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하려면 연봉 3억원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의대생들은 외과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외과를 많이 지원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8년 전공의 추가 모집현황에 따르면 외과 전공의는 정원 207명 중에서 150명(72.5%) 모집하는 데 그쳤다. 인기과인 피부과(161.4%), 이비인후과(142.1%), 성형외과(137.5%) 등에 비해 비교되는 수치였다. 특히 권역외상센터로 유명한 아주대병원은 외과 전공의 정원 4명을 채우지 못했다.
26일 진로 선택을 앞둔 본과 3, 4학년 의대생 십여명으로부터 외과 선택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다. 외과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고 대체로 일은 편하면서 개원하기 좋은 진료과를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피부과나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등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환자를 보지 않는 진료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의대생들은 외과를 선택하게 만들려면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대생 A씨는 “힘든일을 하려면 그만큼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라며 “외과는 연봉 3억원 이상 받아도 할까말까 망설이는데 지금 다른 진료과와 차이가 없는 연봉 수준으로는 선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대생 B씨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집에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를 존경하면서도 막상 그 일을 선택하지는 못하게 된다”라며 “응급수술을 하다보면 칼퇴근이 불가능하고 매일 당직도 서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외과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해서 혼자 연속 당직을 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외과에서 일을 해도 처음에는 의욕을 갖고 수술해보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어서 나가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의대생 C씨는 공무원 같은 신분 보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즘 정부기관이나 공공병원이 인기가 많은 편인데, 외과를 지원할 때 고용 안정성을 보완한다면 인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과는 일은 힘든데 개원이 불투명하고 병원에 남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라며 ”외과의사는 펠로우 등의 계약직을 거치지 않고 정규직으로 뽑아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생과 일선 외과 전문의 간 간극은 커 보인다. 외과 전문의인 서울의 한 종합병원장은 “의사가 되려면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가져야 하는데 젊은 의사들에게는 그 부분이 빠졌다”라며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것은 요즘 젊은 의사들의 풍토”라고 했다.
다른 외과 교수는 “예전에는 외과가 인기가 많았고 전공의들이 서로 수술하려고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라며 “요즘 젊은 친구들의 패기와 열정이 아쉽다”고 했다. 외과 개원의는 "난이도 높은 수술을 하려면 외과는 우수한 성적을 가진 의대생이 선택해야 한다"라며 "이렇게 지원자가 없어지면 10년 뒤 믿고 맡길 의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정부가 병원에서 외과 인력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부회장은 “병원 현장에서는 외과 전공의 한명이 70명이 넘는 환자의 주치의가 되고, 당직 때는 혼자서 200명 이상의 환자를 맡는다”라며 “환자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외과 전공의의 권역외상센터 수련 의무화 등의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외과 전문의를 더 뽑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과 기피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술비 등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총무이사는 지난해 1년간 내성 발톱(살을 파고드는 발톱) 수술을 27번 했지만 연간 건강보험 청구총액이 84만1000원에 그친다고 했다. 미국이라면 수술비로 1번당 50만원 이상, 27번 수술비는 1350만원이 넘는다.
그는 “외과 수술비로는 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 보니 병원이 인력 충원을 하지 못한다”라며 “개원의 입장에서도 수술을 그만두고 다른 진료 영역으로 개원을 하기도 어려워 앞으로 외과 선택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