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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무진 의협회장, '문재인 케어' 중재 나선건가 아닌가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문, 대외비로 처리하고 각 진료과 회장단 직접 설득

    기사입력시간 2017-12-22 14:07
    최종업데이트 2017-12-23 23:13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왼쪽)이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한 외과계 간담회에서 기자의 취재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추무진 회장, 취재 온 기자에게 "대외비다. 기사 쓰지 말라" 지시
    의협 집행부 "의료전달체계는 문재인 케어와 관련 없다"고 선 그어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등 집행부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실행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의협 추무진 회장과 조현호 의무이사, 임익강 보험이사 등은 21일 오전 7시 서울 팔레스호텔 일식당에서 외과계 개원의 단체와 학회 임원을 초대해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한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추 회장은 22일 오전 7시 같은 장소에서 내과계 개원의 단체와 학회 임원을 또 한차례 초대해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발제는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맡았다. 
     
    의료전달체계는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기능을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2016년 1월 차의과대 전병율 교수를 위원장으로 18명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가 꾸려졌고 1년 넘게 논의가 이어지다가 중단됐다.

    올해 8월 9일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9월 협의체가 재개됐고 12차 협의체 회의결과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해 급물살을 탔다. 복지부는 건정심에 연말까지 협의체를 통해 권고문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의협이 돕는 모양새가 됐다.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가 나서서 11월 29일 각 시도의사회와 개원의 단체, 학회 등에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12월 13일 또 한 차례 의견을 수렴했다. 의협은 22일 14차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에서 권고문 최종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추 회장이 직접 개원의단체와 학회 회장단 설득에 나섰고 조찬간담회까지 열리게 됐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한 모든 내용은 ‘대외비’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 때문에 추 회장은 21일 외과계 의사회 제보로 취재에 나선 기자를 보고 대뜸 화를 냈다. 이날 취재온 다른 기자는 없었다. 추 회장은 “이것은 대외비다.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 외과계 의사회 관계자는 “추 회장과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을 정도였다. 

    추 회장은 홍보팀을 통해 전화를 걸어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 않게 써달라”고 했다. 
     
    의협 집행부는 기자의 취재로 인한 논란을 의식한 듯 22일 내과계 간담회에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최대집 부위원장 등을 초대했다.
     
    의료전달체계는 문재인 케어 실행을 위한 수가 보상안

     
    21일과 22일 조찬간담회 발표 내용은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실에서 마련한 ‘문재인 케어 성공전략’ 토론회에서의 김윤 교수 발제와 같은 내용이었다. 문재인 케어를 실행하려면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수가보상안까지 마련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종별 기능을 일차진료기관과 전문진료의원(외래), 전문진료의원(입원), 전문병원(입원), 급성기·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6가지로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당 병의원이 고유의 기능에 맞는 진료를 하면 수가 가산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수가 감산을 하자는 것이다. 내과 의원은 만성질환 관리로 환자 40명만 진료해도 병원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외과의원은 전문병의원 제도로 전환한다는 것이 큰 줄기다.  
    ▲대한의사협회는 내년 1월 초 의료전달체계 권고문 확정을 목표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토론회에서 외과계와 중소병원 등은 반대의견을 냈다. 급기야 대한병원협회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서가 아닌 독자적인 정부 협상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명예회장은 “원래는 외과계 의원에 수술실과 입원실을 폐지하다고 했다가 외과계 의사회의 반대로 이 부분이 빠졌다"라며 "수술실 규정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정해졌는데, 국소 마취 등에서는 전신마취와 수술실 규정을 다르게 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내과계 의사회는 권고문을 다소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22일 내과계 조찬간담회는 21일과 달리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40명 진료로 충분한 수가보상안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내과계 의사회 관계자는 “만성질환 관리 역할을 의원에 한정하고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환자를 제한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경증과 중증 환자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등의 건의를 했다”고 말했다.
     
    권고문, 22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2주 연기 

    의협은 의료전달체계 권고문 확정에 다소 성급한 모습을 보였다. 원래 의협은 22일 14차 의료전달체계 개편 협의체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외과계의 반대가 거세자 이를 연기했다. 의협은 나머지 진료과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치고 병협과도 만나 권고문을 2주 뒤인 1월 초까지 완성해보겠다고 했다.
     
    앞서 충청남도의사회는 14일 “의협은 권고문을 11월 29일 대외비로 발표해 12월 11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12월 13일 또 한차례 발표해 12월 15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했다”라며 “이 기간까지 답신을 하지 않으면 ‘의견없음’으로 처리한다는 경고문구를 달고 해당 소위원회 논의결과를 토대로 12월 22일에 확정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충남의사회는 “의협은 이를 복지부에 전달하고 복지부는 연내 권고문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독촉했다”라며 “의협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 작성을 대외비로 할 게 아니라 의사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과계 단체 관계자는 "의협이 급하게 협의체 권고문을 확정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의료전달체계는 앞으로 미래 의사들에게 중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폭넓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 “문재인 케어와 관련 있다” 집행부 “아니다“
    ▲복지부 8월 9일 '문재인 케어' 관련 보도자료 
    의협 비대위는 의료전달체계가 문재인 케어와 관련이 큰 만큼 협의체 논의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의협이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모든 결정은 비대위로 일원화하기로 했다”라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은 “비대위는 우선적으로 외과계과 내과계 의사회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라며 “이달 10일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마친 이후 비대위가 대정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의료전달체계까지 집행부가 아니라 비대위가 포괄적으로 논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 집행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는 문재인 케어와 관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협의체는 문재인 케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지난 2년간 논의해온 결과물”이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충분한 논의를 해오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8월 9일 발표한 '문재인 케어' 보도자료를 보면 의료전달체계는 문재인 케어의 중요한 실행계획으로 들어있다. 김윤 교수도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문재인 케어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안이자 수가보상안”이라고 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문을 토대로 문재인 케어의 세부계획을 완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의협이 의사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전략일 수도 있지만, 의사들이 관련 내용을 잘 모르는데도 이를 확정한다면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