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우려되는 이유
정부가 2025년부터 1000명 이상의 '의대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로 사회적 파장을 해결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까지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의학교육학 전문가이자 전 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인 안덕선 교수와 함께 다섯차례에 걸쳐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본다.
①'40개 의대 희망 수요조사'가 진정 필요한 의료인력 수요조사 근거자료로 타당한가
정부가 2025년부터 1000명 이상의 '의대정원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로 사회적 파장을 해결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초까지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의학교육학 전문가이자 전 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인 안덕선 교수와 함께 다섯차례에 걸쳐 의대정원 증원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본다.
①'40개 의대 희망 수요조사'가 진정 필요한 의료인력 수요조사 근거자료로 타당한가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1일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한 대학별 희망 확대 정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25~2030년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을 위해 현재 대학이 보유한 역량으로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의대 정원을 ‘확대 최소정원’으로, 그리고 대학이 6년간 투자 노력으로 확대 가능한 의대 정원을 ‘확대 최대정원’으로 정의해 40개 대학의 희망 정원을 조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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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마치 대학의 희망정원을 위한 수요조사를 의과대학 정원확대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의도로 보였다. 의료계는 복지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대해 걱정과 불만감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우선 복지부 조사에서 발표된 결과가 우선적으로 측정할 것을 제대로 측정했는지 타당성 문제가 있다. 의대정원 확대를 위한 수요조사가 의료수요 조사에 기반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데도 의사 수 증가에 대한 자료로 제출하면서 타당성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의 근거가 되는 의료 수요조사의 결과조차 불분명한 것이다.
우리말로 의료인력관리 혹은 의료인력조정(Health Workforce Regulation)은 보건의료의 한 작은 분야의 학문으로, 의료의 내적가치인 수월성(Excellence)추구를 위한 다양한 제도 속에서 의료가 최선을 유지하도록 도모한다. 의사를 대표로 하는 보건의료 인력 수요 산정, 의과대학 입학과 정원조정, 의학교육과 평가인증, 면허시험, 전공의교육평가인증, 전문의시험, 보수교육과 인증, 국외 면허의 인정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의료인력조정의 시대적 동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설적인 조직에 의한 연구와 조사를 기본으로 한다. 정부부서는 시험기구, 평가인증기구, 면허관리기구, 다양한 전문직 단체 등과 긴밀한 정보망 구축과 소통을 해 한 나라의 의료요구와 의료 인적 자원의 조화가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인력추계도 매우 중요하다. 고령화와 저출산, 의사가 없는 지역, 특정 전문의가 모자란 지역에 대한 현황 파악은 물론 보건의료에 대한 지역별 성과 측정, 과잉 인력배출 등 다양한 자료와 정보가 수집돼야 하고 다양한 요인의 변화에 대해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핀셋로 정확하게 집어내는 인력산정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복지부가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부족이나 과잉 모두를 고려해서 적정 인력을 추산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의료계는 지역별, 임상 과목별, 질환별, 부족 인력에 대한 추계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노동인력 감소, 의료비 추세,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형태를 고려한 신뢰성이 높은 자료를 원한다.
최근 복지부의 의과대학 희망 확대정원 조사는 상설적인 기제에 의한 타당성있는 자료도 아니고. 의사 수 증가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자료도 아니다. 복지부가 그저 의과대학의 희망적이고 팽창주의적 교육 수요조사를 의료수요 조사로 대체하고 있어 의료계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지역별, 전문과목별로 부족한 의사수에 대한 세밀한 근거자료나 국가적 의료기본계획과 부합하는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교육수요를 근거로 2030년까지 의대정원을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까지 확대 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재 구조로는 복지부가 대학에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에 대한 기본계획과 구체적 의료 수요조사 자료를 제공할 수도 없을 것이다. 높은 고용의사 급여와 급여 증가율, 중소병원 구인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대가 등의 일회성 사건 사고가 현황 참고자료로만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나온 수치는 의과대학 6년 동안 투자 노력에 의한 최대 증원 산정인데, 그동안 복지부나 교육부 그리고 대학재단의 의학교육예산 책정에 매우 인색한 실정을 비춰보면 앞날이 더욱 처참하다. 2주 조사기간 안에 6년간의 교육 투자 계획에 따른 최대 가능 정원을 도출한 결과치는 가설적이고 공상적이다.
특히 복지부는 현재 우리나라에 국제적 수준의 의과대학 평가인증 제도가 잘 정착돼 부실 의대 폐쇄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 제도와는 별도로 앞으로 평가와 교육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의학교육점검반이 점검 결과를 고려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교육부에 총 입학정원을 통보하면 교육부가 대학별 입학정원 배정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계, 공급자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가입자와 전문가가 포함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적법하고 충분한 최종 정책 결정 절차를 거친다는 발표도 했다. 위원회 개최 이면에는 회의 참여 단골인 거수기 부대를 동원해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겠다는 사실상 비민주적 절차에 의한 최종 결정임을 공지한 것이다.
G8 국가로 인정받는 우리나라가 의료인력조정에서 보여주는 정치적, 행정적 역량이나 정책 결정의 전개는 매우 미숙해 보인다. 특히 정부와 전문직의 긴밀한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보건의료인력조정(Health Workforce Regulation)에 대한 국가적 수준은 심각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