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남부지방법원과 의료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13일 조 교수의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져 석방된 데 이어 16일 박 교수와 19일 수간호사의 구속적부심이 기각됐다. 구속적부심이란 법원이 수사기관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적부(適否)를 심사해 구속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구속된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두 의료진의 기각 사유는 ‘구속이 적법하다고 판단한다’이며 구속영장에 있던 대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수의 구속적부심 결정 사유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데 있었다.
대신 조 교수는 보증금 1억원 조건이 붙었다. 보증금은 실제로 1억원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서울보증보험에 1억원을 보증하는 43만원의 보험료(왼쪽 사진)를 내고, 피의자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서울보증보험에 1억원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분주(주사제 분할 투여)와 분주 환경 위주로 문제 삼고, 무조건적으로 의료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경찰과 검찰 수사의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의료진에게 책임 떠넘기기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으면 진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라며 “조 교수의 경우 경찰 조사부터 줄곧 진술 거부를 했다. 진술의 일관성을 가장 크게 신경썼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다른 두 의료진은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분주를 안했다고 말하거나 분주가 이뤄진 환경에 대해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들었다”라며 “그러던 중 일부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측면이 있고,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분주는 다수의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행정 해석에서도 주사제를 다 사용한 다음 남은 것을 폐기하면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라며 “분주 자체가 문제였으면 벌써 수없이 많은 신생아들의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분주 자체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분주를 무균실에서 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무균실이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라며 “의료진 개인이 감염관리 교육도 받는데, 그저 감염관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구속 여부의 핵심이었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만에 하나 의료진이 일부러 분주를 했다고 해도 의료진 개인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전혀 없다. 병원의 조제실 환경 구축은 의료진 개인이 한 것이 아니라 병원이 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감염을 일으킨 의료진 외에도 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을 구축한 병원, 감염관리에 대한 책임을 문제 삼지 않았던 정부 등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건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의 의료진이 모든 잘못을 뒤집어 쓰고 서둘러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라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아야 재발 방지를 할 수 있고, 이 사건의 원인을 일으킨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계 스스로 빨리 덮어지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병원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빨리 잠잠해지길 원하고 관련 학회는 수가 인상을 받는 것만 목적으로 두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그렇게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신생아들의 희생을 막으려면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 변호사는 “이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의료진 7명이 27일쯤 법원에 송치되면 앞으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될 것이다. 우선 재판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공개되면 잘잘못을 하나하나 따지겠다”라고 했다.
그는 "본인은 의료전문 변호사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본인만 유일하게 구속적부심을 인정받았다"며 "처음부터 의료진 몇명에게만 책임을 씌우는 구조로 가려고 하기 때문에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억울하면서도 문제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전략이 통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전문 변호사는 복지부나 의료계 단체에 잘 보이기 위해 쓴소리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해결할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진 개인 외에도 복지부와 병원, 관련 학계 모두의 잘못을 가려내야 하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뒤로 숨어있다"고 했다.
그는 25일쯤 방송 예정인 추적 60분에 관련 내용을 주장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500병상 규모 모병원의 상임이사로 근무해본 경험이 있다. 공학 박사학위도 받았는데 당시 '모바일을 이용한 종합병원 환자 관리 시스템'을 논문으로 냈다"라며 "이런 경험을 통해 의료계와 복지부의 역학관계, 병원이라는 조직과 의료진의 수직적 관계 등에 대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의료진 7명은 분주 관행에 따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신생아들의 패혈증 사망을 막지 못했고, 감염관리 책임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4일 법원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4명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 3명(조수진 교수, 박 교수, 수간호사)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 중 2명(박 교수, 수간호사)에 대해 구속 기소되고 조 교수와 나머지 의료진 4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27일쯤 법원에 송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