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협 ‘문재인케어 대책실행위원회’가 의협 비대위와 독자적으로 문재인 케어에 대한 병원계 실무 협상을 진행한다. 병협은 10월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홍정용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병원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왔다.
김윤 교수의 문재인 케어 실행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수가보상안에 따르면 병원은 지역거점병원으로 규모를 키우거나 전문병원으로 기능을 분화하는 두 가지 큰 줄기로 방향을 정했다. 의료 취약지 26개 지역에는 민간병원의 규모를 확대하거나 공공병원 개설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김 교수는 "의협(의원 중심)과 병협은 입장이 다르며 병협을 통해 병원계 입장을 이야기해야 한다”라며 "정책은 완성된 상태가 아닌 만큼 합의점을 모으기 위해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병협 참여를 독려했다.
실제로 외과계 의원들은 김 교수에게 끊임없이 현장 의견을 제시했고 이는 정책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문재인 케어 발표자료만 해도 외과계 의원에 입원실과 수술실을 두지 않기로 했지만 18일 관련 발표에서는 경증 환자 입원 수가를 가산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또한 복지부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사에서 열린 의협 비대위와의 첫 실무협의체 회의에 앞서 법정단체인 병협의 협상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협은 보건의료계 6개 단체로 분류돼 의협과 독자적인 노선을 밟아왔다”라며 “병원이 원하는 항목이라면 병협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속도감 있는 문재인 케어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래 이달 중으로 문재인 케어 세부계획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다소 지연되고 있어서다.
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실무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 간 상호 요구사항을 공유하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라며 “실무협의체를 통해 서로가 신뢰를 갖고 실무적으로 진전된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마음이 다급해진 것은 의협 비대위다. 비대위는 병협이 빠지면 의료계 내에서의 대표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비대위 최대집 부위원장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서 어제, 오늘 나온 이슈는 병협의 비대위 일원으로의 협상 참여 거부에 있다”라며 “정부의 협상 창구를 비대위로 일원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비대위는 “병협은 이번주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독자 협상을 철회해야 한다”라며 “비대위도 23일 전체회의를 통해 특단의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위는 그동안 비대위에 병협 위원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았다”라며 “비대위 위원 40명 중에 병협 위원 2명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가 병원의 입장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라며 “병협은 투쟁 참여를 유보했던 만큼 의협 비대위 협상에 무조건 참여할 것으로 본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케어가 의협 비대위와 관계없이 완성되는 모습도 엿보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문재인케어 반대 투쟁과는 별도로 의료계는 원래 과별, 직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라며 “비대위의 눈에 띄는 것을 조심하면서 정부와 만남을 갖거나 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비대위는 처음부터 문재인 케어를 반대할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라며 “비대위는 총궐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들은 이후 집행부와의 갈등, 내부 갈등에 치우치다가 실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