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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 처방 첫날 분위기..."대구·경북 중심으로 필요하면 동참해야"

    의협 차원으로 전면 거부했지만 일부 시도는 허용, 회선 늘리는 등 대비하는 개원의도

    기사입력시간 2020-02-25 09:28
    최종업데이트 2020-02-25 09:31

    사진=pixabay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전화 처방 저희는 하지 않습니다."(서울 A의원) "전화 처방 가능하니 처방전을 받을 약국 팩스번호나 이메일을 알려주세요."(대구 B의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의료기관 전화 상담과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실제 의료 현장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가 여러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지만 대규모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은 벌써부터 회선을 늘려 전화 처방에 대비하는 등 모습도 보이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조치가 의료계와 상의가 없던 것"이라며 공식적인 비판 입장을 내고 있다. 전화를 통한 처방이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게 반대 주장의 골자다.
     
    이에 의협은 23일 대회원 긴급 안내 문자를 통해 전화상담과 처방이 이뤄지지 않도록 협조 공지를 내린 상태다. 다만 개원가 현장의 상황에 맞춰 행동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협은 원칙적으로 대면진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원격진료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전화상담과 처방에 반대한다"며 "그러나 현재는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대구나 경북지역의 상황이 심각한 만큼 각 개원가 상황에 따라 의료기관장의 판단에 따라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의사회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해당 조치가 한시적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의사회도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면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경대연합외과의원)는 "대구와 경북의 경우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확진자가 계속 늘면서 언제 코로나 환자가 방문해 의원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회원 보호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해당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회원들에게 전화 상담과 처방에 참여하라는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구‧경북에서도 해당 조치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이 있다. 지금도 사무처로 항의 연락이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대구는 총체적 비상사태다. 여러 가지 대안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일선 개원가에 실제로 일부 전화 처방 문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전화 상담과 처방을 허용한다는 예외사항을 명시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예상한 대로였다. 
     
    경북에서 개원하고 있는 의사 A씨는 "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증상을 문의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대면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짜고짜 처방을 내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조문숙 노원구의사회 회장은 "현재 환자가 유선 상으로 처방을 원하면서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 없이 질러놓고 보는 정부 정책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감염과 전문의)도 "이번 조치를 찬성하는 의사들도 확진자가 의료기관에 오면 문을 닫아야 하니 울며 겨자 먹듯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참여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은 원격의료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개원가는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을 준비하면서도 환자 유치를 위해 전화 처방을 위한 경쟁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하고 수납하는 과정 등을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현재 전화 상담과 처방을 원하는 환자 유치를 위해 회선을 늘리고 팩스를 정비하는 의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약국이 아직 이 제도를 준비하지 못해 정착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서울에서 개원하는 C의원 원장은 "가뜩이나 환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경쟁 병원에 환자를 빼앗길까봐 걱정하는 개원의들이 있다. 자신의 병원에서 전화처방을 거부하면 혹시라도 경쟁병원으로 환자를 빼앗길까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는 "부득이한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부적절하다. 비상시국에 환자 몇 명 더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의료인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이번 시국을 타개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