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는 29일 “대법원은 재판연구관과 이해관계인 간 공무상비밀누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수사기관은 해당 사건의 불법 소지를 적극 수사해 일벌백계 하라”라며 전 대한한의사협회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상대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법원은 한의사의 진단용 초음파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종전에 없던 새로운 판단 기준 세 가지를 제시했고, 이 기준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한의사의 진단용 초음파 사용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구소는 “새로운 판단 기준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기존 의료법이나 의료기사법 등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한의사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판단한 정황이 보인다"라며 "판결문에서 한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피해자가 치료 시기를 놓쳐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의료계는 대법원의 판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연구소는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모씨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례 해석'이라는 제목으로 Q&A 형식의 글을 게재한데 대해 위법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최모씨는 글에서 대법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만 제시했지만, 치료용 의료기기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블랭크(blank)로 비워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라며 "비워둔 이유가 치료용 의료기기에 대한 판단을 구하면 그 때 다시 판단하기로 하고 이 부분을 비워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특히 해당 글에 "대법관들이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다. 다만 명확한 합의를 위해 판단 대상이 아닌 치료용 의료기기 부분은 제외해 놓은 상태일 뿐이다. 새로 판단할기회가 생기면 이번 판례의 정신에 기초해서 치료용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뜻이다"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연구소는 “최모씨는 글에서 '이상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의 직접 연락을 통해 확보한 사실이다. 대법관과 심도 깊은 토의를 통해 진단용 의료기기 외 부분을 블랭크로 남기기로 결정했으나 문제의식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고, 새롭게 판단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다 바뀔 것이다'라고 했다"라며 "이는 최모씨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는 증거이고, 글의 전체 맥락을 살펴볼 때 재판연구관과 상당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한의협이 사건의 초기부터 변호인단 구성에 직접 관여해왔고, 최모씨가 전 한의협 회장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최모씨는 이 사건에 깊숙이 관여해 담당 재판연구관과 접촉하면서 이익단체인 한의협의 입장과 생각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대법관들의 생각과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는 것이 충분히 짐작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법원 사건에서 대법관들의 합의내용이나 문제의식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연구소는 최씨의 글을 근거로 담당 재판연구관과 최모씨는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공동정범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대법관이 합의 절차에서 담당 재판연구관의 검토 의견을 참고한다는 점에서 재판연구관은 대법관의 심증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재판연구관의 성향이나 생각도 대법원 사건에서는 공개돼선 안되기 때문에 대법원은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연구관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이어 연구소는 “대법원은 비공개 대상인 담당 재판연구관 관련 정보가 어떤 경위로 노출돼 이해관계인의 소통 창구가 됐는지를 포함해 해당 사건에 대해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공무상비밀을 누설한 해당 재판연구관을 직위해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며 “검찰과 공수처를 비롯한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가 있는 담당 재판연구관과 최모씨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개시하고,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밝혀진다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