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이 13일까지 입법예고된 가운데, 의료계가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진료업무'가 포함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입법예고된 상태에서 문제제기와 공론화가 이뤄지다보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병원계, 간호계 등 다양한 직역의 의견을 듣고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일 전문간호사 자격인증 등 일부개정안 입법예고를 밝히면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참여한 협의체에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범위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실제로 지난해 12월 의사협회, 간호협회, 병원협회,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참여하는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협의체’가 구성돼 회의가 네 차례 진행되긴 했다.
그러나 의협 관계자들은 "협의체에 의협이 참여하긴 했으나 복지부는 간협을 제외한 의협과 병협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간협의 주장을 변호하면서 두 가지 개정안 후보 중 간호계가 주장한 안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1안의 경우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보건간호 영역에 한정돼 있었고, 2안은 현재 입법예고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당시 협의체에 참석했던 의협 김경화 기획이사는 "4차회의에서 복지부는 전문간호사 관련 두 가지 후보 안건을 제시했고 의협과 병협은 1안을, 간협은 2안과 관련된 수정안을 내놨고 복지부는 간협의 의견만 수용해 2안을 채택했다"며 "아무리 의협과 병협이 반대의견을 내놔도 전혀 수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결과적으로 보면 의료계의 주장은 모두 묵살된 것에 비해 협의체에서 간협이 주장했던 의견의 99%가 받아들여졌다.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이 어느 정도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임무감까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협의체에 참석했던 의협 연준흠 보험이사(상계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도 협의체 회의에서 전혀 의견수렴 과정은 없었다고 분개했다. 의료계는 회의 당시 전문간호사 업무가 진료가 아닌 간호업무로 명확히 제한돼야 한다는 점과 13개나 되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자격도 4~5개로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반드시 제외돼야 할 분야론 마취와 임상 분야라고 강조했다.
연 보험이사는 "협의체 구성과 논의 과정은 이미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한 이후에 의견을 듣는 것처럼 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의협의 주장은 하나도 수용되지 않았다"며 "이번 전문간호사 개정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복지부의 '답정너' 스타일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 업무 개선은 동의하나 전문간호사 개정안과 간호사 처우개선은 전혀 연관이 없는 문제라는 점을 협의체에서 수차례 밝혀왔다"며 "모법에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가 '전문간호업무'라고 돼 있는데 시행령과 규칙을 통해 그 이상을 담는다는 것 자체가 법체계상 맞지 않다. 법제처에서도 분명히 이런 문제를 지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한 과정에서 5000건의 의견을 받아 의협, 병협, 간협 등의 협의체에서 최종적으로 규칙을 정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