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아침에 기상 후 충분히 빛을 보고 활동하면 15~16시간 뒤 저절로 잠이 옵니다. 수면욕구와 일주기 시계가 일치하게 돼 잠을 잘 자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 점을 염두해두면 꿀잠을 자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대한수면의학회 이사장)는 13~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D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꿀잠프로젝트 슬립테크 2020-대한수면의학회 특별세미나에서 '잠과 깸의 비밀, 내 몸속 생체시계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하며 아침 햇빛을 즐기는 산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체시계는 몸속 일주기 리듬 유전자 때문에 생겨나는데, 이 유전자를 찾아낸 과학자들은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생체시계를 좌우하는 유전자가 낮에 발현되고, 밤이 되면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단백질이 다시 핵 안으로 들어와 유전자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우리 몸에서 규칙적으로 24시간 주기로 유전자 흐름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칙적으로 빛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식사를 일정하게 2~3회 먹는 것이 생체시계와 맞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활동하지 않는 것이 우리 몸의 말초시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 간헐적 단식이 다이어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언제 먹고 언제 굶느냐가 중요하다. 밤에는 먹지 않고 낮에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간헐적 단식이다"고 덧붙였다.
야간에 많이 먹는 것, 야간에 활동을 많이 하고 낮시간에 활동이 적은 것은 일주기 리즘의 교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일주기 리듬이 깨지면 몸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 교수는 일주기 리듬 교란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치매, 면역기능저하, 기분장애 등 신경정신계 질환, 심혈관질환, 감염병, 당뇨병, 암(남성은 전립선암, 여성은 부인암), 비만, 피부병, 낙상 등을 꼽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년 야간빛을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교수는 "2014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잠을 자야 뇌활동의 노폐물이 밖으로 배출된다"면서 "뇌에는 임파선이 존재하지 않는데, 그 비밀은 잠에 있다. 자는 동안 두뇌 전체가 임파선처럼 기능해 뇌척수액이 능동적으로 노폐물을 씻어낸다. 잠 자체가 뇌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잠을 안 자고 있을 때 잠을 자는 것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다. 아침에 깨어나 활동하면 밤이 될수록 점점 수면욕구가 증가하고 잠을 자는 순간 줄어든다. 이런 욕구가 24시간 주기로 나타나며, 낮잠을 자지 않고 각성 시간을 유지해야 수면욕구가 최대가 된다"면서 "낮과 밤의 변화에 우리 생체시계를 맞춰야지만 규칙적으로 잠을 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봄에 춘곤증이 발생하는 것도 일주기 생체시계와 관련이 있다. 이 교수는 "가을과 겨울이 되면 해가 늦게 뜬다. 우리 몸이 만약 여름에 맞춰져 있다면 가을과 겨울에는 해뜰때 일어날 수가 없고, 리듬이 약간 밀리는 것이 정상이다. 반면 겨울에서 봄이 됐을 때는 갑자기 리듬을 한꺼번에 앞으로 당겨야 한다. 이 때는 인류의 생체리듬이 24시간보다 길어 시차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데 그것이 바로 춘곤증이다. 정신과적으로 이 시기에 자살이 많고 조울증, 조증, 우울증이 많이 생기는데 생체시계를 바로 잡는 것이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겨울에 열심히 햇빛을 보고 산책하며, 아침마다 눈으로 빛을 충분히 본다면 정서적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밤늦게 빛을 많이 보거나 아침에 빛을 안보는 것은 불면증이 생기기 좋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언제 빛을 봐야 잠이 잘 오는가는 언제 패달을 밟아야 자전거가 굴러갈까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일주기 생체시계를 기억하라. 아침 햇빛을 즐기는 산책이 잠과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