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후속대책으로 특정인의 잘못을 따져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찾아 공개해 다른 병원에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도 여기에 동의하면서 병원과 정부가 함께 개선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이상일 교수(사진)는 7일 인구정책과 생활정치를 위한 의원모임이 주최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사망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점'을 발표했다.
이상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병원 내 감염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이와 비슷한 감염문제는 시시각각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덮어두거나 감춰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병원은 감염에 있어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연간 의료사고 사망환자 수는 연간 4만 3000명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여기서 예방 가능한 사망이 1만 9000명이다"라면서 "연간 교통사고 환자 사망자 수인 6000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확한 원인규명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은 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시각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불행하게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따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건의 사후처리 과정에서 적절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며, 책임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누가 잘못했는지를 놓고 아예 책임을 묻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잘잘못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문제해결이 어렵다"면서 "사고는 한 부분을 잘못했다고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연결된 부분에서 구멍이 나서 발생하는 것이다. 한 부분의 구멍만을 볼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문제된 부분만 해결하는 과거와 같은 방식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은 2015년 있었던 장성요양병원 화재발생 등을 겪으며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면서 "당시 대책을 마련할 때 스프링클러 등 기준 개선을 요양병원에만 한정하고 급성기병원에는 적용하지 않아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소를 잃어버린 외양간을 고칠 때는 마구간 또한 들여다볼 줄 알아야한다"면서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발생하자 복지부는 적정성평가 등 단기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과거와 같은 즉각적인 대응방식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려할만한 몇 가지 조항들도 제안했다. 현재 유가족은 이대목동병원이 사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는 상황 등에 분노하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이대목동병원은 사건이 발생하자 유가족에게 설명하는 대신 언론 브리핑을 먼저 실시했다. 이는 병원의 제대로 된 대응시스템이 부재한 것"이라면서 "환자안전사건의 소통 촉진을 위해 법률적 보호 장치인 사과법(apology law)이나 소통하기법(disclosure law)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사과법이란 민사적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의료진이 환자안전사건을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감이나 유감, 사과 등의 표현을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상당수 주(state)에서는 이미 사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보통 의료진이나 병원은 혹시 나중에 소송의 꼬투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환자와의 대면을 꺼린다"면서 "사고에 대해 의료진이 사과와 유감을 표시해도 이를 법적 증거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사과법에 대해 이제는 우리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 안전에 있어 적신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국회, 전문가, 복지부, 유가족, 시민단체 등으로 사례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조사와 대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적신호사건 보고 의무화는 가야할 방향"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정은영 과장은 적신호 사건에 대한 보고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적신호 사건의 분류와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하며,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는 전문성을 마련하려면 정부와 의료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지난 1년간 환자안전종합계획을 논의한 결과, 의료기관의 자율보고와 적신호 보고 의무화에 대해 팽팽한 대립이 있었지만 적신호 사건 의무 보고화는 정부가 가야할 방향"이라면서 "자율보고 또한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현재 자율보고를 검토하고 주의경보를 발령하는 전문가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적신호 사건 보고를 의무화하면 이를 정확히 원인 분석하고 조사하는 운영단 등 체계도 제대로 갖춰야한다"면서 "복지부가 의료기관평가인증원과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과장은 보고를 '의무화'하는 순간 패널티도 함께 부과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방법도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건강보험 청구 보상금을 낮추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크게 부각된 부분인 부족한 의료인력과 관련해한 인력 수가 보전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심평원 의료수가실 김정옥 실장은 "지금도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사가 24시간 상주하는 경우 수가를 신설해 제공하고 있다"면서 "환자의 중증도나 손이 많이 가는 환자의 경우 인력 투입에 대한 수가 보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작년 10월 환자안전과 관련해 인력과 안전관리 활동을 하는 경우 수가를 신설했다"면서 "올해는 수술장 감염 예방관리 수가 부분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