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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무실 비판 '의료분쟁 조정제도' 개편…비의료인 감정위원 참여 등 검토

    위로·유감 표시 등 제도화, 감정위원 현 2인→4인 확대…감정위원단 풀 확충 등 공감대 형성

    기사입력시간 2024-07-11 16:54
    최종업데이트 2024-07-11 17:05

    11일 열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전경.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환자와 의료계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의료분쟁 조정제도' 개편안을 마련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환자를 위해 감정 쟁점 선정 시 비의료인 감정위원이 참여하는 방안부터 '(가칭)환자 대변인 제도'와 의료인을 위한 '감정 불복 제도' 등을 도입하는 안 등을 다양하게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정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의료분쟁 조정제도 혁신 검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의료분쟁 조정제도'는 지난 2012년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소송이 아닌 대안적 분쟁 해결 제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환자들이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 의료인의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부담이 커지면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감정과 조정절차가 이뤄지다 보니 환자단체 등은 감정 결과가 의료계 편향적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는 반대로 의료감정의 근거 미흡, 과실 인정 여부를 불문한 조정 유도 경향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의료분쟁조정제도에도 불구하고 환자, 의료계 모두 제도 운영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소송까지 가지 않고 분쟁을 조기에 타결할 수 있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도 판단 근거로 활용되는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 기본 토대로서 제도혁신의 중요성과 시급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의료계, 환자·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제도 개선 협의체' 등을 운영하며,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개선방안을 논의해 왔다.

    위원회는 그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특위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를 통해 의료사고 예방 및 소통 활성화와 감정·조정 시스템 개선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해당 위원회는 의료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사전적 대응, 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 또는 의료기관과의 소통을 통한 갈등 증폭 방지가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관련 개선책을 논의했다.

    먼저 의료사고 발생을 예방하고, 환자와 의료진 또는 의료기관과 소통을 통한 갈등 증폭 방지 대책으로 환자와 의료인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로와 유감 표시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노 위원장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의 예를 갖춘 위로나 유감 표시는 환자·의료인 간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영국 등과 같이 의료진의 유감 표시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다른 만큼 법제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위원회는 또 의료기관에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된 '의료사고 예방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아 기관 책임을 강화하고, 진료과별 안전관리자를 선임해 의료사고 예방‧감시 기능을 내실화하는 개선안 등도 검토했다.

    다음으로 위원회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정‧조정을 위한 시스템 개선안도 논의했다.

    먼저 그간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던 감정위원을 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바꾸고, 의료인 위주 감정 절차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 소비자, 법조인으로 구성된 비의료인 감정위원들이 감정 방향과 쟁점을 우선 선정하도록 권한을 강화하자는 데 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

    또한, 소송 등 조정 이후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되는 감정서에도 당사자가 제기한 쟁점을 충실히 반영하고, 감정부 논의 시 소수의견 기재 절차 등을 명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의학적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환자가 분쟁조정 절차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사고의 실체와 쟁점 등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의료사고 초기부터 피해자의 관점에서 전문 상담을 수행하고 감정 쟁점 선정 등을 조력하는 '(가칭)환자 대변인제' 신설도 논의됐다.

    감정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망, 중상해 등 감정 난도가 높고 복잡한 사건은 의료인 감정위원을 현재 2인에서 3~4인까지 확대하고, 감정위원 풀도 현재 300명에서 1000명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 외에도 감정 표준화를 위한 빅데이터 구축, 감정위원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 교육 강화, 조정 협의 한 차례 더 확대, 의료인이 감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신청에 따라 재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감정 불복 절차' 신청 등의 의견도 다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 위원장은 "의료분쟁 조정절차는 현재 성안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의 형사특례 적용 요건이다. 그런 만큼 현행 제도의 공신력 제고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 최우선 검토과제라고 할 수 있다"며 "오늘 논의된 의료분쟁조정제도 혁신 검토 방향은 이후 전문의 논의를 통해 구체화한 후 소비자, 환자, 법조계, 의료계 등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서 다음 특위에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법제화 방안에 포함해 보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