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빅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최근 의사의 진료를 도울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이 여러 질환에서 시도되고 있다. 유전체 분석 기술도 빠르게 발전,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으로 검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활용한 정밀의료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최신 기술들이 미래에는 치료가 어려운 혈액 질환 치료 결과를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까.
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혈액학회 연례학술대회(ASH 2018)에서는 최신 기술 발전이 어떻게 치료가 어려운 혈액질환을 임상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소개됐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정밀의료에 대한 연구결과 가운데 ASH가 주목한 주요 연구 3건을 살펴봤다.
한 연구팀은 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해 예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는 모델을 실험했고, 또 다른 연구팀은 신속한 유전자 검사가 치료가 시급한 혈액암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지 평가했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는 환자의 결과를 향상시키는데 장내 미생물 건강이 영향을 미칠지 조명한 연구팀도 있었다.
기계학습으로 골수이형성증후군 예후평가를 개인화한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Cleveland Clinic) 아지즈 나자(Aziz Nazha) 박사팀은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의 위험도를 계층화한 맞춤형 예측모델(Abstract #793)'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골수이형성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기계학습 기술을 사용했다. 테스트에서 이 시스템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표준 예측 도구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고, 환자와 의사에게 개인 맞춤형 환자의 위험과 치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골수이형승증후군은 골수가 충분히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해 빈혈이나 출혈, 감염 등이 발생하는 골수암의 일종이다.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수 개월 또는 수십 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환자의 3분의 1 가량에서는 더 공격적인 유형의 혈액암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으로 진행된다.
나자 박사는 "모든 치료 지침은 위험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위험을 잘못 해석하면, 치료도 잘못된다는 의미다"면서 우리의 예후모델을 개선하고 개인화하면, 위험도가 더 높거나 낮은, 특히 중간 범위를 나누기 어려운 환자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매치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의 위험도 평가에는 개정된 국제예후인자(Revised International Prognostic Scoring System, IPSS-R)가 이용되고 있다. 나자 박사는 "IPSS-R로는 환자의 3분의 1 가량에서 위험이 과소 또는 과대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자 박사팀은 예후 도구를 개선하기 위해,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를 사용해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정교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클리블랜드클리닉과 독일 뮌헨 백혈병 연구소(Munich Leukemia Laboratory, MLL)의 환자 데이터(총 1471명)를 이용해 시스템을 학습시켰고, 미국 모핏암센터(Moffitt Cancer Center)의 환자 데이터(831명)를 별도로 수집해 검증했다.
환자의 의료기록을 이용한 직접비교(head-to-head) 연구 결과, 새 모델의 일치성 지수(concordance-index, C-index) 값은 전체 생존율(OS) 0.74, AML 전환 0.81인 것으로 나타났다. IPSS의 C-index 값은 각각 0.66, 0.73, IPSS-R은 각각 0.67, 0.73였다.
C-index는 질병에 대한 예후예측 모델이 충분한 예측력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수로,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정확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나자 박사는 "다른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이 모델은 의사를 대신하거나 의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면서 "모델을 더욱 개선시키기 위해 연구팀은 임상의사로부터 피드백을 수집하고 삶의 질과 같은 더 많은 결과를 모델에 통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새로운 테스트 결과가 나온거나 치료가 완료되는 등 변화되는 조건에 따라 위험 평가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나자 박사는 "이 프로젝트는 자신의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예후가 다른 환자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하는 많은 환자들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됐다"면서 "특정 환자와 특정결과에 대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개인화된 예측 도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빠르게 진행되는 AML에서도 정밀의료 접근 실현 가능
치료를 시작하기 전 환자가 가지고 있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의 분자 하위유형을 결정하고, 이 정보를 사용해 개인과 가장 잘 매칭되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정밀의료의 타당성과 유용성을 입증한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백혈병·림프종학회(Leukemia and Lymphoma Society) 연구전략 부회장인 에이미 버드(Amy Burd) 박사팀은 '이전에 치료되지 않은 AML에 대한 Beat AML Umbrella 연구의 초기 결과(Abstract #559)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AML 환자의 나쁜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 정밀의료 접근법을 시도하는 다기관 임상연구인 Beat AML의 첫 번째 연구결과다.
AML은 급속하게 진행되는 암으로 치료는 대개 진단 당일에 시작되며, 의사들도 일반적으로 2~3주 소요되는 유전체 분석 결과를 기다리기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가 어떤 AML 하위유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 현재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법이 제공된다.
버드 박사는 "지난 40년 간 크게 진전되지 못했던 AML 표준 치료법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노력이 진행돼왔다"면서 "실험 단계의 많은 새로운 치료제들이 AML 하위유형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AML 하위유형을 결정하는 능력은 이러한 치료법의 모든 이점을 실현하는데 중요하다"고 연구배경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2016년 11월부터 2018년까지 등록된 60세 이상 AML의심 또는 확진 환자 365명의 데이터가 포하됐다. 연구팀은 세포유전학,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3개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환자 샘플에 적용해 각 환자의 질병에 대한 유전체 프로파일을 생성했다. 실험실 분석에서 AML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66명이 연구에서 제외됐다.
연구팀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환자 146명이 연구의 다음 단계인, 자신의 하위유형을 표적하는 실험 단계의 AML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환자들은 분자 프로파일링 후 표준 AML 치료를 받거나, 다른 임상시험에 등록되거나,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의 이유로 이번 연구에 계속 참여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는 긴급하게 치료를 해야 하는 혈액암 환자에서도 정밀의료로 알려진 접근법, 즉 환자별 정보를 이용해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버드 박사는 "진단을 받고 며칠간 치료를 시작하기 기다리면서 환자들은 치료 결정에 대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informed decisions)을 내릴 수 있었다"면서 "이는 환자 중심적 접근법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새로운 실험적 치료법이 개발될 때 통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16년 3개 치료법으로 시작한 이후 현재 7개 제약회사가 개발한 11개 치료법을 포함하게 됐다.
버드 박사는 "미래에는 환자의 AML 하위유형을 결정하고 이 정보에 따라 치료 결정을 내리는 현장진단 스크리닝(point-of-care screening)이 AML 치료에 포함될 것이다"면서 "유전체 스크리닝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7일 이내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하다. 이번 연구는 정밀의학 접근법이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학회 측은 "버드 박사팀은 7일 이내 환자의 혈액 샘플에 대한 유전체 분석 결과에 기반해 AML 하위유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는 신속한 유전자 검사가 곧 AML 진단의 필수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의사가 각 환자에 매치되는 최적의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래에는 조혈모세포이식 전 장내 미생물 검사하게될 것"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조나단 펠레드(Jonathan U. Peled) 박사팀은 조혈모세포이식(HCT) 전 장내 남아있는 미생물의 다양성이 적으면 HCT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Abstract #811)를 발표했다.
이전 연구에서도 이식 직후 결과와 장내 미생물 조성에 대해 유사한 연관성을 보였다. 새 연구결과는 이식을 시작하기 전에 연관성이 시작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HCT는 환자가 유전적으로 유사한 기증자로부터 혈액을 생성하는 줄기세포를 이식받는 치료법이다. 공격적인 혈액암 치료에 종종 사용되고 있으나, 기증된 면역 세포가 환자의 세포를 외부 조직으로 인식해 공격하면, 이식편대숙주병(GVHD)과 같이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펠레드 박사팀은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건강한 지원자로부터 동종이계(allogeneic) HCT를 받은 환자 1000여 명의 대변 샘플을 비교했다.
연구결과 미생물 조성은 장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국가에서 이식 환자의 대변에서 발견된 미생뮬 다양성과 유형은 건강한 지원자와 현저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HCT를 받은 환자의 장내 미생물은 다양성 면에서 건강한 지원자보다 1.7~2.5배 낮았다. 대다수 환자의 장에서 미생물 군집은 단일 박테리아 종이 두드러졌다.
추가 분석에서 미생물 다양성이 낮은 것은 낮은 칼로리 섭취와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 이식 전 암세포를 제거하는 고강도 약물 사용과 관련 있었다.
연구팀은 미생물 다양성이 가장 낮은 환자는 전반적인 생존율이 낮고, GVHD 위험은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관찰연구로 원인과 효과는 알 수 없었지만, HCT를 시작하기 전에 장내 미생물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의 합병증 위험을 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펠레드 박사는 "환자에게 이식수술을 승인하기 전 우리는 모든 장기가 양호한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검사를 실시한다"면서 "미래에는 장내 미생물 건강이 전신 평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식 전 기간에 미생물을 상황 개선을 위해 개입하거나 복구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