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보톡스 사용 합법 및 프락셀 시술 무죄에 이어 한의사가 뇌파계를 이용해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까지.
갈수록 의사들의 고유한 '면허 범위'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한의사의 카복시, 초음파 기기를 사용을 놓고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받고 있다.
한의사 A씨와 B씨는 각각 카복시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환자들을 진료하다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한의사 A씨는 지난 2013년 비만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카복시 기기를 이용했으며, B씨는 2010년부터 약 3년간 초음파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했다.
이로 인해 한의사 A씨, B씨는 모두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1항(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위반으로 1심 법원에서 각각 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의사 A와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의사가 기복기(한의학에서 카복시를 기복기로 지칭)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1일 항소심 공판에서는 한의사 A씨와 B씨를 변호하기 위해 한의대 교수 2명이 증인으로 출석, 한의사가 카복시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피력했다.
"오히려 한의사들이 더 잘 다룬다?"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한의대 C교수는 "한의사가 기복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며, 한의학적 이론을 현대의료기기에 접목해서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C교수는 기복기는 장침전기자극술과 마찬가지인 한방원리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혈자리를 정확히 찾아 침을 놓고 경락을 자극하는 것이 전통적인 한방원리며, 침을 놓은 자리에 기복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넣으면 신진대사를 보다 효과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C교수는 "오히려 한방지식이 없는 자들이 기복기를 사용하면 부작용이 더 심각할 것"이라면서 "한의사가 의사보다 기복기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증언했다.
더불어 기복기를 사용하는 침은 1.2cm 정도로 10cm 정도의 장침을 사용하는 장침전기자극술보다도 훨씬 쉽고, 그만큼 부작용도 적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한의대 교수 "초음파 기기, 진단 도구일 뿐"
증인으로 나온 D교수는 "초음파 기기는 단순히 진단을 도와주는 도구로서 한의사들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D교수는 "그동안 한의사들이 망진, 설진, 문진, 절진으로 환자의 증상을 파악하고 진료를 봤다면, 초음파를 한의학적 관점에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음파를 판독하는 것은 의사나 한의사를 구별하는 것보다 실력의 차이로 볼 수 있으며, 의사들도 면허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라고 D교수는 강조했다.
의사 면허범위 위협하는 보톡스, 프락셀, 뇌파계 판결
한편 최근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보톡스, 프락셀 시술, 서울고법이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고 잇따라 판결하면서 이들 판결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의사 A,씨와 B씨의 변호사 측은 "최근 보톡스, 뇌파계 등 비슷한 사건들이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 또한 마찬가지로 일맥상통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건강증진을 시키는 것이 어떤 것이냐, 그 중 위험한 요소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의사가 기복기나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은 위해하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당연히 이 사건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런 판결이 결국 의료계 직역 간 붕괴를 초래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