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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뇌혈관 골든타임 사수, 인력 대책은 없다?…"중증·응급 인력 소진·이탈에 고령화 심각"

    [인터뷰]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심장내과 펠로우 42명에 불과...당직·저 보상·의료소송 우려에 인력 지원 투자 절실"

    기사입력시간 2023-08-08 05:41
    최종업데이트 2023-08-21 10:32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출혈이 발생한 간호사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으로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정부가 백방으로 대책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가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 안에 '인적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부족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해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인적 네트워크 사업'은 권역 내 각기 다른 소속의 의료진이 네트워크팀을 이뤄 함께 당직을 운용하며 중증·응급 환자를 재전원 없이 최대한 빨리 권역 내에서 책임지고 치료하도록 하는 대책으로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는 근본적으로 필수의료 의사가 줄어드는 문제의 대책은 아니고 병원 전 단계에서부터 발생하는 시간 소요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충북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받은 충북대병원에서 응급 심근경색증 환자에게 심혈관중재술을 제공하는 필수의료과 의사인 배 교수가 바라보는 실제 심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 사수 방법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구급대 현장 출동 시점부터 중증·응급 진단-이송병원 연계해야 하지만…국내 '한계' 있어

    최근 20년간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으로,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원인의 17%를 차지했다. 실제로 조기사망과 장애 등 우리나라 질병부담 요인 상위 10위 중 1위가 뇌졸중이며, 3위 당뇨병, 7위가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또 심뇌혈관질환이 속한 순환기계 질환의 치료 가능 사망자(적시 의료 개입으로 회피 가능한 사망)가 2018년 1만1506명으로 1인당 수명 손실연수가 13.4년에 달한다.

    긴급 혹은 중증 심뇌혈관질환은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뇌출혈, 대동맥 박리 등이 있고 심근경색증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흉통이다. 하지만 가슴 흉통 하나의 증상만으로 환자를 제일 처음 만나는 119구급대가 곧바로 해당 환자를 심근경색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배 교수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0분에서 180분이라는 급성심근경색증과 뇌경색‧뇌출혈 등 뇌졸중의 골든타임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응급구조사가 주를 이루는 119구급대가 현장에서 환자가 심근경색인지 정확히 판단하려면 심전도를 찍어보거나 현장분자진단기기(POC)를 통한 혈액검사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법에 따라 응급구조사가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 교수는 "심뇌혈관질환 환자에게 적시에 적합한 치료를 제공하려면 훈련받은 구급대원과 구급차 안에 심뇌혈관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구비해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있다"라며 "실제로 선진국들은 구급차 대부분이 달리는 중환자실인 MICU(Mobile Intensive Care Unit) 형태로, 구급대가 현장에서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구급차 내 구급대원이 이송 중에 심뇌혈관 전문의나 응급의학 전문의에게 무선으로 환자의 상태와 검사결과 등을 알려 병원 도착 전에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을 진단하게 한다. 또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직접 이송하거나 MICU에 의사가 함께 탑승해 빠른 진단으로 병원 이송 후에도 물 흐르듯 연계 치료를 한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직역 간 업무범위 등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응급구조사가 병원 전에 의료기기를 이용해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환자를 특정하고 빠르게 분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또 중증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응급 후송체계에 대한 정부 지원의 부족과 인력, 응급수송 차량의 부족 등으로 골든타임 안에 이송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는 직역 간 업무범위가 민감해 응급구조사가 병원 전 단계에서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환자를 빠르게 분류하지 못한다. 닥터카가 있어도 사용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현장 출동 단계에서 진단이 어렵다 보니, 자연히 즉시 치료 가능한 병원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시간을 날려버리고 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송 시작해도 전문의 부재, 병실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인력 소진과 병원 이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정되지 않은 중증‧응급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확진 검사 및 치료방법 결정에 시간이 소요되고, 진단 이후에는 원내에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중환자실 부족 등으로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한다. 그때는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고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증가하게 된다.

    배 교수는 병원에 도착한 심뇌혈관질환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이유로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에 대응할 인력의 소진과 병원 이탈을 지목했다.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치료는 일정 규모 이상에서 제공 가능한 의료 영역이지만 최근 관련 전공의‧전임의 지원이 급격히 낮아졌고, 전공의 특별법으로 응급 당직 분야 전문의들의 소진이 심각해지면서 인력 공백이 심화한 것이다.

    그는 "우리 병원도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되며 겨우 전문의 4명이 365일 당직을 서고 있다. 그럼에도 한 사람이 1년에 90일씩 당직을 서야 한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외래 진료는 물론 당직과 의대 및 전공의 교육과 지도, 연구 및 학회 활동까지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워라밸이 불가능한 교수들이 결국 퇴사해 개원하는 일도 많다. 이런 교수들의 모습에 전공의들은 다빈도-저위험 진료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심장내과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내과 자체 지원자도 줄고, 그중 심장내과는 기피과로 분류해 지원자는 더 줄어들고 있다. 심장내과 펠로우는 2010년 62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지난해 42명으로 줄었다. 그중 심혈관중재를 하는 전문의는 28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치료는 시설‧장비보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데 필수의료를 선택한 의사들은 환자가 많은 지역을 선호하면서 더욱 서울로 이동한다"며 "교수 사회도 고령화되면서 곧 은퇴 의사가 대규모 발생할텐데, 이때 크게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이 잇따르면서 그나마 배출된 의사들은 서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부, 인력 부족 해결 위해 '인적 네트워크' 사업 추진…병원 선정, 이송 '시간 단축' 기대
     
    자료=보건복지부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최근 필수의료 강화 차원에서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내놓고 24시간 어디서나 심뇌혈관질환 걱정 없는 건강한 일상을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해외 국가처럼 병원 전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국민과 119구급대에 대한 중증‧응급 뇌혈관질환에 대한 환자 증상 교육을 통해 병원 전 현장에서 빠르게 중증‧응급을 진단해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복지부는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중심으로 소속과 관계없이 질환별 치료방법별로 전문의 중심의 네트워크팀을 구성해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대응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배 교수는 "해당 시범사업은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출혈을 일으킨 간호사가 원내에 해당 간호사를 수술할 전문의가 없어 결국 신경외과 뇌혈관질환 교수들의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이 발단이었"며 "복지부는 실시간 수술‧시술 가능 병원을 찾기 위해 심뇌혈관질환 전문의들이 인맥으로 해결하는 현장 상황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팀은 골든타임 내 도달 가능한 범위의 서로 다른 의료기관 소속의 심뇌혈관질환전문의(필수)와 응급의학전문의(선택) 최소 7인 이상이 하나로 뭉쳐 24시간 당직체계를 운용하고 협진한다. 또 심혈관중재의, 신경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중증·응급환자의 진단 결과와 실시간 병원 상황을 반영한 직접 소통으로 해당 시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전원‧이송 병원을 신속하게 결정한다.

    복지부는 인적 네트워크 구성‧운영‧유지에 쓰인 비용을 사전에 100% 보상하고, 운영 성과에 따라 인적 네트워크 작동 시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대응 시간을 단축하는 편익을 고려해 운영 성과에 따라 사전 보상비의 최대 40%까지 추가 보상하기로 했다.

    배 교수는 "기존에는 119구급대가 응급실에 심뇌혈관질환 환자 수용을 물으면 병원의 응급실 코디네이터가 상황판을 보고 전문의 인력이 있는지, 중환자 병실은 있는지, 입원병실은 있는지 등 다 따져서 환자 수용 여부를 이야기해 줬다. 하지만 심뇌혈관질환 최종 치료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의사에게 문의하면 중환자 병실이 꽉 차 있더라도 중환자실의 상황을 알고 있어 병실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 진료과가 직접적으로 중증‧응급환자 수용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유연하게 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119구급대가 출동한 현장에서 곧바로 환자가 심뇌혈관질환이라고 의심하면 당직 중인 심뇌혈관질환센터 전문의에게 직접 문의하고, 이 전문의는 해당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용 가능한 병원을 안내함으로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근본 대책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소…"인력에 대한 투자가 중요, 보람 느끼는 환경 만들어야"

    배 교수는 인적 네트워크팀 구성 대책도 한계가 있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적 네트워크팀 구성은 전문의가 과소하거나 과밀한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과소 지역은 의사가 없어 365일 24시간 체계가 불가능하고, 과밀 지역은 의료기관 간 경쟁이 될 수 있어 어렵다. 또 A병원 환자가 응급상황이 생겼는데 B병원 응급실에 가서 악결과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의료분쟁에 대한 문제도 선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배 교수는 "이번 대책은 근본적으로 심뇌혈관질환 전문의 배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향후 젊은 세대가 심뇌혈관질환 분야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인력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아무리 당직이라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노동 강도에 맞지 않는 보상체계와 고위험 업무에서 피하기 힘든 의료소송의 부담에도 여전히 흉부외과, 심장내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이 있다.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현장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네트워크 사업 외에 근본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