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암 환자에서 많이 사용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가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면역관문억제제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으로 치료받은 요로상피세포암(방광암) 환자에서 PPI 사용은 더 나쁜 예후와 관련 있었다.
호주 플린더스대학(Flinders University) 애슐리 홉킨스(Ashley Hopkins) 박사팀은 PPI 사용이 면역관문억제제 아테졸리주맙 또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의 생존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에 발표했다. PPI는 위산역류, 속쓰림, 위궤양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홉킨스 박사는 "최신 근거에 따르면 PPI는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킨다"면서 "변화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암 환자의 약 30%가 종종 PPI를 장기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PPI가 면역관문억제제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지 빠르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테졸리주맙을 평가한 IMvigor210 및 IMvigor211 임상시험 데이터를 조사했다. IMvigor210은 이전에 치료를 받았거나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아테졸리주맙을 평가한 단일군 연구였고, IMvigor211은 이전에 치료받은 환자에서 아테졸리주맙과 항암화학요법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 시험이었다.
IMvigor210에 등록된 환자 429명 가운데 33%가 아테졸리주맙 치료 시작 전 30일 또는 이후 30일 이내에 PPI를 사용했다. IMvigor211에서는 아테졸리주맙군 467명 중 31%, 항암화학요법군 185명 중 40%가 60일 이내에 PPI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아테졸리주맙으로 치료받은 환자 중 PPI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PPI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68% 높고, 질병 진행 위험은 47% 높으며, 객관적 반응율은 54%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PPI 사용은 환자 및 종양 특성을 조정한 뒤에도 더 나쁜 결과와 관련 있었다. 대조적으로 PPI 사용은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전체 생존율, 무진행 생존율, 객관적 반응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PPI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 가운데 아테졸리주맙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31% 낮았다. 그러나 PPI를 사용한 사람에서는 아테졸리주맙과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간 생존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홉킨스 박사는 "PPI는 암 환자에서 최대 50%까지 남용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되며, 겉보기에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특히 요로상피세포암 치료제로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할 때는 중요하지 않은 PPI 사용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연구는 하나의 암 유형에서 단일 면역관문억제제를 평가한 후향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향후 연구에서 PPI 사용이 다른 면역관문억제제, 추가 암 유형 및 다양한 조합의 면역관문억제제 또는 항암화학요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