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릴리(Eli Lilly and Company)와 화이자(Pfizer)의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길항제를 직접 비교한 결과 두 치료제 간 반응률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릴리가 최근 앰겔러티(Emgality, 성분명 갈카네주맙)와 너텍 ODT(Nurtec ODT, 성분명 리메게판트)을 비교한 CHALLENGE-MIG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두 가지 CGRP 길항제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 앰겔러티는 1차 평가변수인 월 편두통 발생 일수가 50% 이상 감소한 참가자 비율에 대한 통계적 우월성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임상시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한달에 편두통 일수가 절반 이상 감소한 비율은 두 그룹 간 통계적으로 유사했는데, 이는 반응률이 비슷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두 치료제 모두 이전에 보고된 것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보고되지 않았다.
릴리는 이번 결과에 대해 "앰겔러티가 1차 평가변수에서 활성 비교약물 대비 통계적 우월성을 달성하지 못했으나, 이 3개월 연구에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이는 앰겔러티의 이전 6개월 연구와 일관적이었다"면서 "또한 앰겔리티는 주요 2차 평가변수에서 수치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1차 평가변수에 이어 2차 평가변수에서도 치료 효과 차이는 수치상으로만 나타나고 통계적인 유의성은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릴리는 "CHALLENGE-MIG 연구는 편두통 연구에 대한 릴리의 노력 입증하며, 삽화성 편두통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제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앰겔러티와 너텍은 과도하게 방출 시 뇌에 염증을 유발하고 편두통 발작을 일으키는 CGRP를 표적하는 편두통 치료제다. 수용체에 결합해 CGRP 분자가 염증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도록 한다. 앰겔러티가 CGRP에 직접 결합해 CGRP의 효과를 억제하는 단클론항체라면 너텍과 같은 게판트는 CGRP 수용체에 결합해 차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앰겔러티는 성인 편두통 예방을 위해 군발 두통 발작 기간이 시작될 때 300㎎(100㎎씩 연속 3회)을 군발 두통이 지속되는 군발 기간 동안 월 1회 피하 주사 투여하도록 허가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 1분기 글로벌 매출은 1억5430만 달러로, 릴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물 가운데 하나다.
너텍은 지난해 화이자가 116억 달러에 바이오헤이븐(Biohaven)을 인수하며 확보한 자산이다. 물과 함께 복용할 필요 없이 혀 위나 혀 밑에서 녹이는 구강붕해정(ODT)으로, 성인 급성 편두통 발작 치료 및 삽화성 편두통 예방제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급성 치료에는 필요에 따라 한 알(75㎎) 복용하고, 예방을 위해서는 격일로 한알 복용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받지 않았다. 1분기 매출은 1억6700만 달러로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발생했다.
CHALLENGE-MIG는 3개월간 진행된 이중맹검 임상연구로 성인 삽화성 편두통 예방에 대한 앰겔러티의 효능과 안전성을 너텍과 비교 평가했다. 참가자 580명을 무작위로 배정해 앰겔러티 120㎎을 4회 주사(로딩 용량 2회 주사 후 매월 2회 추가 주사)하거나 너텍 75㎎을 45회 투여(격일 1회 경구 정제 복용)했다. 앰겔러티에 배정된 환자들은 위약 ODT를 너텍에 배정된 환자들은 위약 주사를 투여받았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 피터 고즈비(Peter Goadsby) 박사는 "편두통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흔한 질병임에도 여전히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혁신적인 의약품이 편두통 예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릴리 수석 부사장이자 릴리 뉴로사이언스 사장인 앤 화이트(Anne White)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앰겔러티가 신속하게 효과를 나타내며 투약 빈도를 줄여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면서 "편두통이 있는 날의 빈도를 줄이면 환자들이 이 질환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상 활동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릴리는 올해 말 CHALLENGE-MIG 임상시험의 전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