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안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저지를 위한 방법론에서 대한의사협회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16일 파악됐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 여부다.
우선 표면적으론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는 비슷한 입장이다. 법안 폐기가 목적이며 수정법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의협 관계자는 "집행부는 법안 폐기를 목적으로 해왔고 수정법안은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물밑 절충안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대안 논의를 위해 최종적으로 보류되긴 했지만 국회의장 면담까지 추진하기도 했다.
간호법 절충안 도출을 위한 데드라인은 6월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올해 정기국회 전에 이번 간호법과 양곡관리법 등 이슈를 마무리짓자는 견해가 공감대를 얻고 있고 7~8월은 결산국회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에 그 전에 협의가 마무리돼야 일정에 차질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기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원안 그대로 법안이 통과될 여지도 있다.
국회 상황에 밝은 의료계 관계자는 "데드라인은 6월로 보고 있지만 협의만 잘 된다면 4~5월 안에 대안 마련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안 논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 내 반대 여론도 거센 상태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아무리 자구를 바꾸고 표현을 순화하더라도 본래의 의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안에서 다소 후퇴한 수정안이 통과되는 순간부터 간호협회는 다시 본래의 의도를 반영시킨 개정안을 준비할 것이 분명하다. 법이란 새로 만들기가 어려운 것이지 수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아무리 대안이 나와 일부 조항이 수정되더라도 본래 의도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절충안 반대 여론과 더불어 강경 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대안 마련이 차선책이 될 수도 있다'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장은 보다 강경한 방향으로 선회 중이다.
취임 초기인 2월 28일 인터뷰에서 박명하 위원장은 "협상안이 들어오는 것도 잘 논의할 것"이라며 "협상안도 악법 저지를 위한 결과물이고 그것도 성공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당시 그는 "두 법안 저지를 해야 비대위가 성공한 것으로 본다. 다만 수정안 도출을 차선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를 향후 비대위 내부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대안 마련을 위해 협상에 임할 수 있으며 이를 차선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법안 폐지 이외 어떤 논의도 용인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바꼈다.
박 위원장은 3월 14일 인터뷰에서 "간호법은 절충안이 있을 수 없다. 제정 자체를 막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대위에선 법안 자체를 반대하고 대안 논의에 대한 협상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입장변화와 관련해 박명하 위원장은 "처음부터 법안 저지를 주장해왔다. 협상안은 의사면허취소법에 국한해 발언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듯 비대위는 '대안 논의 없는 원천 저지'를,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 내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간호법 저지를 위한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비대위의 스텐스가 갈리다 보니 어떤 방법이 옳은 것인지 회원들도 헷갈리고 있다. 향후 투쟁 동력이 상실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협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독소조항을 제거했다는 면피를, 비대위는 최선을 다해 법안 폐지를 위해 투쟁했다는 면피를 위해 협력 보다는 각자 자리에서 각자도생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