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는 지난 7일 ‘한의약 육성법’에 따라 한의약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서울시민의 건강증진과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출된 '서울특별시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내에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그 사무에 관해 제정한 법이다.
한의약 육성법은 한의약(韓醫藥) 육성의 기반 조성과 한의약기술 연구·개발 촉진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국민건강의 증진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입법됐다. 이 법안은 한의약 특성의 보호 및 계승 발전, 한의약에 대한 발전 기반 조성, 한의약기술의 정보화, 한의약에 대한 체계적 관리 및 국제기준 규격화, 한약재의 안정적 생산 기반 조성, 한의약 관련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국제 협력의 촉진, 한약시장의 지원 ·육성 등 한의약 육성의 기반 조성과 한의약기술 연구·개발의 촉진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법안의 목적에 맞춰 제정된 조례안은 제1조(목적), 제2조(정의), 제3조(시장의 책무), 제4조(한의약기술의 과학화·정보화 촉진 등), 제5조(한의약 육성의 기본방향), 제6조(한의약 육성 계획의 수립·시행 등), 제7조(계획 수립의 협조), 제8조(한의약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의 추진 등), 제9조(권한의 위임·위탁) 등의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소는 "대부분의 조항은 상위법 조항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라며 "하지만 제5조와 제8조는 상위법에 전혀 포함되지 않은 '한의약을 이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이 새롭게 추가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상위법에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의약을 이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사업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서울시의회가 한의약 육성의 기본방향에 이 항목을 임의로 추가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임입법이란 법률의 위임에 의해 입법부 이외의 국가기관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조례안의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역시 "내용상으로 한의약 육성에 관한 내용으로 바라볼 수도 있으나 상위법에서 위임한 사항을 초과하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검토보고서는 “상위법에 이에 해당하는 근거가 없는 상태”라며 “현재 시민건강국 건강증진과에서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현행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중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 의견은 한의약을 활용한 건강증진 및 치료 사업을 추가한 조례안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을 인정했다”라며 “이 조례안이 현재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한의약 사업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힌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서울시의회는 검토보고서의 의견을 무시하고 조례안 가결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번 조례로 한의약이 '치료의학'으로 인정받아 지자체 예산이 시민 건강과 치료를 위해 좀 더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서울시한의사회가 지자체 사업예산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가 위임규정을 어기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방치료사업의 효과와 안전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구소가 한방난임사업을 수행했던 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에 따르면, 한방난임치료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난임한약을 복용한 환자의 간기능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서울시의 치매예방사업인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도 사업대상자 선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며 “한약 복용 후 간기능이 악화된 대상자도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결론적으로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한의약 육성 조례안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 있다”라며 “서울시의회는 해당 조례안을 즉각적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보건복지부에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은 한방치료사업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감독청으로서 조례안을 다시 심의할 것을 서울시장에게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조례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치료사업에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투입한 것에 대해 국회, 감사원, 사법부 등에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