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예기치 않게 다가온 억울한 죽음을 아무도 밝혀 주지 않고 오히려 누명을 씌운 채 처리한다면 인간 세상의 삶 중에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참으로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어떠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세상사에 파묻혀 무관심하게 살아가고 있다. 왜? 난 안 죽기 때문에, 아니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모두 죽는다고 하니 나도 죽겠지만 아직은 아득히 먼일이니까, 또 설마 내가 그런 억울한 죽음을 당하진 않겠지?  

경북의대의 전신인 대구의학전문학교 시절부터 지역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병리학교실 주임교수가 겸임하는 법의학교실이 개설돼 지역의 법의부검을 맡아 왔다. 광복을 맞아 김만달 (경북의대 7회 졸업) 교수에 의해 1946년 법의학교실이 태어났다. 그러나 1950년 김만달 교수의 사직으로 법의학교실은 사라졌다. 지역의 훌륭한 의료인과 의학자를 배출하는 명문 의학교육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1988년 법의학교실이 부활했다. 지역의 사건을 맡아 명확한 사인 판정과 감정으로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의 범죄 예방과 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타살 당했다." 

2002년 11월 7일 오후 2시 공영 방송 전파를 통해 새로 꾸며진 의과대학 교실의 최첨단 훌륭한 시설을 전국에 자랑하기 위해 본과 2학년 강의실에서 와룡산 개구리 소년 법의학적 감정 보고회를 개최했다. 고 곽정식 유골발굴감정단장의 ‘타살’이라는 한마디에 맨 앞자리에 자리한 유족들이 10여년의 갖은 괴로움과 억울했던 감정들을 풀어 던지며 안도의 한숨과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유골 발굴 직후 한 아이의 두개골 양쪽의 옆면에 있는 구멍의 흔적이 총상이 아니라고 언론 기자들에게 자세한 과학적 설명과 함께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음모론, 괴담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 탓일까. 한 달 동안이나 군부대의 사격장에서 벌어진 총기사고 및 은폐의 괴상한 시나리오의 소설을 양산해 내어 지역 군부대의 관계자들을 괴롭히던 언론사의 기자들은 기대와 함께 환희의 신음소리를 내며 삽시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유골 발굴 처음부터 ‘아이들이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동사하였다’라고 성급히 발표해버려 곤혹을 치르던 수사관련 일부 경찰들은 당황과 우려 섞인 한숨을 쉬며 ‘있지도 않는 범인을 어떻게 잡으란 말이야’라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기자들의 기대에 편승해 영웅심에 취한 나머지 거짓을 꾸며 개구리소년들을 타살로 발표했다고 오해(?)를 받은 필자도 ‘인류학’, 얼핏 보면 쓰레기 같은 낡고 조그마한 뼛조각 하나로 새로운 고대 인류 종을 탄생시키고, 그 시대 인류의 삶을 이야기하는 인류학에 대해 사실 문외한이었다. 대한민국에 법의인류학과도 없고 법의인류학자도 없기에 운명과도 같이 엄청난 사건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 각 분야의 전문적인 교수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서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대학의 크나큰 장점만 믿고, 아주 귀중한 문화재를 발굴하듯 붓으로 흙을 털어가며 모아 경북의대 해부학 실습실로 운반해 하나하나 다시 묻어 있는 흙을 털고 세척을 했다.

영상의학과 이종민 교수의 무제한적인 협조로 하나하나 영상의학적 촬영을 마치고, 기세 좋게 한 아이 두개골에 있는 구멍들이 총상이 아니라고 발표하는 유골수습에 대한 보고와 함께 기자회견까지는 순조롭게 잘 진행했다.   

"멧돼지 이빨 자국입니다."   

기세 좋게 입장해 아이들의 유골을 유심히 살펴보곤 꿀 먹은 벙어리만 되어 버리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외상관련 모든 교수들, 자연과학대학의 많은 교수들, 전국의 법의학교실의 법의학전공 교수들, 국과수의 법의부검을 담당하는 선생들 끝에 유일하게 한 분만이 아이의 두개골에 있는 구멍을 지적하며 자신만만하게 멧돼지 이빨 자국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바빠졌다. 인터넷에 멧돼지 이빨 사진들을 검색하고, 다운 받아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맞추어 보느라고. 아귀가 제대로 맞지 않는다.

그러다가 배낭을 메고 와룡산에 올라가 곳곳을 헤매어 본다.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흔적  하나도 찾지 못했고, 농작물 주위에 멧돼지 방지 그물이나 멧돼지의 출몰에 대한 경고 문구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저녁 무렵 산을 내려오며 산기슭에서 오랜 세월 살아오신 듯한 노인들마다 붙잡고 멧돼지 본 적이 있느냐며 수소문을 해봐도 와룡산에 멧돼지 본 적도, 산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돌아와 바보였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냥 지형도나 위성사진만 보면 되는 것을. 대구 근교에 있는 와룡산은 사람이 사는 거주지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고립된 산이라 멧돼지가 결코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전부 허탕치며 시간만 보내버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연구실에 다섯 아이의 유골을 나란히 배열해 두고 마음을 가다듬고 ‘너희들 억울한 일 당했으면 나에게 알려주라’ 라고 되뇌며 밤낮으로 철야 명상하는 마음으로 단지 바라만 보며 생활했다. 정확하게 5일째, 새벽 5시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수없이 늘 보던 두개골에 난 상흔에서 갑자기 어느 한 모서리가 칼에 베인 듯 너무 날카롭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 그렇다면 이것은 오랜 세월 땅속에서 부패해 가며 자연스레 생긴 자국이나 어떠한 동식물에 의한 상처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날카로운 금속에 의한 것!?, 그럼 다른 인간의 가해 행위에 의한 것? 아! 타살? 엄청난 흥분이 일어나며 일어서서 서성이기를 거의 2시간,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또 엄청난 사건이 된다는 스스로의 놀라움과 감당하기 벅찬 두려움.

한 생각 후에 다음날 차분히 다시 보니 이게 웬일? 그렇게도 지나쳐 버렸던 아이들의 두개골의 난 여러 상흔에서 가장자리가 모조리 날카롭지 않은가? 흥분 속에 바빠졌다. 혼자만의 꿈꾸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도 의심하며 확신이 없기에 누구에게도 말도 하지 못하고 의심스런 곳을 모두 카메라로 접사 촬영하고 드디어 미국의 인류학자에게 메일로 자문의뢰, 비용 1000달러라는 회신, 송금, 며칠 후 메일로 ‘귀하가 의심하는 상흔은 사망 즈음(전후)에 생긴 것이며, 인위적인 손상이라는 회신이 왔다.

드디어 나의 혼자만의 추리에 인류학자의 동의를 얻었다. 아! 그러나 인류학에 대해 잘 모르니 그 동의가 진짜인가? 단순히 믿어도 될까? 경찰은 동사로 몰고 가고 있는데, 나라가 온통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보고 있는데, 혹시 잘못된 결론이라도 발표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고민이 깊어져 결국 혹시나 하는 우려를 인류학자에게 전달했다. 물론 묵묵부답이었다. 한 달 후 정식 인류학 보고서를 보내왔다. 나의 일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내용이 함께 들어 있었다.

아이들의 두개골의 흔적에 대해 미국에 있는 인류학자, 세계적인 권위자 폴세티(Falsetti) 교수를 포함해 4명의 동물고고학자와 인류학자에게 자문·동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보증수표가 붙은 자세한 보고서를 받고서는 모든 우려를 불식하고 당당하게 언론에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타살 당했다."
 
이 한 줄의 결론을 내기 위해 수많은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님들의 협조와 조언이 있었고, 치아의 발육과 치과기록으로 아이들의 신원확인을 판단해줬고, 자신의 윗옷을 뒤집어쓴 채 발견된 한 아이의 두개골의 발굴과정에서 옷의 매듭 아래쪽에서 그 아이의 치아들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범인들이 그 아이의 눈을 가리기 위해 윗옷을 뒤집어 씌웠다는 그 당시의 범죄 상황을 설명해 주는 법치의학, 두개골의 흔적 하나하나 구멍에 금속물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최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오랜 세월 땅위, 땅속에서 지낸 상황이라 물리적 변화, 화학적 변화, 동식물에 의한 변화 등 수많은 가능성이 있는 상황들을 하나하나 어느 누구도 시비할 수 없도록 과학적인 배제를 하기 위해 자연과학대학의 교수들, 유골 주변의 토양분석을 위해 농과대학 교수, 유골이 묻힌 땅속 깊이를 설명하는 법곤충학, 그 외에도 수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경북대의 역량과 장비들이 동원된 작품이었다. 

‘아이들이 동사했는데’, ‘없는 범인을 어떻게 잡으란 말이냐?’며 투덜거렸지만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경북대'라는 권위에 묻혀버리고 '경북대 의과대학'이 결론을 발표한지 20여년이 지나가지만 수도 없이 음모론, 괴담, 의혹이 난무했다. 무슨 끄나풀이라도 잡고 싶어 안달하는 언론들도 모두 경북대란 권위에 잠잠해 기 일쑤였다. 수많은 전문가를 동원할 수 있고, 수많은 지식의 네트워크가 갖추어진 대학교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기관이 이와 같은 '개구리사건'을 맡아서 해결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단언한다. 결단코 불가능하다고.
 
대륙법계 국가는 로마법의 기원을 바탕으로 형성된 법체계로,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 법체계에서는 모든 의과대학에 법의학교실을 설치해 법의학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판, 수사,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륙법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과대학에 법의학교실이 설치돼 있지 않고 경찰의 감식기관이였던 행정부 산하기관에서  법의부검의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법의학의 업무가 정치적 영향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구리 소년 사건도 경찰에서 아이들이 얼어 죽었다고 성급히 판단했다. 행정부의 영향을 받는 부검기관이 과연 제대로 판정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들은 말한다. 행정부에 소속돼 있더라도 의사 본연의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고. 물론 그렇다. 그들이 정치권력의 억압에 거짓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특수한 환경에서 그럴 가능성의 위험이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일축구시합을 하는데 주심. 선심 모두 일본 사람이 맡아 본인은 심판으로서 양심적으로 공정한 심판을 하겠다고 한다. 용납이 되는가?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뿐 아니라 모든 정상적인 나라에서 검시제도에 있어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객관화하기 위해 아주 복잡한 체계로 설계돼 있다. 쉽게 예를 들면 법의부검 감정 업무는 원래 판사의 영역이지만 의학이라는 전문영역이 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의사에게 위임해 수행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법의부검이 검찰 산하이면 말이 안 되고, 수사기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좁은 식견으로 대한민국은 대륙법계 국가로 영미법계 국가의 법의관 제도나 검시관 제도를 시행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법의관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도 있고, 검시관이라고 명함을 만들어 인사하는 사람도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한국도 대륙법계 국가의 다른 국가들처럼 모든 의과대학에 법의학교실을 설치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륙법에 기초한 나라들은 대부분의 법의학적 조사를 임상의사가 수행한다. 진료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부터 적절한 법의학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의학교육과정에서 법의학은 필수과목이다. 그리고 법의부검 업무를 경찰수사권과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에 맡겨야 한다.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법의학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일부 바보들이 영미법체계의 일부 그럴듯한 장점(착각?)만 보고 법의관 제도를 흉내 내고 받아들이자고 주장하지만 참으로 웃긴 얘기이다. 법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니, '왜 검시(檢視)를 의학을 전혀 모르는 검사가 지휘하는가?'라며 그럴듯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우리나라는 독일법을 베낀 일본의 영향으로 대륙법을 시행하는 나라여서 안 된다니까 우리나라도 영미법으로 고치자고 주장한다.

수십년간 누적돼온 법체계를 뜯어 고친다? 그 제도에 기반해 만들어진 모든 국가 시스템, 즉 법률이 문서화돼 있고 누구든지 접근 가능해 그 법률에 의해 처리하고 있던 모든 행정 업무를 다 뒤집으라고?, 그리고 그 제도에 몸담고 공부하고 일을 해온 법과대학 교수들,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열심히 공부해 알고 있던 지식과 경험을 모두 던지고 처음부터 새로 공부하라고? 미국과 같이 과거 판례를 외워서 재판할 수 없으면 그냥 물러나라고.  실현 불가능한 주장으로 일반인들에게 혼란만 안겨주고 피곤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끝없는 엉킴에 한술 더한다. 

경북대 의과대학에 새로 부활한 법의학교실은 30 여년간 참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삶과 인생을 느끼며, 실습교육을 할 수 있는 연간 수백 건의 대구지역 법의부검을 시행하고, 이에 따른 사건 현장 출동, 감정서 제출, 법원에 법정증언을 실시했다. 큰 사회적 주목을 받은 사건으로 ‘개구리소년’을 포함해 수백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 현풍허양 납치살인, 울산어린이집 아동학대 관련 사건, 2008년 초교생 집단성폭행 사건, 2016년 존속상해치사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정확한 판정과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언론에도 자세히 설명했다.

법의부검자료를 바탕으로 한 교육자료로 경북대 의과대학, 치과대학, 간호대학, 법과대학, 법전원의 법의학강의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모든 의과대학들, 경주, 부산까지 법의학강의를 담당했다. 선진국에서 범죄예방교육의 일환으로 사회 교양강좌로써 법의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름방학 법의학캠프의 개최, 중고교 학생들을 위한 성폭력예방교육, 교육청에서 학교관리자, 보건교사, 교직원들을 위한 성폭력예방과 대처방안의 교육과 자료를 제공했다.

그 외에도 여성청소년계 성폭력전담수사관 직무교육, 경찰의 수사지원, 군 헌병대, 소방공무원의 화재감식지원, 119구조대원의 범죄현장대처를 위한 법의학교육 등과 장례전문지도사교육 등 여러 단체의 교육도 이어졌다. 일반인을 위한 법의학 교육이나 소개도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월간 과학수사 잡지, Law Law 잡지 등에 연재와 각종 언론, 방송 등에도 적극적으로 법의학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수사관을 위한 과학수사발전연구회 (2001년 5월), 대한수사과학회 (2006년 6월), 수사과학대학원의 법의간호졸업생을 중심으로 대한법의간호학회 (2018년) 등을 창립해 학회 활동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보다 높은 수사 인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경북대에 특수대학원으로서 2003년 3월부터 수사과학대학원을 신설해 전문적인 수사과학의 교육을 시작했다. 경찰청과의 경,학 교류협약 (2005년), 미국 펜실베니아 인디아나 대학과 학술교류협정 (2006년)을 체결해 학문의 수준을 더했다. 법의학교실의 사인확인제도 개선 방안의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검시제도의 국회입법을 추진했으나, 국회는 차일피일 시간만 지체하다가 파기해 버렸다.

2005년에는 여성부로부터 위탁받아 대구경북지역 아동성폭력전담센터를 경북대병원에 설립하고 지원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그동안 3년간 연구과제인 대학교육과정개발연구를 완료하고, 법의학교육과정 표준화를 설정, 법의학교과서의 편찬을 포함한 각종 대학교육자료와 활용할수 있는 미디어 프로그램과 홈페이지 구축사업 등을 완료하고 결과물을 보고했다.

참으로 열심히 달려온 법의학교실은 법의학전문인력 양성과 대구경북지역 부검감정을 통해 범죄수사와 정의 실현에 앞장선 공로로 2011년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했고, 이상한 교수는 2017년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어느 날 한국은 이상한 나라로 변했다. 수술은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보건소에서 이뤄지고, 의과대학 교수들은 책만 읽고 논문 작성하고 강의만 하고 수술은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술 기술은 퇴보하고, 연구재료가 없으니 공상과학소설 논문을 쓰고, 책만 읽으니 학생이나 교수나 같다. 법의학도 국가 행정부 기관에서 법의부검을 독점하고, 법의학교실은 이제 할 일이 없다. 법의부검에 대한 학생실습도 없고, 부검과 법정 증언을 하는 교수의 모델이 없으니 학생들에게 법의학의 진로 설정에 대한 지표가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걱정했던 사람은 고 곽정식 교수였다. 그는 법의학교실의 발전을 이끌어 왔지만 그의 마지막 고별 강의에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초점이 아주 흐린 풍경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우리나라 법의학의 미래는 안개 속에 있다”고 말했다. 아니 이제는 그냥 암울하다고 해야겠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지극히 순진한 생각일까? 그래도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더 발전하고, 단 한명의 억울한 죽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나라다운 나라가 될 때, 또다시 부활하는 법의학교실을 기대한다. 후배 교수들이 그날을 위해 내공을 쌓으며 준비하리라 믿는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더욱 찬란한 봄이 찾아오리라. 새로운 100년, 경북의대 200주년 기념에서는 법의학교실의 업적과 자랑거리가 차고 넘치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