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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다른 환자 수술 중’ 수용거부 인정한다지만…법원은 왜 계명대 책임 물었나

    시행령 개정안 수용곤란 사유 구체화…항소심 “병원 전체 가용자원·초기처치·타과 대응 가능성 확인 없이 거부”

    기사입력시간 2026-09-01 07:06
    최종업데이트 2026-09-01 07:45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다른 중증응급환자를 수술하느라 최종진료 전문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경우를 정당한 응급환자 수용곤란 사유로 명문화하고 있지만, 이 기준만으로 의료기관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원이 다른 중증외상환자를 수술하고 있었다는 계명대동산병원의 수용 거부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특정 진료과 전문의가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응급실 병상과 당직 의료진, 초기 응급처치 가능성, 다른 진료과의 대응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31일 대전고등법원은 최근 학교법인 계명대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중단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3월 대구에서 건물 추락으로 다친 17세 환자가 약 2시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사건에서 비롯됐다.

    복지부는 계명대동산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며 시정명령과 6개월간 응급의료 관련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계명대는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은 계명대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재 사건은 계명대 측의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응급실 28병상 중 13병상 가용…“최종수술 어려워도 초기처치 가능”

    판결문에 따르면 계명대동산병원은 환자 수용 요청 당시 외상외과 전문의 등이 다른 중증외상환자를 수술하고 있어 새로운 환자를 받아도 필요한 수술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환자를 일단 수용해 초기 응급처치만 한 뒤 다시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면 오히려 최종수술이 늦어져 환자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병원의 응급의료 자원이 모두 소진된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오후 3시 53분 환자 수용을 요청했을 당시 계명대동산병원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을 포함해 의사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전체 28병상 가운데 13병상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인력과 시설을 고려하면 병원이 환자를 우선 수용해 기도 확보와 산소 공급, 수혈·수액 공급 등 초기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봤다. 활력징후를 관찰하면서 뇌출혈이나 복강·흉강 내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도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는 최종수술만을 의미하지 않고 상담과 구조, 이송, 응급처치와 진료 등 환자의 생명 위험과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포함한다는 것이다.

    즉 외상외과 수술을 즉시 시행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응급의료가 불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외상외과 수술과 병원 전체 수용능력은 별개…신경외과·영상의학과도 따져

    재판부는 당시 다른 중증외상환자 때문에 외상외과 의료진을 추가로 투입하기 어려웠다는 병원 측 사정 자체는 인정했다.

    사고 당일 계명대동산병원은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중증외상환자를 수용했고, 오후 4시 5분부터 외상외과 전문의 2명과 정형외과 전문의 1명이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다만 해당 수술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참여하지 않았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병원에 환자 수용을 재차 요청하면서 좌측 후두부 부종이 있다는 사실도 알렸지만, 병원은 신경외과 진료 가능성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의학과를 통한 진료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다른 중증외상환자에게 혈관조영술을 시행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오후 3시 28분 시술을 마친 상태였다. 법원은 환자 수용 요청이 들어온 오후 3시 53분에는 새로운 환자의 출혈 위치를 확인하거나 필요한 경우 색전술을 시행할 여지가 있었다고 봤다.

    특정 진료과 의료진이 다른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이 보유한 다른 진료과와 응급의료 자원을 확인하지 않고 수용을 거부한 것은 최선의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환자 상태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병원은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환자가 즉각적인 외상수술이 필요한 중증외상환자였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환자는 의식이 명료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사고 직후 혈압은 110/70mmHg, 맥박은 분당 90회, 산소포화도는 96%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며 구급대원도 환자를 중증외상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좌측 후두부 부종과 발목 외상이 있다는 정보만으로 다발성 장기손상이나 과다출혈이 발생해 즉시 외상외과 수술을 해야 하는 상태라고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결국 병원이 환자를 직접 수용해 검사하거나 중증도를 평가하지 않은 채 외상외과 수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고 수용 자체를 거부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최종치료 어렵다”와 “수용 자체 불가” 구분…시행령만으로 경계 불분명

    복지부는 지난 7월 응급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응급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했다.

    개정안은 시설·장비·인력 등 응급의료자원이 모두 가동 중이어서 추가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를 수용곤란 사유로 규정했다. 중증외상이나 심뇌혈관질환 환자에게 최종진료를 제공할 전문인력이 다른 중증환자의 수술 또는 최종진료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했다.

    이에 따르면 계명대동산병원이 주장한 상황도 수용곤란 사유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전문인력 일부가 다른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병원 전체의 환자 수용능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새로 이송되는 환자에게 해당 전문인력의 최종진료가 반드시 필요한지, 응급실 의료진이 초기 처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다른 진료과를 통한 검사와 치료는 가능한지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정 진료과의 최종치료가 어렵다는 사실을 119에 알리는 것과 환자 수용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다르다고 봤다. 병원이 최종수술의 어려움을 설명했다면 구급대가 해당 병원의 초기 처치 가능성과 다른 병원의 상황을 종합해 이송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취지다.

    특히 당시 119는 대구 전역에서 2차 병원까지 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병원에 설명했다. 법원은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개별 진료과의 사정을 이유로 환자를 선별적으로 거부할 수 있도록 하면 응급실 뺑뺑이를 막으려는 응급의료법의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대 응급의학과  A교수는 "문제는 시행령 개정안만으로 의료기관이 환자 수용 전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라며 "담당 전문의가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응급실 병상과 당직 의료진, 다른 진료과 전문의의 위치와 업무상황, 검사와 시술 가능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제한된 정보로 수분 안에 판단해야 하지만, 사후 법적 판단에서는 병원 전체의 자원과 선택 가능한 다른 조치까지 검토될 수 있다. 수용곤란 사유를 명문화하더라도 현장의 판단과 법원의 사후 평가 사이 간극이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