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잠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불면증을 만성화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잠에 대한 불안과 공포, 시계를 보며 잠을 자는 시간을 계산하는 것, 낮의 불편함을 전일 잠을 못잔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이 오히려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대한수면의학회 교육위원장 겸 교육이사)는 13~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D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꿀잠프로젝트 슬립테크 2020-대한수면의학회 특별세미나에서 '불면증의 진단과 치료'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불면증이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다음날 활동을 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양적, 질적으로 충분한 잠을 못 자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불면 증상은 일반 인구의 33~55%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10~15%는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불면 증상을 겪는다"면서 그 위험 인자로 ▲고령 ▲여성 ▲공존질환 ▲실직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을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불면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있고, 원인 치료를 하면 불면증도 치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불면증과 동반되는 지로한을 치료해야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 "불면증과 동반질환을 같이 다뤄줘야 치료를 적절하게 할 수 있다. 수면습관을 잘 조절하면서 남은 부분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면증 환자들이 클리닉에서 호소하는 불면을 악화시키는 합리적이지 않은 믿음으로 '내일 피곤하지 않으려면 한번도 안 깨고 자야 해' '8시간 이상은 자야지' '제대로 못 자면 암에 걸릴거야' 등이 있다고 했다. '또 못 자면 어쩌나'와 같은 잠에 대한 불안과 공포, 시계를 보며 잠을 자는 것, 낮에 불편하면 '어제 못자서 그렇다'와 같은 생각들은 불면증을 만성화시킨다.
이 교수는 "잠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불면의 원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자신이 잠을 자지 못하고, 이것이 자신의 인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몰두하는 것, 잠을 자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등이다.
그는 "불면증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50%로 손님같은 병이다. 만성화되는 긴 손님이 있는 사람은 그 원인이, 공존질환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불면증의 치료는 건강한 수면습관,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이 교수는 "수면을 위해 이완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가지도록 권고하고 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복식호흡같은 것을 할 수 있다. 약간 이른 시간,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아침에 좀 부족한 듯이 자고 밖에 나가 30분간 햇빛을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한 수면 습관으로 ▲낮잠 피하기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기 ▲수면시간에 임박해 자극적인 활동 및 생각 피하기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 삼가기 ▲밤늦은 운동 삼가기 ▲잠들기 2시간 전 온욕 ▲과식 및 과음 삼가기 ▲침실 소음과 빛 통제, 적절한 온도 유지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심한 운동은 체온을 상승시키며 6시간이 지나야 체온이 떨어지고 비로소 잠을 잘 수 있게 된다"면서 "따라서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이전에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담배는 중추신경계 흥분제 역할을 하고 커피는 불면증을 유발하며, 술은 얕은 수면을 증가시키고 깊은 수면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인지행동치료의 첫 번째 요소는 자극 조절이다. 이 교수는 졸릴 때만 침실로가기, 15분 정도 잠이 안오면 침대에서 나오기, 시계 보지 않기 등 별거 아닌 습관 같은 것도 불면증을 크게 개선시킨다고 했다. 수면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불면증에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자는 시간과 실제로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이 일치하도록 하고,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수면제는 급성 불면증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원인 평가 없이 수면제만 복용하면 안 된다. 만성 불면증에 대해서는 인지행동치료와 건강한 수면습관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면서 "수면제는 보조적 수단이며 가급적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