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유전자 치료제는 심각한 질환을 치료하고 환자들의 삶을 바꾸는 만큼 의약품 개발에서도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 과정보다 더 빠르게 심사를 받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기 위해 임상 개발 과정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생물학적제제평가연구센터(CBER) 조직첨단치료제국(OTAT) 윌슨 브라이언(Wilson W. Bryan) 박사는 27일 열린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GBC 2018) 기조강연 세션에서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효과적인 약 개발'을 주제로 발표했다.
브라이언 박사는 "2002~2017년 유전자 치료제 관련 FDA에 제출된 임상시험계획승인 신청(IND, Investigational New Drug) 현황을 보면 10년 전만해도 신청 수가 많지 않고 1년에 40건 정도로 정체 상태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2017년에는 2016년보다 34.2% 증가한 106건이 제출돼면서 큰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는 유전체 시퀀싱(sequencing), 새로운 벡터(vector) 개발,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과학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면서 더 효율적인 약물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FDA는 지난해 CAR-T 세포 치료제인 킴리아(Kymriah)와 예스카타(Yescarta),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벡터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Luxturna) 등 처음으로 유전자 치료제 3개를 승인했다.
브라이언 박사는 럭스터나 심사 과정에서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한 환자의 경우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시력이 급속도록 나빠지면서 졸업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고 시력이 개선되면서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브라이언 박사는 "이 치료법은 환자의 사회 생활을 드라마틱하게 개선시켰고 삶을 변화시켰다. CAR-T 치료제도 실제로 삶을 구했다"면서 "과학이 진화하면서 이제 우리는 특히 유전자 치료제 영역에서 어떻게 약물을 개발할 것인지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제 개발 과정을 야구 경기에 비유했다. 보통의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타자가 1루에 먼저 진입한뒤 2루, 3루를 거쳐 모두 성공했을 때 홈으로 들어온다면,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서는 홈런을 통해 바로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상 임상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 최대 투여 가능한 용량 등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2상을 설계헤 용량과 용법, 인구집단, 평가변수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3상 임상에 진입하면 안전성과 유효성 등 시판 허가에 필요한 근거를 수집한다.
브라이언 박사는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전통적인 임상 과정을 모두 거치는 것은 너무 느리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첫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이 한 번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를 수집해 바로 시판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유전자 치료제는 강력한 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유효성 근거를 제공한다면 한 번의 임상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 초기부터 임상의사들이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초 과학자들과 협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브라이언 박사는 "전임상 연구를 시작할 때 이미 1상 임상의 프로토콜 초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또한 많은 유전자 치료제가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 시작 몇 년 전부터 자연사 연구(natural history study)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에서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참여하는 환자들은 무작위로 배정돼야 한다"면서 "제조 관련 문제도 초기에 해결해 1상에서 사용하는 약 자체가 시장에 그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