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의 방문 없이 이뤄진 의료기관 현지조사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지조사 업무를 현장에서 집행할 수 있는 것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명을 받은 복지부 소속 공무원으로 국한된다 게 판결의 요지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심사평가원 소속 직원만으로 현지조사가 이뤄졌다면 절차적 위법사유가 된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최근 A의료기관에 대한 187일의 업무정지 처분과 2078만원 가량의 의료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참여하지 않은 현지조사의 적법성 여부였다.
보건당국은 구 의료급여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라 심평원이 복지부 장관의 현지조사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워 심평원 직원들로 구성된 현지조사도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A의료기관 측은 실질적 조사 권한이 없는 심평원 직원들로만 이뤄진 이번 조사는 위법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의료기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독자적인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있고 복지부 소속 공무원은 행정조사의 실시 권한을 갖는다. 급여비용심사기관인 심평원은 급여비용의 심사와 적정성 평가 등에 대해 복지부 장관이 요청하는 범위 내에서 독자적인 행정조사권을 갖는다.
해당 법률의 해석에 대해 법원은 심평원의 권한은 복지부 요청에 따라 현지조사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봤다. 즉, 실질적 조사권한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요양기관 현지조사지침에도 복지부 조사담당자를 반장으로 해 현지조사반을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다.
재판부는 "의료급여의 적정성 평가와 급여 대상 여부의 확인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지원하는 권한을 넘어서 현지조사 권한을 복지부 장관이 심평원에 위탁한다는 법령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현행법은 복지부 소속 공무원이 현지조사 현장을 집행하는 것을 전제로 심평원 소속 지원이 이를 보조하는 지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법원은 "이번 사건은 현지조사팀 반장인 복지부 소속 주무관이 해당 의료기관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복지부 주무관이 참여하지 않고 현지조사 권한이 없는 자가 시행한 현지조사는 위법하고 현지조사에서 취득된 자료들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변호사는 “현지조사는 행정조사에 해당하기는 하나 현지조사를 통해 부당한 수가 청구의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행정 및 형사 절차가 진행된다”며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현지조사의 근거 법령, 행정절차법 등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건보법상 현지조사의 권한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한으로 돼 있는 만큼 복지부 소속 직원에 의해 현지조사가 진행돼야 함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