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의사들의 필수과 기피 추세 속에도 남들과 다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필수과 전공의들이 있다. 그들이 일선에서 느낀 필수과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전공의협의회 필수중증의료전공의위원회 소속 전공의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 속사정을 들어본다.
① 이혜주 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흉부외과 그리워 돌아간다”
② 익명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 “그만두고 싶다가도 아이들 모습에 잊혀져"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마무리된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15.9%를 기록했다. 필수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전 과목 중 지원율이 뒤에서 3번째였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수 년간 이어진 소아과 전공의 미달 사태는 이제 소아 진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과도한 업무 부담 탓에 소아 응급진료는 이미 축소 수순에 들어갔고 입원 진료와 중환자 진료 역시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입원진료를 잠정 중단한 가천대길병원의 사례가 다른 병원들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들을 집중해서 치료하다보면 그런 생각들도 어느새 다 잊게 된다.”
지난 19일 저녁, 소아청소년과의 위기가 연일 매스컴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만난 소아과 전공의는 힘들다면서도 소아과 일이 재밌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만 더 환경이 좋아진다면 소아과만큼 수련받기 좋은 과도 없을 거라는 말에선 소아과에 대한 자부심도 묻어났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소아과에서 근무하는 3년차 김민지(가명) 전공의와 경인 지역 대학병원 소아과에서 근무하는 3년차 이동훈(가명) 전공의를 만나 현장에서 느낀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수련병원의 상황이 일반화될 우려가 있다며 익명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 환자 길게 볼 수 있어 소아과 선택…아팠던 아이들 건강하게 커갈 때 ‘보람’
Q.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
김 : 한 환자를 오래볼 수 있는 전문과를 하고 싶었고, 어린 환자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했다. 어릴 때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었는데 그런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의사가 돼 도와주고 싶단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실제로 학생 시절부터 소아재활, 소아정신 등 소아와 관련된 진로를 알아봤었다.
이 : 처음부터 소아청소년과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전공을 고민하던 중에 소아과가 환자를 전인적으로 볼 수 있는 과인 것 같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소아 환자는 단순히 아픈 곳만 진료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성장, 발달 등 모든 걸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범위가 넓으면서 전문적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Q. 실제 3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김 : 소아 환자들을 볼 수 있다는 것, 동일한 환자를 지속적으로 오래 볼 수 있다는 점엔 만족한다. 예를 들어 내가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를 할 때 출산 후부터 받아서 퇴원시켰던 아이가 나중에 예방접종이나 다른 검사를 위해 병원에 건강하게 걸어들어올 때는 정말 뿌듯하다.
이 :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 역동적인 과라고 느꼈다. 소아청소년과가 노동집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론 그런 부분이 좋았다. 물론 힘든 것도 사실이다. 소아 환자 1명을 진료하는 게 성인 환자 1명을 진료하는 것보다 업무 부담이 몇 배나 크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섬세하게 봐야 한다. 그런 부분들이 힘들면서도 재밌고 오히려 더 집중하게 돼서 좋았다. 신생아실 중환자실에서 만났던 아기들을 이후에 병동이나 외래에서도 보게 되는데, 아이들이 아픈 부분뿐만 아니라 육아상담 등까지 하면서 쭉 끌고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Q. 전공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김 : 아무래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400g으로 태어난 아기가 있었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 아이는 병원에서 100일 잔치도 하고 퇴원시켰을 때 보람을 느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처음 사망선고를 할 때였다. 갓 태어난 아기였는데, 부모는 물론이고 온 가족들이 기다렸던 아기였던 터라 사망선고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 전공의 1년차 때 심정지 상태의 아기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응급실로 실려왔다. 응급실로 내려가봤더니 아동학대인 걸로 판단돼서 이후에 여러 법적 절차를 밟았다. 그렇게 실려온 아이들은 보통 처음 48시간만 넘기면 그 상태로 몇 달을 버틴다. 결국 감염 때문에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 아이가 가장 기억이 난다.
출산율 저하∙소송∙저수가 등 지원율 추락 영향…윗년차∙동기 존재 중요
Q. 2023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 지원율이 16%까지 떨어졌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김 : 어린 아이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게 가장 큰 이유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고 전문의가 됐을 때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줄어드니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이 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나 싶다. 당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고초를 겪는 과정을 보면서 바이탈과를 가면 저런 일에 휩쓸릴 수 있겠구나. 내가 환자에게 일부러 해가 되는 일을 한 게 아닌데도 수사와 재판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가기가 싫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에 소아과 세부 분과를 하려는 사람도 줄었던 걸로 안다.
이 : 젊은 의사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소아 환자의 보호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다. 또 아이를 다루고 상대하는데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존에 낮은 수가로 인해 수입 문제가 있는데, 애들도 줄고 일부 보호자들은 극성이다 보니 이런 여러 문제가 결부되면서 지원율이 바닥이 된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소아과 자체가 노동집약적인 과인데, 그렇게 힘들게 전문의를 따고 나와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Q. 실제 최근에 한 지방 소재 대학병원에서 소아과 전공의가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당한 일도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나.
이 : 병동 한복판에서 누가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있었지만 다행히 폭력까지 경험한 적은 없다. 그 외에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충분히 상황 설명을 하면 잘 해결된다.
김 : 물론 처음에도 환자의 상태나 치료 계획 등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한다. 하지만 보호자들이 충분히 이해를 못하다 보니 발생하는 갈등도 있다. 보호자가 악의를 갖고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주치의가 면담하면서 다시 한 번 자세히 설명하면 대부분은 수긍하고,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경우도 있다. 보호자 입장에선 말 못하는 애기가 열이 펄펄 끓고 있으니 답답할 수 있다.
Q. 빅5병원 중에서도 정원 이상의 지원자가 몰린 곳이 있는가 하면 지원자가 전무한 곳도 있었다.
김 : 지원자들끼리도 이 쪽에 몇 명이 찬다고 한다더라, 이쪽에 너무 미달이 난다고 한다더라 하는 얘기가 들리면 미달나는 병원에 지원했던 사람들이 인원 수를 맞춰 갈 수 있는 병원으로 지원을 바꾸는 것으로 안다. 물론 병원의 이름값도 중요하지만 전공의 윗년차가 있는지, 있다면 몇 명인지, 동기는 있는지 등이 병원 선택에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라 업무 부담 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1년차로 들어갔는데 물어볼 윗년차도 없고 동기도 없다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1년차가 교수에게 바로 물어보기는 어렵지 않나.
중환자실∙병동∙응급실까지 눈코 뜰 새 없어
Q. 최근 몇 년 동안 전공의 미달이 이어지면서 각 병원 소아과들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안다. 수련받고 있는 병원은 상황이 어떤가.
이 : 서울과 달리 경인 지역은 중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들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소수의 큰 병원들로 몰리는데 그 중 한 곳이 우리 병원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환자실 환자가 많이 늘었다. 경인 지역에 큰 병원들이 중환자를 받아주질 않으니 돌고 돌아서 우리 병원까지 오는 거다. 최근에 온 중환자 중에서도, 다른 지역에서 6시간을 돌다가 우리 병원으로 온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생아 중환자실도 병원들이 미숙아 산모를 잘 받지 않으려 한다. 우리 병원은 지금 30주 미만 미숙아가 예전에 비해 3배가량 늘었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나 혼자뿐이다. 거의 20~30명의 환아를 보는 수준의 업무 로딩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도 병원에 들어오려는 미숙아 산모들은 연락이 계속오고 중환자실에 자리는 있다보니 무작정 막을 수도 없다. 지금은 전공의, 전담간호사들의 인력을 갈아넣어서 버티고 있다. 교수들도 이전에 본인들이 하지 않던 일들을 하고 있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 신생아 중환자실 전원 문의가 많고 아동병원 등에서도 입원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전원 문의가 많이 온다. 전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면 받는다. 하지만 인력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정규 업무시간에 병동 업무를 할 인원이 매우 부족하다. 우리 병원의 경우 신생아중환자실은 환자 20명을 받을 수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 아기들은 3~4명 분량으로 일이 많아진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매일 매일 밥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몇 시간 간격으로 얼마나 먹일지를 전날 본 소변이나 혈압 등을 보고 아침마다 처방을 내야 한다.
1kg 미만의 미숙아들은 거기에 더해 영양제도 달아줘야 하는데, 성인과 달리 우리가 일일이 성분을 조성한다. 피 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당분, 소금,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 작업이 길게는 아기 한 명당 1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 일을 아침에 출근해서 빨리 끝내야 하는데 밥, 영양제 처방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으면 업무 과부하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그렇게 밥 처방을 내면서도 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서 처치도 해야 한다.
Q. 업무 과부하 상황을 조금 더 더 자세하게 얘기해달라.
김 : 병동 환자들의 경우 각 교수들마다 주치의 역할이 다 따로 있는데 그러다 보니 전공의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주치의는 교수 2~3명이 맡는데 전공의가 함께 역할을 해야 한다. 전부 회진을 돌고나면 교수들마다 속도가 달라서 2시간 가량이 걸린다. 그러면 첫 번째 회진을 돌면서 어떤 아기가 기침이 있다고 기침 약을 달라고 했는데, 정작 나는 나머지 회진을 돌 때까지는 그 애기에게 기침약 처방을 내지 못한다. 이렇게 정규 근무를 할 전공의조차 줄어들다 보니 길병원 같이 입원진료를 중단하는 상황이 나오는 것 같다. 당직은 전공의 근무시간이 80시간이 넘는다면 교수들이 당직을 서기도 하고, 당직만 서주는 전담전문의도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 : 병동에 당직을 보는 선생님 한 분과 입원전담전문의가 이번 달에 들어왔다. 사실 당직은 주 80시간 때문에 교수들이나 당직을 서는 촉탁의들이 일부 담당하고 있는데 제일 문제가 낮 시간이다.
우리 병원의 전공의 정원은 10여명인데 2명 밖에 안남았다. 업무 일부를 교수들이 맡는다고 해도 전공의 정원이 다 차있는 것과 같을 수가 없다. 교수들은 입원환자만 보는게 아니라 외래, 연구, 학회 활동 등 교수 고유의 일들이 있다. 그래서 교수들은 웬만하면 액팅 업무라고 하는 오더나 차팅을 하고 싶어하지 않고 실제로 상황도 여의치 않다. 그러면 결국 신생아 중환자실은 내가 다 관리할 수밖에 없다. 전담간호사 오더도 봐줘야 하고, 미숙아 10명한테 밥 처방, 처팅, 보호자에게 설명 전화까지 할 일이 많다. 의국장까지 맡고 있어서 교수들에게도 전화가 많이 오는데 그런 것까지 담당하며 일하다보니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김 : 그렇게 인력이 없는 와중에 또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달려가야 한다. 주중에 외래업무나 응급실에 가있으면 낮 시간에 병동에 소아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 생긴다. 병동서 급한 전화가 와도 응급처치하고있을 때 못받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상급연차에게 연락이 가거나 하는 체계가 있지만 그런 식으로 인력 공백이 생기는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
이 : 그나마 빅 5병원은 나을텐데 그 정도 규모가 안 되는 다른 병원들은 보통 정원이 연차당 3~4명이다. 그런데가 다빠지니 중환자실이나 병동에 많아야 2~3명, 적으면 1~2명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병동과 중환자실이 가득찬 상태에서 응급실 콜까지 담당하기 힘들다. 그나마 정규 업무시간은 교수들도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특히 당직 시간에는 병원에서 환자 보는사람이 중환자실에 1명, 병동에 1명뿐이다.
내가 병동 환자와 중환자실 환자 전체를 보면서 응급실 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들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특히 중환자 응급진료가 큰 문제다. 우리가 안 하려하고 안 하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입원 환자를 안받는다거나 상당수의 병원들은 응급실 진료를 특정 시간만 한다든지 아예 닫는 결정을 하고 있다.
전문의 충원 필요…도와주는 교수∙동기들 있어 버텨
Q. 소아청소년과 학회는 수가 가산 등과 함께 전담전문의 채용을 늘리기 위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론 전문의 중심의 진료로 전환될 필요가 있단 주장도 나온다.
이 :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상급종합병원 수준에서 전공의가 없다고 과가 돌아가지 않는 건 솔직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병동은 물론 신생아 중환자실이 안돌아가니, 전공의가 수련 받는 걸 포기하고 병동 업무와 중환자실 업무에 투입된다. 소아청소년과학회 커리큘럼에 따르면 원래 4년차는 외래중심으로 진료하게 돼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병원 4년차는 외래를 거의 보지 못했다. 외래 참관도 짬날 때 잠깐하는 정도였다. 적절하게 수련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전공의는 현실적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강력히 얘기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결국 4년차들은 나가기 직전까지도 환자 20명씩 보면서 거의 1~2년차 전공의처럼 일했다.
김 : 수련과 근무를 너무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전공의는 수련에 좀 더 중심을 둬야 하고, 인력 부족으로 병동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는 결국 전문의 충원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을 것 같다.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
김 : 문득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을 혼자 보고 있을 때가 그렇다. 20명의 신생와 중환자를 혼자 봐야하고, 영양제 주사 처방을 내야하는 미숙아가 5명이 넘어가면 진짜 그만두고 싶어진다. 그나마 도와주는 교수들과 동료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다. 병원 분위기와 교수, 지도전문의 등이 전공의 수련이나 당직 업무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분위기인가가 정말 중요하다. 그래도 우리 병원은 많이 도와주는 편이다. 동기들도 일종의 전우애 같은 게 생긴다.
이 : 오늘 아침에도 그만두고 싶었다.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회진 전에 밥 처방을 다 내놔야 하는데 7시에 출근해도 그걸 다 마치고 컨퍼런스에 내려갈 상황이 안 된다. 물론 조금 늦게 들어가도 교수들이 크게 꾸짖지 않기도 하고, 잘 도와주려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나는 아픈 아이들을 집중해서 진료하다 보면 그만두고 싶단 생각도 어느새 잊게 된다. 회진 돌면서 상의하는 일도 재밌다. 그렇게 잊었다가 퇴근하면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솔직히 이미 3년이나 수련을 받았는데라는 생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랫 연차는 나간다고 해도 붙잡을 명분이 없을 것 같다.
Q.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김 : 가장 시급한 건 인력 지원과 수가 정상화다. 결국 같은 얘기인데 병원 입장에선 소아과를 운영했을 때 수지가 맞아야 인력 충원 등에 투자를 한다. 소아과는 비급여가 적고, 보호자들이 질문을 한 가득 준비해서 상담해줘도 별도의 상담수가도 없다. 상담수가 등을 신설해서 환자에게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들어오면 병원이 소아과를 더 지원해줄 수 있다.
전담전문의 채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소아과는 투자 대비 수익이 되지 않으니 병원은 전담전문의 추가 채용을 위해 급여를 높여주는 걸 꺼려한다. 그러다보니 지원자 없어서 부족한 인원으로 꾸려나가는 병원들이 많다.
이 : 지금 입원전담전문의는 나라에서 지원금이 나오는데 인력 활용범위가 한정적이다. 이걸 좀 유연하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학생들이나 인턴들은 개원가 상황도 많이 본다. 이건 결국 수가랑 연계되는데 개원가에서 하루에 100명씩 환자를 봐도 다른 과에서 성인 환자를 보는 것보다 수입은 훨씬 적다. 시간과 에너지는 훨씬 많이 들어가는 데도 말이다. 소아는 육아 상담을 기본으로 다 깔고 가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수가도 없다. 물론 기존에 책정돼 있는 수가들도 가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