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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수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소아+외과' 의사…의대 정원 늘려서 필수의료 살리기 "허무해"

    [인터뷰] 박준범 충남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저보상+고강도 근무+의사 형벌화에 지원자 감소…"의사 수 늘리기보다 집중화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3-10-30 06:44
    최종업데이트 2023-10-30 12:15

    충남대학교병원 소아외과 박준범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어느새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변모한 가운데 저출산과 저수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과와 고난이도 수술로 의료 소송 등의 위험에 처한 외과가 결합된 소아외과 의사들은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연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놓고 싸우고 있는 이 시간에도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필수의료 의사들은 10년 후에 배출될 의사보다 당장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대책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저출산으로 소아 환자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낙수효과'조차 기대하기 힘든 '소아외과'는 절대적인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의사인력을 한데 모아 업무 강도를 줄이고 향후 후배들이 소아외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전, 세종, 충남권역 소아외과 전문의 3명…24시간 온콜 대기 상태, 지원자 계속 줄어

    충남대병원에서 소아외과, 복강경외과, 탈장 소아동 어린이센터 진료를 맡고 있는 박준범 교수는 대전과 세종 및 충충남북도 권역에 존재하는 소아외과 전문의 3명 중 1 명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소아외과 환자는 사실상 이 3명의 전문의들이 전부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소아외과'는 18세 이하의 소아 및 청소년의 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외과의사로 신생아의 다양한 선천성 기형(항문폐쇄, 식도폐쇄, 선천성 거대결장, 장무공증, 횡격막탈장, 선천성 담도폐쇄 등), 탈장, 소아 외상, 소아 종양, 소아 장기 이식에 이르기까지 소아 환자에 특화된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있다. 

    소아는 단순한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기에 외과의 세부전문의로서 자격을 인정받아야 전문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따라서 성인을 주로 다루는 외과 의사가 소아 외상환자 등을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저출산으로 소아환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중증 응급 소아 외상환자 등이 발생했을 때 전문적인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을 경우 적절한 조치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소아외과 전문의는 적정한 인력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평상시에 수술을 필요로 하는 소아환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성인 환자 수술도 함께 하고 있다. 수익 창출 측면에서 병원들이 소아외과 전문의를 충분히 보유할 유인이 적다. 그렇다 보니 갑자기 발생하는 응급상황 등 필요할 때 소아외과 의사가 없어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교수가 근무하는 충남대병원은 소아외과 전문의가 2명이라 24시간 소아외과 전문의가 병원에 상주하는 당직은 불가능하다. 대신 2명의 교수는 365일 24시간 상시 '온콜(on call)' 대기 상태다.

    박 교수는 "워낙 병원마다 소아외과 의사를 갖춘 곳이 많지 않다 보니 과거에는 수술이 필요한 소아 환자를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는 곳으로 이송해 문제가 되는 일도 발생했다. 그래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응급환자 이송 전에 전화를 해서 소아외과 전문의가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게 됐다. 하지만 소아외과 인력풀이 워낙 적다 보니 소아외과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현장에 없으면 당장 수술할 소아외과 전문의를 찾아 구급차가 돌아다니다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근무하는 인력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소아외과의 더 큰 걱정은 젊은 외과 의사들이 소아외과를 기피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3년 52명이던 소아외과 세부전문의 지원자는 최근 들어 1~2명으로 줄었고, 2021년에는 아예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2020년 기준 소아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전국 31곳에 불과하며 이를 근거로 전국에 활동 중인 소아외과 환자는 50명 미만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아에 투입되는 인력, 성인보다 많지만 처치료 차이 없어…외과 형사처벌 경향에 "더 위축"

    박 교수는 이렇게 소아외과를 선택하는 의사가 적은 이유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외과계열이 그렇지만, 한 지역사회에서 믿을만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소아외과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소아외과 의사가 되었으나 본인을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병원도 없고, 적절한 보상도 못 받는다면, 과연 누가 이 길을 선택할까?"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그래도 소아외과 의사가 집중되어 있고 환자가 몰리는 서울지역의 몇몇 대형병원은 괜찮겠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후배 외과의사에게 소아외과를 권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이미 저출산과 저수가로 폐과를 선언한 지 오래다. 소아외과도 소아청소년이라는 특수 연령대를 다루는 과인만큼 저출산과 저수가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실정이다.

    박 교수는 "소아환자 각 개인에 투입되는 의료자원(특히 인력)은 성인과 같은 시술, 같은 처치를 시행하는 경우와 비교해 훨씬 많이 투입된다. 그러나 처치료는 소아와 성인 간에 차이가 없다. 수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인력을 많이 배치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병원에서 현재 의료수가로 소아외과 환자만 진료해서는 병원에서 제 몫(?)을 못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성인환자 수술도 할 수밖에 없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외과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등 사법부가 의사들에 대해 과도한 의료사고 배상 책임을 물으면서 안 그래도 위축되고 있는 외과계는 더욱 움츠려 들고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내리는 결정은 해당의사가 여러가지 상황들을 고려하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내리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개인이 생각한 최선의 방법이 항상 좋은 결과만 나타낼 수는 없다. 환자의 상황 및 상태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고, 뒤집어서 보면 허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거의 모든 외과의사들은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럼에도 여러 전문적인 지식 및 경험을 가지고 종합해서 판단을 한다. 그런데 일련의 판결을 보면 전문가의 판단 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만 놓고 의사들의 부주의만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의대 정원 앞서 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 우선 돼야…소아외과, 지역별 집중화 제안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전국이 떠들썩한 상황에서 오늘도 수술장에서 땀 흘리는 의료진에게는 이러한 논의가 허탈할 뿐이다.

    박 교수는 특히 '소아외과'의 경우 의사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며 저출산으로 환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아외과 의사를 늘린다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산재돼 있는 것이 문제다. 한정된 의료 자원을 집중해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당직도 설 수 있고 교육과 연구에도 힘을 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각 병원에 소아외과 의사가 1명 혹은 2명 정도의 의사들이 있는 병원이 많다보니 하루하루 수술에 쫓겨 제대로 능력 발휘를 못하고 있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병원마다 소아외과 의사가 1~2명인 병원이 많은 이유는 소아외과가 외과 필수 수련 과목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보니 수련병원들은 어쩔 수 없이 1명이라도 소아외과 의사를 병원에 배치해 데리고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저출산 상황에서 병원들도 소아외과 의사를 무한정 많이 보유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송 시스템만 제대로 갖춘다면 산재된 소아외과 의사를 거점에 모아 3교대를 하든 당직을 서서 365일 응급 상황에 대응 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집중화가 현실적 대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는데, 의사가 너무 많아서 넘치고 넘쳐서 레드 오션인 파트의 사람들이 내려오는 낙수효과가 정말 소아외과라고 하는 가장 바닥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사 수가 부족한 측면도 분명 있겠지만, 인적 자원에 대한 효율적인 배분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소아외과는 필수 의료분야로서 공백이 생기면 그 피해는 오롯이 지역사회 어린이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현재 수가체계에서 병원에만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는 상태임은 자명하다"며 "따라서 이를 해결하려면 수가도 중요한 문제지만 투입되는 인력을 공공재로서 지원하고 외상센터와 같이 지역별 집중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