화를 측정했다. 참여 환자 총 모집 인원은 중재군 184명, 대조군 123명이었으며 이 중 설문에 참여한 인원은 중재군 163명(88.6%), 대조군 90명 (73.2%)이었다.
결과적으로 중재군과 대조군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건강관리 앱 사용 전후 분석을 보면 중재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체중 감소를 보였다. 특히, 눔 앱을 9주 이상 꾸준히 사용한 군의 체중감소가 가장 컸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수면의 질 변화도 앱 사용 전후 분석을 보면 중재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면의 질 향상을 보였고, 건강행동 변화도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건강한 식사하기의 경우, 중재군이 대조군에 비하여 행동 및 유지 단계로의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
인센티브 지급에 따른 간접적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앱을 꾸준히 사용하여 인센티브를 3번 이상 받은 군의 체중 감소가 가장 컸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던 것이다.
보고서는 "의료진과 건강 코치 간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2차 년도의 서비스 모델도 1차 년도와 같이 건강관리 서비스의 지속적인 사용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으며 인센티브 등을 활용하여 중재군의 앱 등 디지털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의 중재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건강관리 서비스 모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다만 "본 연구 결과는 이전 건강관리 앱의 효과에 대한 분석과 유사하게 일부 체중감량, 수면 및 건강행태 개선에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그 효과의 절대적인 크기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본 연구처럼 의료진-건강코치가 결합된 일차의료에서 활용 가능한 서비스 모델에 대한 효과성 검증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태이며 본 연구결 과를 고려하면 의료진이 앱과 휴먼 건강코치를 활용하여 만성질환자의 체중 감소 및 건강행태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만성질환 교육에 효과 입증…건강관리 서비스 인증제 및 수가 도입 필요
보고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관리가 필요한 환자군에게 건강관리 앱이 체중감소 및 건강관리 습관 변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향후 건강관리 서비스의 인증제 및 수가 도입 등을 통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의 수요 확대 및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차 참여 의료진 13명에 설문을 진행한 결과 눔 앱과 코치가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에게 도움이 됐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66.7%인 8명이었다. 특히 건강관리 앱과 코치의 중재로 초진 진료 시간은 11.7분에서 10.5분으로 감소하고, 교육 시간 역시 13.3분에서 10.1분으로 감소하는 등 교육 시간 단축에 효과가 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자 교육은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에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환자 측면에서 본인부담금 추가 발생으로 인한 부담, 의원 입장에서는 수가 신설로 인한 부가적 업무에 대한 부담 및 케어코디네이터 신규 채용 시 급여 지급을 위한 환자 수 등록 부담 등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 사실이다.
보고서는 "기존의 일차의료 진료와 IT의 결합을 통해 일차의료기관 주치의가 환자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눔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해석해 환자에게 필요한 건강관리 컨설팅을 수행하도록 도움을 줬다"며 "이는 진료의 질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환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치료 만족도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기존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환자 교육을 위한 자원으로 앱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기존의 일차의료 진료와 IT 결합 형태로 만성질환자 본인과 일차의료기관 의료진이 함께 개인 건강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 역시 지난해 6월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을 통해 서비스 기능, 효과 등을 평가해 인증하고, 인증받은 서비스와 기업정보를 공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조비룡 교수는 "현재 건강관리 앱의 제도화 방안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일차의료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환자의 특성을 기반으로 환자의 순응도 증진을 위해 환자 연계, 목표 수립 등을 일차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로 디지털 기반 만성질환 관리 정책 수립이 필요하며 앱에 대한 처방이 가능하도록 앱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 디지털 건강관리 앱에 적합한 인허가 절차와 앱 질 관리(quality control)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이며 환자의 지속적인 사용과 실질적인 질환의 예방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 컨텐츠 개발 및 코칭 트레이닝 프로그램(Coaching training program)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관리 앱에 대한 적절한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