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현재 정부에 있는 의료인 면허 규제 권한을 정부와 의료인 단체가 아닌 독립적 기구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종적으론 의료인 단체의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지만 아직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권오탁 법학박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제22권 제3호에 게재한 ‘의료인의 면허제한 범위 확대와 기본권 제안’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의료인 면허 결격·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에 대한 금고이상 형으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권 박사는 결격·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에 대한 금고이상 형으로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업무상 과실로 인한 금고 이상 실형의 경우는 면허제한 범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형사사건 중 금고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높지 않아 금고형이 선고될 정도의 범죄는 그 범죄의 유형을 떠나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라며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과 환자간 신뢰관계 형성·유지는 어렵기 때문에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업무상과실인 경우에는 형사책임과 별개로 해당 의료인의 의료행위 수행 가능성, 적정성 등의 기능적 측면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면허제한의 정도를 결정하는 합리적 면허제한 심사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심사는 결국 전문가 집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권 박사의 주장이다.
권 박사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규제는 집단 스스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라며 “의료인도 이런 전문가 집단에 속하기 때문에 자율적 규제를 통해 면허제한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율규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 형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는 현재는 의료인 단체에 대한 신뢰가 미성숙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현재처럼 절차적으로 미흡한 정부 주도의 면허규제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당사자의 수용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 박사는 자율 규제에 앞서 별도의 독립적 면허심의 기구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의료인단체가 신뢰와 경험이 축적될 때까지 독립적 면허심의 기구를 만들어 운영함으로써 스스로의 전문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