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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립테크] 코로나19 길어질수록 수면시간은 줄어…절반 이상은 수면장애

    세계인이 코로나19로 우울, 스트레스 등 수면의 질 악영향...한국인은 세계 평균에 더 못미쳐

    기사입력시간 2021-09-21 14:11
    최종업데이트 2021-09-21 14: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감염병 사태가 대중들의 수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절대적인 수면시간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수면의 질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연구들의 공통된 결과다. 

    우선 지난해 8월 개최됐던 미국수면학회 연례학술대회(SLEEP 2020)에서 캐나다 오타와대학 레베카 로빌라드(Rebecca Robillard)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가 수면패턴에 영향을 미쳐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캐나다인 5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2명 중 1명은 코로나19 기간에 수면장애를 겪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면장애가 있다고 답한 이들은 36%에 불과했으나 코로나19 이후엔 51%로 급증했다. 전체 인원의 8%는 코로나19 이후 수면제 복용 빈도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면시간 자체도 평균 1시간 이상 짧아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수면시간 감소군의 대부분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장애 등을 호소했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면 장애의 변화, 모든 유형의 수면 장애와 관련하여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어려움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비율. 사진=Profiles of sleep chang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Demographic, behavioural and psychological factors, Journal of Sleep Reasech.

    이 같은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다. 

    지난 7월 26일 부산동아대병원 김동민 교수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2288명 중 30.7%의 우울증을, 22.6%는 불안 증세를 보였다. 

    이는 2020년 5월 코로나19 전후 우울증과 불안 정도를 비교한 홍콩의 연구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앞선 홍콩의 연구에 따르면 홍콩 시민들은 코로나19 전후로 우울증과 불안이 각각 10.7%에서 19.8%로, 4.1%에서 14.0%로 증가했다.   

    특히 연구팀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부활동 제한과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치명적 결과 등에 대한 두려움도 우울 등과 관련이 있지만 수면 패턴의 변화와 우울 등과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도 밝혀냈다. 

    연구팀은 "해외사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이후 38.3%가 수면의 질이 악화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수면 문제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신건강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우울증과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수면 검사와 문제에 대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의 대중이 느낀 우울과 불안의 정도. 사진=The Prevalence of Depression, Anxiety and Associated Factors among the General Public during COVID-19 Pandemic: a Cross-sectional Study in Korea. JKMS.

    지난 7월 28일 한국융합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에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불면증 발생이 1.58배 증가하며 심각한 불안을 경험한 이들의 수면의 질이 감소할 가능성은 8.95배나 높았다. 

    국내 사례와 해외 사례를 구체적으로 비교한 연구도 존재한다. 

    필립스가 지난 3월 한국인 999명을 포함해 총 13개국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수면 동향'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응답자의 48%, 한국인의 61%가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스트레스는 글로벌 응답자(24%)와 한국인(28%)이 꼽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글로벌 응답자의 70%가 코로나19 이후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밤 중에 깨는 현상 (43%), 잠 들지 못하는 현상 (34%), 수면 상태 유지에 대한 어려움 (27%) 등을 대표적인 수면 문제로 꼽았다. 

    한국인 역시 62%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수면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도 밤 중에 깨는 현상 (39%), 잠들지 못하는 현상 (24%), 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17%)으로 동일한 순서였다.  

    수면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글로벌 응답자55%가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한국인은10명 중 4명만이 수면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해, 여전히 글로벌 평균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수면 시간 또한 글로벌 평균보다 짧았다. 전 세계 평일 수면 시간은 6.9시간, 주말은 7.8시간이었으나 한국인의 평일 수면 시간은 6.7시간, 주말 7.4시간이었다.  
     
    사진=필립스 수면 서베이

    코로나19 PCR검사 결과 음성그룹보다 양성그룹에서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경향도 보고되고 있다. 

    8월 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라쿠텐(楽天)그룹은 최근 PCR 검사를 받은 일본인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일 평균수면시간이 4시간 미만이거나 4~6시간 사이라고 답한 비율이 음성그룹이 47.8%인데 비해 양성그룹에선 5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PCR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인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10.1%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박찬순 교수는 "수면장애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사회경제적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며 "일부 중요 기관과 산업 등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수면질환의 유무를 의무적으로 검사하고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