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환자의 병명을 오진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전문의가 환자를 대면했을 때는 이미 산소포화도가 매우 낮아 기도삽관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판단의 요지다. 특히 대법원은 급성후두개염을 애초에 진단했더라도 진료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14일 오전 10시 10분 A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를 상대로 한 검사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법원은 B씨와 전공의 C씨에게 각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4년 3월 호흡곤란 증세로 A병원을 찾은 52세 환자의 병명이 급성후두개염이었음에도 인두편도염으로 오진해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했고 이로인해 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응급실 책임자였던 B씨는 전공의 3년차였던 C씨로부터 구두로 환자의 증상을 보고받고 문진기록과 진료차트, 엑스레이 사진 등을 확인하지 않고 환자에게 기도삽관을 시도했다.
그러나 목의 부종으로 기도삽관이 실패로 돌아갔고 B씨는 뒤늦게 목 주위를 절개해 산소를 공급하게 하는 윤상갑상막절개술을 시도했다. 그 사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환자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사에 빠졌고 결국 7개월 뒤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1심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만 확인했더라도 목 후두의 부종이 매우 심한 상태를 보고 기도폐쇄를 야기하는 급성후두개염을 의심할 수 있었다"며 "구두보고에만 의존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검찰은 이미 민사재판에서 환자 배우자에게 3억원, 자녀에게 2억원씩 등 유족에게 B씨·C씨가 공동으로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가 결정됐고 이후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B와 C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 정도가 위중하다고 보고 이번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당시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응급의학과 의료진에 대한 금고형은 과한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의학회는 "법원 판결은 응급실 내 특수 환경을 고려하지 목한 것이다"라며 "B씨가 시행한 응급처치는 정확한 진단명을 확진하기 위한 영상의학적 검사 결과 확인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씨에 대한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환자의 상황이 심각해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보다 기도삽관 등 응급처치가 우선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환자를 처음 대면했을 때 이미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급격히 줄어든 상태였다"며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 보다 기도유지 등 처치가 필요했다. B씨의 기도삽관 결정을 과실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13분 내에 기관삽관을 성공했다. 이는 의료수준에 미달하거나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공의 3년차였던 C씨에 대해서는 엑스레이 사진 등을 확인하지 않고 B씨에게 보고한 점이 과실로 인정돼 항소가 기각됐다. C씨는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그대로 인정돼 의사면허 정지 상태다.
한편,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대외협력이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이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응급의료의 어려운 현실을 일정 부분 인정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