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은 무산됐다. 하지만 대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의협 집행부가 경각심을 갖고 비대위 구성 목적이었던 문재인 케어 저지와 수가정상화를 포함한 의료현안 해결에 보다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관련기사=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 주요 발언록]
특히 이날 임총에서 쓴소리를 냈던 대의원들은 문재인 케어, 의료일원화, 경향심사 등의 정부에 끌려다니는 협상을 하지 않을 주문했다. 의료계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임총 동의서를 발의한 정인석 대의원은 임총 다음날인 4일 “대의원들이 아직 비대위 구성에 대해 시기 상조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라며 “집행부가 이번 기회에 대의원과 회원들의 목소리를 헤아리길 바란다”고 했다.
정 대의원은 “집행부가 출범한지 1년이 되는 내년 3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까지 이렇게 회무를 추진한다면 그 때는 분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총에서 여러차례 발언한 주신구 제주대의원(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도 비대위 구성 부결의 아쉬움을 전하면서 회원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고 했다. 그는 “이번 비대위 부결로 회원들은 집행부는 물론 대의원회까지 불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대의원은 “의협이 9월 27일 정부와의 합의문을 도출하면서 점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문재인 케어 저지는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라고 했다.
주 대의원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수가 정상화를 약속했다. 전 집행부 때 결성된 비대위에서 진행한 10차례 협상에 수가 정상화 방안이 포함됐다”라며 “그런데도 수가협상에서 수가인상률이 2.7%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한 “처음부터 수가 정상화를 다시 논의한다면 희망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원들의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전직 의협 보험이사 경험을 살린 발언을 했던 좌훈정 개원의대의원(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은 정부와의 협상을 할 때는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좌 대의원은 “뇌·뇌혈관 MRI 급여화 등의 협상을 하다보면 손해를 보는 진료과가 생기고 이득을 보는 진료과가 생긴다”라며 “의협이 협상을 주도하려면 여러 진료과들을 중재해야 한다. 손해보는 진료과에 손해를 최소화하고 손해가 있다면 보상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좌 대의원은 “경향심사나 의료일원화, 총액계약제 등은 논의 주제만 봐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의협이 관련 협의체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들러리가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예 처음부터 논의 구조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집행부가 열심히 해왔다고 본다. 다만 회무 경험이 부족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라며 “의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하고, 이에 따른 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는 이번 임총을 통해 대의원들이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그러면서도 대의원들의 지적사항을 잘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성균 대변인은 “9월 27일 마련한 의정합의문을 통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문재인 케어에서 ‘전면 급여화’는 사실상 저지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케어가 필수의료 중심의 단계적, 점진적으로 변경됐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의정합의에서 급여화 항목의 숫자는 한정하진 않았다. 의협이 개별 학회로부터 필수의료 항목에 대한 의견을 받은 다음 복지부와 상의해서 정해진다”고 말했다. 수가 정상화 논의는 10월부터 시작하게 되며 진찰료 인상과 처방료 부활을 건의할 예정이다.
의협은 지적이 많았던 의료일원화와 경향심사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의한정협의체를 파기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경향심사와 관련해서도 아예 논의를 하지 않고 경향심사라는 단어조차 쓰지 않기로 했다. 심사체계 개편 전반적인 틀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