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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신과 함께 #2.

    "어? 이거 거즈 아니예요? 30년도 더 된거라면서요...? "

    기사입력시간 2019-06-01 14:00
    최종업데이트 2019-06-03 08:52


    신과 함께 #2. 

    CT의 판독소견을 기다릴 것도 없었다.

    " 할아버지 오늘 입원하셔서 내일 수술 하시자구요. "

    " 이게 뭔가요? "

    " 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그저 비정상 종괴가 뱃속에 있으니 일단 빼내야 한다는 거예요. 일단 수술해서 빼내고 조직검사를 볼게요. 그런데 암은 아닐 것 같아요. "

    " 예... "

    " 아, 참... 예전에 쓸개 떼어 내는 수술은 어디서 하셨어요? "

    " 저~~기 OO병원에서 했어요. "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병원이다.

    " ...... "

    " 많이 위험한 수술인가요? "

    할머니가 물었다.

    " 그건 들어가 봐야 알것 같아요. 오래된 거라서 주변 장기와 유착되어있을 가능성이 커요. 그러면 수술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일단 배를 열어봐야 알 것 같아요. "

    할머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음날 수술방.

    ( 대개 이전 절개부위가 있으면 그 절개부위를 다시 열고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환자는 30년 넘게 이 종괴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내부장기와의 유착이 어떨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Extended Upper midline incision(상복부 정중선 확장절개)을 시행했다. )

    역시...
    유착은 심했다.
    핸드볼 공 만한 종괴가 우측복벽의 peritoneum(복막), liver(간), omentum(대망)과 유착되어있고 A,T-colon(상행, 횡행 결장)은 눌리거나 옆으로 밀려 있었다.
    peritoneum을 완벽하게 dissection(박리)하지는 못했다.
    일부의 peritoneum과 함께 종괴를 떼어냈다.



    Cystic mass(낭성종괴)...
    제발 아니길 바랬다.



    수술중에 떼어낸 종괴를 열어 보았다.
    (물론 Op. field 밖에서다. 흥분하지 마시라.)

    chocolate 색깔의 액체가 다량 흘러나오고 cystic wall(낭벽)에 단단하게 붙어있는, 역시 chocolate color mass가 있다.

    조심조심 그 덩어리를 풀었다.

    " 어? 이거 거즈 아니예요? "

    스크럽 간호사가 놀라서 묻는다.

    " 뭐? 거즈...? "

    마취과장이 놀란 눈으로 경계를 넘어 내려온다.


    " ...... "

    " 엄과장님, 이거 거즈 맞아요? "

    마취과장의 질문.

    " 예, 그러네요... "

    " 어떻게... 이런... 30년도 더 된거라면서요...? "

    " 예, 그렇다네요... "

     
    ▲"거즈가 30년째 환자의 뱃속에 있을 줄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우와... 어떻게 이걸 가지고 지금까지 사셨을까... 그런데 이 cyst(낭)은 뭐예요? "


    진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는가?
    자그마한 모래하나가 조개 안으로 들어와
    조개가 뱉어내려 해도 하지 못했을때
    조개는 그 모래가 자신을 해치지 못하도록 
    계속 체액을 내어 둘러싸게 된다.

    인간에게는 아름다운 진주일지 모르나 
    조개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의 아픔이다.

    조개만 진주를 품을 것 같나?

    우리 몸도 이물질이 들어오면 그 주변에 염증을 일으키고 
    출혈이 생기는데 이 출혈이 오랜 세월 조금씩 반복되어
    출혈과 흡수가 반복되다보면 결국 맨 바깥쪽에 섬유화가 진행되어 주머니를 만들고 그 내부에서의 출혈 및 흡수가 다시 반복되어 결국엔 chocolate 같은 찐득한 액체로 가득차게 된다.

    말하자면 인간의 진주다. 

    " 보호자나 환자에게 뭐라고 말씀하실거예요? '

    마취과장이 다시 물었다.

    " 글쎄요... "

    " 예전에 어디서 수술하신거래요? "

    " OO병원이라네요. "

    " 30년도 더 된 일이니 그 의사가 있겠어요? "

    " 없겠죠... "

    " 어떡하실거예요? "

    재차 묻는다.
    그러나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3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