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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가인상이 쉽지 않은 이유…건보재정 증가 없이 파이 나눠먹기

    비뇨기과의사회 보험위원회, 상대가치점수 개편 등 수가인상 방안 논의

    기사입력시간 2018-02-05 07:05
    최종업데이트 2018-02-05 12:05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의 수가 인상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로 이뤄진다. 여기에 의료기관종별가산율을 곱하면 최종 가격이 나온다. 상대가치점수(Resource-Based Relative Value Scale)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 행위들 간 상대적인 가치의 순위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당 단가이며 매년 유형별 수가협상에 따라 정해진다. 
     
    올해부터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기본진료료(진찰료와 입원료)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또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으로 인한 수가보상 방안도 나오고 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보험위원회 7명(이종진 조정호 김대희 박제홍 정한수 김용수 류경호)은 3일 서울 강남구 골드만비뇨기과에서 이같은 건강보험 정책 방향의 큰 틀을 논의했다. 이들은 24일 비뇨기과의사회 전체 이사진을 상대로 보험 특강을 연다. 이들은 “건강보험 큰 틀에서의 변화 외에 작게나마 수가 인상을 주장해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라며 "그러나 건보재정이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총액이 고정돼 수가 인상이 녹록치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보험위원회는 3일 수가인상 방안과 한계점을 논의했다. 
    일부 상대가치점수 개편 주장에는 재정 중립 원칙
     
    상대가치점수는 의사의 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를 고려해 매긴다. 개별 책정 비용을 보면 업무량 2조9000억원, 진료비용 10조2000억원, 위험도 1600억원 등으로 이뤄졌다.
     
    상대가치점수는 5년에 한번씩  개편이 이뤄지지만 작은 개편은 수시로 이뤄진다. 비뇨기과의사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정부는 가치 기반의 상대가치점수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의료에 투입된 자원은 낮아도 가치가 높다고 생각되면 개별 항목의 상대가치점수를 더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상대가치점수에 새로운 항목을 도입하거나 점수를 조정하려면 전문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친다. 하지만 이 과정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고 재정 중립 원칙에 따른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늘리지 않아 한 쪽을 올리면 다른 쪽을 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이사는 “점수 불균형을 끊임없이 개선하다 보니 여기서 점수를 올리면 다른 쪽에서 점수를 깎아야 한다”라며 “평가위원도 300명 중 20명을 무작위로 추출하는데, 의사수가 적은 비뇨기과 등은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상대가치점수의 조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의사의 인건비나 장비의 감가상각 등에서 불합리한 요소가 숨어 있다. 조 이사는 “의사의 인건비는 보조의사(전공의) 연봉 4700만원, 전문의 1억2000만원선에서 계산한다”라며 “의사가 한시도 쉬지 않고 8시간동안 일하는 것에서 인건비를 계산한다”고 말했다.
     
    장비에 대한 감가상각은 5년동안 365일, 24시간으로 나눈다. 조 이사는 “기계가 사람이 근무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도록 돼 있다”라며 “장비 단가만 올라가도 총점이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이를 건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재료비와 장비는 병원에서 현금으로 결제하고 환자는 카드로 내면 수수료 부담도 따른다”고 했다.
     
    ▲보건의료체계의 발전방향.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연구위원 
    일차의료의 핵심인 진찰료, 원가 보상 이뤄져야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의 핵심 방향은 진찰료와 입원비인 기본진료료에 해당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진찰료는 원가의 75%에 그친다. 현재 기본진료료는 13조원에 이르며, 3차 개편으로 향후 인상방안을 정하게 된다.
     
    비뇨기과의사회 김대희 보험이사는 “그동안 기본진료료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진찰료의 의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기본진료료에 대한 연구용역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이 맡고 있다. 그는 “연구 용역이 그대로 정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일차의료기능 강화를 위해 연구용역 당사자 등에게 끊임없이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의협 대의원회 정책 의결기구인 KMA 폴리시(POLICY) 건강보험정책 분과에서 기본진료료에 대해 논의 중이다. 기본진료료 인상에 따른 추가 재원 소요 범위를 보면 원가의 80%를 보상하면 7000억원, 85%이면 1조4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의 90%는 2조1000억원, 95%는 2조8000억원, 100%는 3조5000억원 등이다.
     
    김 이사는 “진찰료에 진찰 행위 전반을 수행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과정까지 정해야 한다”라며 “질병관리 교육은 만성질환관리료 외에는 보상방안이 없지만,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어 “보사연에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의협이나 각 진료과별로 의견을 개진해서 이번 3차개편의 큰 흐름에 잘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의료질평가 지원금 확대와 일부 고난이도 행위의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따른 정책가산 점수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외과계 등 기피 지원과에 대해서는 정책가산을 통해 보다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민달래기용 문재인 케어, 수가보상 약속 불신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로 인한 수가 보상 방안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3800여개의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5년간 30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탄생한 이후 수가 보상 약속이 지켜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비뇨기과의사회 정한수 의무이사는 "1977년 박정희 정권 때 500인 이상 근로 사업장을 시작으로 노동자 달래기 목적으로 건강보험이 시작됐다“라며 ”1989년 노태우 정권 시절 서민 달래기 정책으로 전국민 건강보험이 시작됐다. 이때 낮은 수가로 시작해 수가 정상화 약속이 지켜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비급여 항목은 낮은 수가로 인한 의료기관의 손실을 충당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문재인 케어로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생기는 예비급여 조항은 비급여를 없애고, 의사의 사회에 대한 ‘기부’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비급여는 비급여를 급여화하기 전에 본인부담률 50~90%로 놓고 추후 급여화 여부를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정 이사는 “문재인 케어가 정착되면 급여로 검사하면 삭감하고 비급여로 검사하면 사기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케어 이후에 실손보험회사나 대기업이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라며 “복지부와 금융위원회의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서 실손보험 손해율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를 통한 보험료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급여의 과소추계로 인한 손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복지부는 초음파 비급여 규모를 1조4000억원, 급여를 4700억원으로 추산했다. 박제홍 보험이사는 “의협에서는 초음파 규모를 4조원으로 보고 있다”라며 “복지부가 비급여를 과소추계하고 이를 급여화한다면 의료기관에서는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종진 보험부회장은 “1차의료기관이 살아야 중증 환자로 가는 비율을 막고 전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라며 “개원의도 대부분 전문의로 이뤄져있어 1차와 2차의료기관 간 진료의 질 차이가 없으며, 진찰료 등이 충분히 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비뇨기과의사회는 “의사들은 개인적으로 투자해서 의대를 졸업하고 병원을 지었지만, 정부는 여기에 한푼도 보태주지 않았다”라며 “진찰료를 포함해 의료수가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